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꽤나 어둡고 나태한 편입니다. 일을 너무 사랑하고, 일에서 나를 증명하고 싶은 사람들은 불쾌할 수 있으니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주인장
지난 연휴는 길었고, 이제 메일과 카톡, 슬랙과 팀즈에 메시지가 쏟아질 것이다. 쌓인 일이 한 가득 몰려올 것이다. 72시간만 버티면 된다.
몰입은 되면 하고, 안되면 하지 말자.
집중이 될 리가 없다. 카페인을 쏟아붓지 말자. 건강에 해롭다. 나의 몸은 앞으로 70년은 더 써야 하고, 직장은 10년도 채 다니지 않을 것이다. 몸에 들이붓는 걸 현명하게 정하자. 차라리 일 끝나고 마시는 맥주가 더 건강에 이로울 지도 모른다.
원팀은 손발이 맞아야 원팀인 것이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 어차피 다들 스턴 걸린 상태이니 그들도 완벽하게 전달하진 않는다. 이 때 나를 갈아 넣고 죽도록 해내도 손발이 맞아야 결과물이 좋은 것이다. 서로 퀄리티가 너무 다르면 그것도 문제다.
치열함도 선택이다. 세상 어느 것도 모든 것에 힘을 주어 해내는 것은 없다. 달리기도 클라이밍도 필라테스도 모든 동작, 모든 부위에 힘을 주고 달리는 것은 없다. 일도 칼로리를 쓰는 것이니 운동에 가깝다. 정자세만 유지하되 힘은 줄 곳에만 주자.
효율은 많은 일을 빠른 시간에 해내는 것이 아니다. 일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오늘 다 안해도 된다.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잖는가. 오늘 개빡세게 달리면 내일은 평소 만큼도 할 수 없다.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쓸데없는 일엔 손도 마음도 쓰지 말자.
소통의 핵심은 적당한 미소와 한 귀로 흘리는 것이다. 어차피 인류 역사상 서로가 '이해한다'는 개념은 없었다. 일단 듣고 자기 말을 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최대의 소통이다. 결국 암묵적으로 기가 더 쎈 쪽을 따라가는 것이 섭리이다.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라 선택한 것 같지만 이는 뒤따라오는 합리화다. 지금같이 피곤할 때는 일단 듣고 끄덕이기만 하자. 날이 선 커뮤니케이션이 많을 수 있다. 모두 피곤하니까. 말투나 뉘앙스에 신경쓰지 말자.
마음부터 지키자. 나는 지금 나태한 게 아니라 부릉부릉 예열하고 시동거는 중이라고 생각하자. 그러다보면 주말이고 다음 주부터 열심히 할 것이다.
연휴가 끝나고 수요일이 된 게 아니라, 월요일인데 수요일까지만 일하고 쉰다고 생각하자. 나만 쉰 게 아니라 다들 쉬었기 때문에 이건 타노스의 핑거스냅과 비슷한 것이다. 다들 5년 만에 현실세계로 돌아온 상태이다. 한 달 뒤면 대통령 선거로 임시 공휴일이 있고 2일이나 5일에 연차 붙이면 현충일까지 해서 또 연휴가 있다. 그걸 기다려보자.
앞으로 72시간, 다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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