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엔 아침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25년 01월編 #139

이제 곧 구정이라고 하는데, 아니 사실상 연휴는 시작해버렸는데요. 구독자님, 지금 어디에 있나요? 구정이라 하면 동양에서만 갖게되는 두 번째 설날, 곧 시작을 다시 한 번 시작해볼 수 있다는 여분의 기회란 생각을 하는데요, 다만 함께 모일 때의 좋은 일이 있는 것만은 아닌 것처럼 풍성하게 차려질 제사상이랄지 그는 아닐지라도 설이라고 챙겨보는 새삼 밥상의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최근엔(아마 독감의 여파로) 비타민 섭취를 강화해보겠다고 귤을 박스채 사다 먹기도 했는데, 고작 며칠 사이 가격 왔다갔다 하는 것, 설상 어떻게 봐야할까요. 어쩐지 두 번째 독립 후 이제 2년째를 맞이하면서 주부 못지않은 설 고민을 늘어놓은 것만 같지만, 구독자님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것, 시작으로는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은 부쩍 마음을 긴장하게 해요. 달리 말하면 기합이 들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유독 마지막이 마지막같지 않았던 24년의 그 날을 돌아보면, 이제는 조금 시작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을까요.

말하자면 내 안에 '처음'을 여럿 챙겨보겠다는 마음들. 개인적으로는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랜만에 펌을 하고 돌아왔는데요 시작엔 늘 적응이 필요한 거겠죠? 아무튼 저의 펌이 그런 것과 같이 구독자님의 '처음'은 무엇일까요. 그래서 전 다시 한 번 '그 때'의 레터를, '밤에 보는 뉴스'의 25년 1호를 시작해보려 해요. 단 새해를 맞아 '아침에 보는 뉴스'인데요, 요즘 과일 가게엔 시나노 사과랄지, 건달마토 등과 같이 신종, 변종 과일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은데, 우리에게도 이전의 나 말고 25년의 '나'가 분명 준비를 하고 있는 거 아닐까죠? 도쿄에선 1월 26일, 바로 오늘부터 3주간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가 향수 라인 '레플리카'의 이름을 가져와 카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어요. 향수가 아니라 카페 겸 레스토랑이에요. 그러니까 새해의 마음가짐. 그러고보면 향수의 제철...바로 겨울이 아니었던가요?

공원의 얼굴을 한 SONY  이전 레터에서도 여러 차례 이야기한 바 있어 아마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시공 후 완공이 아닌 만들어가는 건축을 말하는 방식으로 어쩌면 적절한 게 아닐까도 싶어져요. 그러니까 또 한 번 이야기할게요. 지난 레터에서 오프닝으로 사카모토 류이치의 전시를 예고한 ‘긴자 소니 파크‘가 이번 주말 26일 일요일에 정식으로 그랜드 오픈을 해요. 약 20년 간의 ‘공원화’, 빌딩을 닮은 공원을 첫 발표하며 사카모토를 이야기한 만큼, 이번엔 ‘소니 그룹‘의 역사, 그리고 미래에 충실한 기획 또한 시작하는데요. 이름 하여 ‘Sony Park展 2025.’ 이름 그대로 ‘공원 소니‘를 일종의 전시 형태로 꾸린 모양새이고, ‘소니‘의 앞으로의 6개 주요 사업을 테마로 6명(그룹)의 아티스트-yoasobi, creepy nuts, 그리고 vaundy와 여성 3인조 밴드 ‘히츠지분카크‘ 등-을 선정,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의 방향성을 공유할 계획이에요. 음악과 영화와 관련된 인물들인 만큼 ‘음악은, 여행이다‘, ‘영화는, 숲이다‘와 같이 부제가 붙었는데요, 뿐만 아니라 나머지 4개의 사업에 관해서도 ‘반도체는 SF다‘, ‘금융은, 시다‘, ‘게임은 사교장이다‘와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는 스토리다‘ 등이라 제목이 붙었고,

이 만으로도 엔터테인먼트와 테크노로지의 융합을 앞으로의 ‘소니‘를 설명하는 키워드란 걸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시에 경계 없이 자유롭게 노는 듯 일하는 듯 나아가 머물면서 나아가는 곳 또한 ‘공원‘이 아니었을까요? 사실 이와 같은 형태의 전시는 2021년 교토, 그리고 22년에는 교토에서 이미 진행된 바가 있기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이 또한 ‘ing’의 기획 전시기도하다는 것. 최근 소니는 옛말이라 우스개소리처럼 말해지기도 했지만, 이번 CES에서 꽤나 주목을 받았다고 하죠. 전시는 26일부터 2개의 파트로 나뉘어 6월까지 계속돼요.

