이번 달 space T 요약
- 트윈웨이브🌊는 <일상 글쓰기> 워크숍을 열어 시에서 에세이로 글쓰기 영역을 확장했어요.
- 이도✏️는 재개관 후 첫 <열린 이도의 날>을 성공리에 마쳤어요.
- 우주로1216🚀는 <오늘 밤은 우주로1216>라는 이름으로 1박 2일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 그린대로🎨는 가구를 재배치해서 좀 더 집중해서 책을 보고, 글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어요.
- 사이로🤸♀️는 미니어처 버스를 만드는 사이러 한지후 작가님과 <또래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가졌어요.
💪운영자의 힘
이렇게까지 재밌는 도서관에서의 1박 2일
지난 8월 10일 사이로에서 <놀다 만 거 노는 밤>이라는 제목으로 space T 최초의 1박 2일 행사가 열렸습니다. 늘 학원 스케줄로 바쁜 트윈세대들이 공간을 긴호흡으로 누리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던 운영팀이 두 팔 걷어붙이고 제대로 놀 수 있는 판을 만드셨다는데! 어떤 콘텐츠로 시간을 채우셨는지, 첫 숙박형 행사를 준비하며 법적 행정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사항은 뭐가 있는지 사이로 운영팀을 만나 자세히 들었습니다.
Q. <놀다 만 거 노는 밤>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배경이 궁금합니다.
하민(뚜맴)🕺🏻 관찰 기록을 보다 보니 “사이로가 너무 일찍 닫아요. 더 놀고 싶어요.”라는 이야기가 너무 많더라고요. 사이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데요. 요즘 친구들은 학교 끝나고 학원 갔다 오면 보통 20시, 21시 이렇게 되다 보니까 막상 놀 수 있는 시간에는 사이로가 문을 닫는 거죠. 아이들이 사이로를 제대로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 ‘한 번 늦게까지 열어볼까?’라고 생각한 게 시작이었어요.
마침, 선유도서관에서 기존에 <읽다만 책 읽는 밤>이라는 성인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여기서 착안해서 <놀다 만 거 노는 밤>을 열게 된 거죠(웃음)
Q. 1박 2일 동안 무얼 하며 보낼지 방향성을 어떻게 잡으셨는지 궁금해요.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하민(뚜맴)🕺🏻가장 중요했던 건 역시 ‘사이러들은 무엇을 원하는가?’였어요. 해서 사이러들과 대화하면서 정보를 수집했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반복되는 키워드들이 있더라구요. ‘친구랑’ ‘어른들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 이 세 가지를 포인트로 잡고 뭘 할지 차근차근 정해갔어요.
운영을 하면서 아이들이 어른 눈치 보지 않고 정말 자유롭게 놀았다는 느낌을 받으려면 촘촘한 기획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해서 아이들의 바람을 반영하고, 사이로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활동들을 찾아 시간표를 촘촘히 채워나갔습니다. 예를 들면 ‘친구랑 야식 만들어 먹기’나 ‘같이 공포 영화 보기’ 같은 것들이요.
Q. 자유롭게 놀기 위해 촘촘한 기획이 필요하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 더 말씀해주세요.
하민(뚜맴)🕺🏻 단골 사이러들이 벌써부터 ‘할 게 없다'는 말을 자주 하더라고요. 왜 그런 말을 할까 궁금해서 지켜보니까 게임이나 만화책 보기 같은 익숙한 활동을 하고 나면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것 같았어요. 명확한 할 거리를 제시해야 했던 이유죠. <신서유기>나 <지구오락실>같은 예능을 많이 참고해서 재밌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가현(챠맴)🧚 프로그램 기획할 때 아이들의 목소리에서 출발하되, 운영자가 제안하고 싶은 방향성을 섞어서 구성했어요. 예를 들어, 사이로에 학교와 학원 사이 토막시간에 들르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영화를 긴 호흡으로 끝까지 보는 친구들이 많이 없었어요. ‘공포 영화 같이 보기’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프로그램이죠. 이후에 실제로 영화를 길게 보는 친구들이 생겨서 되게 뿌듯한 지점이에요.
