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포식은 기깔나게 해야할까

컬처덱 선포를 해야 하는데... 그냥 타운홀에서 말해야 하나

2025.01.05 | 조회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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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시간

뻔하지 않은, 뇌리에 꽂히는 조직문화 이야기를 들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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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덱을 만든 후 가장 고민되는 건 선포식입니다.

분명 [선, 포, 식] 3음절에 불과하지만, 이걸 마주한 실무자는 거의 혼돈과 죽음을 경험하게 되죠. 사실 저는 어릴 적 기업행사 에이전시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기업이 행사를 운영하려면 얼마나 빡센 과정이 있는지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실무자님들이 

“저희 선포식…준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라고 손가락을 꼼지락때마다 함께 그들의 손을 부여잡고, [도망가세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도망갈 수 없는 입장이니… 어쩔 수 없이 이런 글로 도움을 드려보려 합니다.


일단 3가지 질문을 던져보세요.

 

  1. 돈이 많은가?
  2. 한데 모일 수 있는가?
  3. 콘텐츠가 충분히 있는가?

사실 위 조건들이 충분하다면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어요. 돈도 없고 모이기도 힘들다면, 3번에 집중해야 합니다.

보통 선포식에 많은 돈을 쓰는 기업은 흔치 않습니다. 물론 우리 클라이언트 중에선 수 천만원을 들여 영화관을 대관하고, 조명팀, 영상팀, 음향팀을 불러 기깔나게 운영하는 곳들도 있었습니다만, 그건 소수의 케이스였어요. 돈이 없을 땐 결국 내부 타운홀 강당이나, 그마저도 없다면 사내 카페 라운지에서 의자를 모아놓고 하거나, 이것도 힘들면 의자 놓고 쭈루루 앉아서 강의실 같은 곳에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선포식의 본질은 [컬처덱의 탄생을 알리는 것] 입니다. 화려함보단, 그 목적 자체에 주목해야 하죠. 물론 음향과 조명이 화려하고 83,000원짜리 장어도시락이 있다면 분명 엄청난 임팩트가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그게 본질은 아니니까요.

선포식의 목적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 화려한 쇼]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면, 이렇게 조촐하게 진행할 때는 휴먼터치가 중요합니다. 결국 콘텐츠를 충분히 모으고, 진정성있는 스피치와 휴먼터치로 승부해야하죠.


콘텐츠가 뭐에요?

히스토리 파일 :
먼저 컬처덱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과 사진, 그간의 보고자료, 구성원 워크샵, 서베이 등 과정을 담은 각종 멀티미디어를 의미합니다. [미리미리 모아놓으세요!! 다 만들고나서..맞다 사진!....] 이러면 진짜 난감합니다.

구성원 인터뷰 :
사전에 컬처덱을 구성원에게 공유하고 면밀히 읽게 하는 FGI같은 걸 진행해보세요. 그리고 한 명 한 명 인터뷰를 영상으로 따놓는 것도 좋습니다!

팀장 인터뷰 :
해당 컬처덱을 먼저 읽고 어떤 방향으로 이걸 적용해보고 싶은지 방향성을 말하거나 담은 인터뷰 영상이 있다면 더 좋아요!

밑밥 이벤트 :
본격 선포식에 앞서 미리 이벤트를 진행해볼 수도 있어요.
공개할 컬처덱에 대한 퀴즈나 응원 댓글 이벤트, 또는 전파 방법 자체에 대한 사전 워크샵을 진행한다거나, 한 명 한 명 포스트잇에 쓴 본인의 비전 같은 걸 모아 놓은 비전 보드 등을 말해요.


모든 콘텐츠는 결국 [공수]입니다. 돈을 못쓰면 사람의 힘이 들어가야 해요. 공수를 쏟아 부으세요. 퀄리티가 대단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브랜드 디자인 팀에서 엄청난 디자인을 만들지 않아도 돼요. 조악해도 좋으니 풍성하게 만들어주세요. 이 때는 뭘 자꾸 [주기보다], 계속 행동을 디렉션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읽고, 따라 말하고, 쓰고, 던지고, 손들고, 일어서고, 앉게 만드세요. 뭔가 다양한 액션으로 컬처덱의 내용을 경험하게 해주세요. 컬처덱 안에 있는 내용들을 어설픈 연극으로 해보셔도 좋습니다.


이렇게 조악할 땐, [멋지다]보다 [귀엽다]는 반응이 나오면 대성공이에요. 노력하고 애쓰는 모습이 더 뭉클할 때가 있습니다.


말을 잘 못하는데…

장황하게 구구절절 과정을 설명하지 마세요. 세상 재미없습니다. 선포식의 스피치는 약속과 기대를 담으면 됩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의 테마가 있잖아요. 그걸 대표님, 이사님, 팀장, 팀원, 신입이…각각 나와서 읽는 것도 흥미진진할 거에요. 그게 아니라면 [이걸 기준으로 진짜 잘해보고 싶다.] 라는 절절함이 담기면 됩니다.

말주변이 없는 분들이 진짜 많습니다. 갑자기 스피치 꿀팁을 배워도 이게 느닷없이 멋져지지 않아요. 화려하게 스피치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스피치의 힘은 유려한 스크립트에도 있지만, 중간중간 말을 뒷받침해줄 자료와 브금(BGM)도 중요합니다. 