IP 서점이라는 말, 지난 '츠타야' 레터를 전하면서 다시 한 번 언급했었는데요. 소위 IP라 하면 Internet Protocol, 곧 인터넷이 작동하는 네트환경 내 주소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Intellectual Property, 즉 지적 재산권의 약자이기도 해요. 따라서 '츠타야'가 시부야 지점을 대폭 리뉴얼하며 꺼내든 IP 서점이라는 건 책과 음악, 영화와 만화 등 장르 상관없이 콘텐츠 전반을 취급하는 서점이 되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는데요. 실로 고민이 많았을 명칭, 결정이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근래의 콘텐츠라는 건 비단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오프를 오가며 그야말로 왕래하며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게 현실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이유로 그렇다면 IP 서점이란 어떻게 운영, 소비되고 이용되는 것일까 여태 의뭉스럽기도 한데, 지난 12월 2호점이 문을 열었다면 보다 디테일하게, 실감의 측면에서 IP 서점 이해할 수 있을까요? 지난 2024년 12월 오사카의 중심 상권 중 한 곳, 도톤보리 인근의 에비스바시(戎橋) '츠타야' 안에 IP 서점의 2호점을 열었어요. 마찬가지로 기존의 렌털 서비스를 종료, 시대의 변화에 맞춰 북카페로서의 자리를 확장하고, 동시에 코스메 제품을 판매하는 등 서점 아닌 콘텐츠의 서점으로 다양한 변화를 장착했는데요.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걸어 다니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절에 거리의 서점은 줄어들고, 그렇다면 오프라인의 스마트폰을 구현할 수는 없을까...란 의문이 어쩌면 작동했던 걸까요. '츠타야' 운영 회사 CCC의 IP 서점 프로듀서 쿠리야마 리키야 씨는 '지금의 서점은 어딜 가도 똑같은 책들이 소량 놓여있는 인상'이라며, 무엇보다 재미없는 출판업계에 주목, IP 서점은 '두근두근, 설레임을 잃지않는 서점이 지향하는 모델'이라 말해요. '옛날 책방에는 한가득 책들이 쌓여있어서 '이게 추천책이구나'라고 우연한 만남이 많았어요. 체인 점에서도 지역마다 전혀 다른 라인업이었고, 오프 책방의 가장 큰 매력은 아마도 그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2호점의 IP 서점은  씨 표현대로 '그 무렵의 서점을 지금의 형태로 재현해보는 과정, 혹은 결과'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책방 아닌 서점이란 단어를 차용한 것이기도 하고(일본에선 혼야, 책방이란 말이 보다 보편적이거든요), 오사카라는 지역색을 살려 로컬 만화나 관련 궂즈, 더불어 음식과의 다양한 콜라보도 궁리중이라고 하는데, 츠타야가 이야기하는 '공간의 가치', 그의 가장 최종 아마도 로컬, 곧 지역일까요. 홍보부의 아즈마 유카 씨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제안을 해가는 기획사라는 원점이 츠타야에는 있다'며, 올 가을엔 오사카 네야가와시(寝屋川市)에 북카페와 짐, 그리고 셰어라운지 등이 모두 들어간 일본 최초 복합형 서점을 리뉴얼 오픈할 거라 예고도 했어요.