Q. 사이로에 무리로 오는 단골 친구들이 많다보니 아이들이 사이로를 노는 공간으로만 인식할까봐 고민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놀기’를 전면에 내세운 행사를 하시는 것이 부담되시진 않았나요?
하민(뚜맴)🕺🏻 사실 기존에 금지돼 있던 항목들을 모두 해방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 포인트였습니다. 평소 운영을 할 때 아이들이 노는 것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 하지 마세요’ 하고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이번 기회에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봐라! 그런데 오늘만 되는 거야.’ 이런 느낌으로요. 스토리존에서 밥도 먹어보고, 영화존에서 팝콘 먹으며 영화도 보고, 뛰고 싶은 만큼 뛰고요! 하지만 그 이후로 아이들이 얌전해졌다고는 말 못 하겠어요 (웃음)
가현(챠맴)🧚 제가 느끼기엔 이날 행사에 참여했던 친구 중에 평소에 평상에서 엄청 뛰어다니던 친구들이 좀 자제가 되긴 한 것 같아요.
Q. 아무래도 도서관에서 1박 2일을 보낸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행정적으로도 신경 쓰셔야 할 것이 많았을 것 같아요.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나눠주실 수 있나요?
하민(뚜맴)🕺🏻가장 중요한 것은 만일을 대비하여 사건·사고 발생 시 법적인 책임 사항을 확인하고 준비하는 것이었어요. 보통 청소년수련활동의 경우 사전 신고제가 필수인데, 공공도서관의 경우 도서관법이 우선시 되기 때문에 신고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다만 청소년활동 진흥법에 따라 이동/숙박형 청소년활동을 계획히는 경우 ‘청소년 활동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필수예요.
저희는 이번에 총 20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1인당 보험 가입비가 약 1천 원 정도라 2만 원 정도 사용했습니다. 유사한 행사를 진행하신다면 이 점을 인지하시되, 지자체 ‘아동·청소년복지과’에 전화해 한 번 더 정확하게 확인하시길 추천해 드려요! 그 외에 안전교육 진행, 남녀 숙박 위치 분리 등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사항들도 꼼꼼히 체크해 주시고요!
👉 성폭력 성희롱 예방 및 대처요령 참고 영상 보러 가기
Q. 꼼꼼히 준비한 행사, 아이들 반응이 궁금한데요! 그 과정이 아깝지 않을 만큼 보람찼던 장면 하나씩 말씀해 주세요.
하민(뚜맴)🕺🏻 공포 영화 볼 때도 재밌는 순간이 있었는데, 저희가 <엑소시스트>를 같이 봤어요. 혼자는 어렵지만, 같이는 볼 수 있다. 이러면서요. 그런데 중간에 한 친구가 너무너무 무서웠는지 갑자기 메이킹 존으로 뛰어가서 십자가를 만들어 오더라구요. ‘이걸로 때릴 거야’ 이러면서. 이런 모습들 보면서 아이들이 준비된 시간에 정말 깊이 몰입해서 잘 놀고 있구나 싶었던 것 같아요.
가현(챠맴)🧚 저희가 프로그램 시작하기 전에 자유 이용 시간을 1시간 정도 줬어요. 그 날 사이로에 처음 온 중3 친구가 있었는데, 음악존에서 1시간 넘게 노래를 듣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음악존은 제대로 즐기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평소에는 오기도 힘드니까 깊게 탐구하는 친구들이 적었거든요. 근데 그럴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주어졌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Q. 내년에도 <놀다 만 거 노는 밤>이 열릴까요?
하민(뚜맴)🕺🏻 & 가현(챠맴)🧚 네! 아마도 사이로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해요. 실은 예상보다 체력적으로 더 힘들어서, 행사 당일에만 해도 내년에는 못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신기한 건 집에 가서 한숨 자고, 다음날 출근하니 힘들었던 건 잊히고 행복한 기억만 남아 있는 거예요.
사진 속 아이들도 평소에 볼 수 없는 표정으로 밝게 웃고 있고요. ‘이렇게 좋아하는데 1년에 한 번쯤은 할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이 금세 바뀌더라구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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