내가 스피치가 좀 취약하다…늘어진다…싶으면 브금을 준비하세요!!! 브금!!!!!!!!!! 음악이 나오면 별 말 아닌 것도 갑자기 영화대사 같아지고 그렇습니다.

 

선포식은 [그래서?]라는 질문을 동반합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건 [선포식이 별로에요] 라는 반응이 아닙니다. 

[그래서 뭐가 바뀌는데요?] 라는 질문이죠.

컬처덱을 만들기 전  제가 맨날 전체 조직개발 플랜을 여쭤보는 이유이기도 해요. 컬처덱이 만들어지긴 했는데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지를 말해줘야 해요.

당장 24시간 뒤의 플랜, 1주일 뒤, 1달 뒤, 1년 동안 어떤 프로그램들이 진행될지어떤 부분을 어떻게 바꿀 예정인지.

  • 컬처덱을 시작으로 인사팀에선 전체적인 조직개발(OD)를 진행하게 됩니다.
  • 명확히 선언된 개념들을 바탕으로 리더협의체가 만들어지고 CA(전파자)들을 양성합니다.
  • 채용의 기준과 면접 질문이 새롭게 바뀌고, 온보딩 프로그램을 개선합니다.
  • 실무제도(회의, 피드백, 원온원, 보고체계 등)를 고도화시키는 작업도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 인사평가 부분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장기적인 로드맵을 함께 소개하고, 기대에 부풀게 해주세요. 물론 인상을 찌푸리며 힘들다 번거롭다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괜찮아요, 원래 새로운 걸 할 땐 다들 그런 반응입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면 다들 열심히 하려고 할 거에요. 이 부분에 대한 플랜과 소개 스크립트에 더더더더더더 집중해주세요. 


조심해야 할 것 5가지도 말씀드릴게요.

 

→ 밥과 브금

점심이나 간식을 주실 거면, 맛있고 비싸고 좋은 걸 주세요. 먹는 건 행사에서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그것의 퀄리티로 이 행사의 중요도와 진정성을 결정하기도 하니까요. 브금은 사람들 사이에 경직된 얼음들을 녹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별 것 아니지만, 행사의 리듬감을 만들어주죠. 음향팀까지 필요없습니다. 집에 있는 마샬 스피커 큰 거 하나 가지고 오세요. (그 정도는 하나 사셔도 될 듯)

 

 한 사람이 계속 말하지 않기

컬처덱은 P&C팀만의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와 다채로운 형태의 스크립트가 필요해요. 한 사람의 스피치는 5분을 넘지 않게 해주세요. 솔직히 2,3분만 지나도 지겨워집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해서 다양한 말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세요.

 

 따라 읽지 않기

컬처덱은 이미 파일이나 실물로 받아봤으니 돌아가서 읽으면 됩니다. 현장에서 그걸 한 글자 한 글자 따라 읽지 마세요. 이미 아는 걸 듣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습니다.

대신 직접 읽게 하거나, 또는 왜 이런 내용이 나왔는지 그 맥락을 설명해주세요. 아니면 해당 문장을 사전에 공유한 뒤 구성원들의 질문을 받고, 그 질문을 해결하는 세션으로 바꿔주세요. 컬처덱을 따라읽는 거 절대 금지. 완전 루즈해짐

 

 갑자기 질책하지 않기

특히 대표님들, 컬처덱 얘기하다가 갑자기 우리 조직의 문제점을 얘기하면서 여러분들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둥 그런 식으로 ‘질책’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분위기를 엄숙하게 만들지 마세요. 

컬처덱은 과거를 탓하고 혼내는 게 아닙니다. 가야할 방향을 희망차게 얘기하고 그 때 필요한 준비물들을 얘기하는 것이죠. 여행준비를 하듯 기대에 차서 말해주세요. 그리고 모든 찬사는 구성원을 향하게 만들어주세요. 만든 TF는 물론 고생했지만, 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는 안됩니다. 그럼 앉아있는 구성원들은 그냥 박수부대가 되는 거잖아요. 주인공은 구성원들입니다. TF는 이걸 기획하고 운영하는 주최자이고, 대표님은 선언자일 뿐이죠. 

 

 소중히 다루기

그렇게 소중히 만들어진 컬처덱을 그냥 이메일 PDF로 [컬처덱 전달 드립니다] 하고 보내지 마세요. 실물 인쇄를 한 후 [모두 와서 가져가세요] 라고 하지 마세요. 

  • PDF로 만들었다면 Flipsnack 같은 Saas서비스로 플립북을 만들어서 긴 이메일과 함께 정중하게 링크를 전달해주세요.
  • 또는 별도의 다운로드 페이지 하나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아임웹같은 웹빌더로 만들면 1시간이면 만들 수 있습니다.

실물로 만들었다면, 포장하세요!! 포장, 그냥 유포지나 면포같은 걸로 싸도 되고, 예쁜 안전봉투로 전사 인쇄해서 감싸셔도 됩니다. 얼마 비싸지도 않아요. 수백 명이어도 좋습니다. 하룻 밤만 애써주세요. CA분들이 있다면 함께 해서 한 권 한 권 포장해서, [자리 위에 올려두세요]


 

이게 뭔 짓이여, 힘들어 뒤지겠구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단 걸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감동은 비효율에서 나옵니다. 세상 말도 안되는 걸 봤을 때 감동이 있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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