'파운드 오브제', 들어본 적 있나요? 그간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새해를 시작하고 지금까지도 아마 적지 않은 감정들이 흘러갔을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단 한 번의 시작이란 그 모든 걸 압도하는, 혹은 품어내는 너비의 시간과 같지는 않을까요. 달리 이야기해보면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겪으며 살아가도 우리를 감동케 하거나 울고 웃게 하는 건 단 한 번의 순간,  무언가와의 반응, 작용반작용에 의한 찰나의 기억인 것 같아요. 지난 1월 18일부터 무려 5개월간 아이치현(愛知県)의 '토다시 미술관(豊田市美術館)'에서는 그야말로 이와 같은 문장을 전시로 꾸며본다면...에 가까운 작품이 전시되고 있어요. 1990년생, 올해로 서른 네 살인 타마야마 타쿠로 씨의 'FLOOR'가 그 주인공이고 미술관 측에 따르면 본 관에서 진행된 전시 중 최연소 작가라고도 해요. 그는 본래 입체적 조형을 바탕으로 빛과 영상을 통한 이미지, 그리고 소리와의 연결을 통해 시공 감각적 세계를 보여주었거든요. 미술관의 학예원인 스즈키 토시하루 씨는 '젊은 작가를 소개하고 보다 큰 작업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것이 지역 공립 미술관의 역할'이란 말을 더하기도 했어요. 그러고보면, 모든 건 서울에 집중한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지 않을까요. 

아무턴, 본 전시의 핵심은 아마 미술관 건물 2층부터 5층까지 3층을 관통해 설치된 작품의 스케일일텐데요. 이는 단지 쿠사마 야요이 씨의 얼마 전 긴자에 공개되었던 작품이랄지, 루이비통과이 협업으로도 익숙한 무라카미 타카시의 초거대한 여행백이 크리스마스 시즌 뉴욕 타임스퀘어에 전시된 것과는 전혀 다른 구성의, 의도와 개념 자체가 상이한 말하자면 '차원의 전시' 형태라 할 수 있어요. '토타시 미술관'은 우선 일본 근대 건축의 거장 중 한 명이라 불리는 그리고 지난 해 지병으로 세상을 뜬 타니구치 요시오 씨의 작품이고, 타마야마 씨의 작품은 그 정중앙을 관통하듯 설치되면서 건축과 구조물(조형 작품) 사이의 관계를 통해 완성되어가는 작품이거든요. 보통 미술관에 설치되는 인공 조명 또한 모두 제거한 덕에 자연광 곧 자연의 흐름을 두 거대 '구조물'의 관계를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요. 그에 더해 관내에 흐르는 소위 BGM은 실제 이곳에서 열흘간 자연 발생한 소리를 녹음해 전시 기간의 분량으로 늘린 것이라 하는데, '그저 그곳에 있다'를 새삼 구현해본다면 이와 같은 시도가 되어줄까요.

미술관의 관장인 타카하시 히데하루 씨는 "아름다운 건축에 작가가 어떻게 대결하고, 해석했는지가 본 전시의 핵심이에요. 건축과의 격투, 동시에 건축가에의 리스펙트, 그리고 빛이 키워드이기도 합니다'라고도 말했어요. 다소 과격한 표현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시관의 입구를 통해 등장하는 타마야마 씨의 작품은 그야말로 건축을 대신할 만큼의 압도적인 공간감을 경험하게 하고, 그 안에서 공간이 만들어내는 천지(天地)는 시시각각 자유자재 보는 이에 따라서도 유동적 말하자면 고여있지 않는 시간의 공간축을 만들어내고 말아요. 전시의 타이틀대로 '플로어, 곧 바닥이 본래의 바닥으로부터 이탈해 공간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간과 건축에 의한 변용하는 공간, 즉 여태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가 이 작품이 바라보는 그림인 걸까요. 이를 표현하기 위해 타마야마 씨는 보라와 녹색 중간값의 색상을 가진 카펫을 무려 880평 크기 만큼 사용했다고도 하거든요. '자연과 빛을 받아 (실내로) 들여보내줄 수 있도록 색을 골랐습니다.(타마야마)' 더불어 작가, 곧 자신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카펫을 특별 주문 제작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어요. 일종의 '파운드 오브제', 발견하기 위해 설치하는 전시란 이야기처럼 들리는데요, 그러고보면 세상 모든 전시란 무언가의 발견, 나의 몰랐던 감각을 만나러 가는 입구가 아니었을까요.

Seamless, 그러고보면 위의 타카야마 씨의 작품과 타니구치 요시오 씨의 건축. '심리스'의 전시는 아닐까요. 근래 공간의 프로듀싱과 관련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서로 연결되는, 말하자면 책방이 커피를 팔거나 옷집에서 책을 구매하는 것과 같은 형태를 이음매가 없다, 곧 'Seam-less'라 말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사실 알고보면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심리스' 경계를 가지고 있지 않고, 소위 멀티플레이, 밥을 먹으며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틀어놓고 원고를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에 들기까지 일상이란 건 '심리스' 어떤 이음매도 가지고 있지 않을지 몰라요. 그래서 공간이 보여준 근래의 변화라는 건 곧 자연스러움으로의 회귀, 가장 자연스러운 걸 찾아가는 일은 아니었을까 싶어지면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의 책방 프로듀싱 기업 '닛판(日販)'이 이번엔 '무인양품'과 또 일을 냈어요. 벌써 5년 전 록뽄기에 처음으로 입장료를 받는 책방 '분끼츠'를 오픈해 화제가 되기도 했잖아요. 그건 공간의 가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의 새삼 체험으로서의 의미를 부각시킨 시도기도 했는데, 오는 3월 1일 봄이 시작하는 그 첫날에 '닛판'은 나라현 카시하라시(橿原市)에 새로 오픈하는, '무지' 역사상 최다 규모의 매장에 공창형(共創型) 서점 그 1호점을 선보여요. 말하자면 숍 안에 숍이 또 하나 있는 '숍 in 숍'의 형태이기도 하지만,

'카시하라 서점'과 무려 2,484평에 달하는 '무인양품' 카시하라 지점의 관계는 일단 상품 구입 후 레지를 함께 쓰고(곧 옷이나 무지의 잡화와 신간이나 잡지의 계산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이야기), 옷이 걸린 행거 바로 옆에 책이 놓여있거나 나아가 '무지'의 상품 특색에 맞게 선별된 곧 큐레이션이겠죠, 책들이 지근거리에 배치되는 식인데요. '닛판'은 이번 서점에 대해  '서점'과 '무인양품'이 '심리스'하게 연결되는 '공창형 모델 점포'라 말했어요. 공창형, 얼마 전 코로나가 시작된 후 회사를 걸어나온 오피스가 직장, 직종과 상관없이 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시된 게 '공창 스페이스'이기도 했잖아요. 그리고 '닛판'은 이를 앞으로 일본 전국 곳곳 확대해 갈 계획이라 말해요. 그러니까 '카시하라 서점'이 '숍 in 숍'이지만, 또 그렇지 않은 건 매장 내 서적 코너를 별도 마련 그곳만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무인양품'의 상품 판매 에리어 곳곳에 책들을, 나아가 로컬을 반영, 지역 특산품 옆 자리에 진열, 판매를 하는 식이라 할 수 있어요. 더불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지역을 이어주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지역의 커뮤니티 센터'로서의 역할도 부여, 교루가 발생할 수 있는 이벤트, 기획 등을 상시 개최할 계획이라 하는데요. 그런데 사실 '무지' 긴자를 가면 'MUJI BOOK', 이미 매장 내에 책장이 있고 그 안에 '의식주' 분야별로 책들이 진열되어 있기도 했는데, 그런데 그거 아닐까요. '심리스'라는 건, 공간을 '함께'임과 것과 동시에 내가 아닌 너, 타 장르로의 '확장'이라는 사실 말이에요.

아마도 대문자로 MUJI? 그래서 오는 3월의 첫날 나라현 카시하라 시에는 최대 규모의 '무인양품'이 태어나요. 본래 '이온 몰 카시하라' 지점 내에 있던 매장 자리에 단 10배나 큰 규모로 리뉴얼 오픈을 하는 셈인데요. 이번엔 빌딩 전체가 '무지'가되어버렸어요. 몇 해 전 도쿄의 동북쪽 아리아케() 지역에 역대 최대급 '무지'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같은데, 그 역시 도쿄의 중심가라기보다 주거 인구가 많은 지역이었거든요. 그리고 이번 카시하라 시 또한 그와 비슷한 포지션을 갖는 듯 보여요. 코로나를 지나 보다 더 지근 거리의 '의식주' 기반 생활의 중요성을 체감한 점포 전략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렇게 매장은 '살다'를 모두 9개의 '존'으로 나누어 구석구석 생활의 빈틈을 챙김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무지' 측은 '카탈로그와 같은 점포'라고 설명을 했어요. '점포 전체를 하나의 카탈로그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다시금 '무인양품'의 상품을 발견할 수 있는 매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더불어 위에서 언급한 '지역인들의 자연스러운 모임의 장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입구 근처엔 주기적인 마르셰와 '노미노이치(蚤の市, 일종의 중고 물품의 물물거래 장소인데요, 마르셰를 일역하면 바로 이 말이 되기도 해요)'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필로티 구조의 '공간 안의 공간'을 마련해두었고,

그건 곧 나라현산 요시노스기(吉野杉, 일종의 삼나무에요)를 사용해 만들었어요. 가장 지역다움이란 건, 아마 지산지소, 아마 지근거리의 충분한 활용이겠죠. 더불어 리페어 코너와 페트병 회수나 제품의 재활용을 위한 수거함 등이 설치되고, 문화와 자연과 순환의 '순환', 앞서 '닛판'과의 공창형 서점 '카시하라 서점'은 '무지'의 'Cafe＆Meal MUJI'와 함께 북카페로 이용할 수도 있는 구조에요. 개인적으로 '무지 meal'을 참 좋아하는데, 킨키 지역 식자재를 사용한 오니기리나 돈부리, 그리고 갓 내린 드립 커피와 아이스크림 등을 책장을 넘기며 맛볼 수 있다는 것. 지역을 체감한다는 일인 걸까요.

하트가 붙은 A 카드, 이번 설에 고향집에 가면, 이 로고 붙은 옷 아마 쫌 보지 않을까요. 하트 모양을 모티브로 아래로는 알파벳 A가 크게 박혀있는 AMI DE COEUR. 근래 TV를 켜도 자주 보이곤 했는데요. 실은 프랑스의 디자이너 알렉산드르 마티유씨가 2012년 설립한 패션 브랜드 ami paris의 하위 라인, '마음의 친구'라는 뜻처럼 '캐쥬얼한 럭셔리'를 의도하며 제작된 브랜드의 로고인데요. 그런데 이 '아미의 친구' 덕택에 '아미'가 최근 5년간 세계 어패럴 시장에서 무려 매출이 5배나 성장했다고 해요. 프라다도, 뷔통도, 그리고 샤넬도 판매가 예전같지 않다는 기사가 속속 이야기되는 가운데, 지난 5년간이라면 코로나 시절도 포함하잖아요. 한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특히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좋아 지난 2024년 11월 기간 한정으로 운영된 '아미'의 카페, 'LE CAFE AMI'는 매일같이 입장 전 줄을 서는 일이 벌어졌다고도 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하트를 달기 이전의 '아미'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아시아 유럽 그리고 미국 시장까지 Z 세대에게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로 성장했다'는 평가.  '마음의 친구', AMI DE COEUR의 덕택인 건 분명할 것 같아요. 그런데 마티유씨는 1980년생, 올해로 마흔 넷. 그와 함께 브랜드 런칭을 했던 니콜라스 샹티 웨일 CEO 역시 그 또래거든요. 그러니까 마흔을 훌쩍 넘은 중년 세대는 어떻게 Z를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요. 그러니까 그 이야기 좀 들어볼까요. 명절에 듣는 그래도 도움이 되는 '라떼는'은 아닐까요.

"목표는 친구가 되는 것, 패션을 바꾸고 싶다는 야망은 없어요."

Q 최근 하트 모양의 로고를 보는 일이 많아졌어요. 근래 시장 상황은 어떤가요.

니콜라스 샹티 웨일 코로나의 영향이 있었지만, 2019년부터 23년까지 5년간 세계에서 매출이 10배 정도 늘어났어요. 23년에는 3억 유로(약 4800억 원)을 넘었죠. 점포도 73곳이 추가로 오픈했고, 종업원은 700명 이상이에요. 그리고 저희는 이를 글로벌한 럭셔리 브랜드로서 자리잡기 위한, 장기적 시점에서의 '아미'다운 스토리가 쌓여온 결과라 생각합니다. '럭셔리 브랜드'라는 건 친밀감을 느끼기 어려운 말이기는 하지만, 럭셔리와 프렌들리는 공존, 양립(両立)할 수 있다고 믿어요. 고객이 10대이든 65살이든, 지금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환영하는 브랜드, 그리고 즐겁게 라이프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이고 싶어요. 모두가 '아미'의 패밀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고, 저희들이 기획하는 것과 소중히 생각하는 것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요. 그리고 '아미'는 잡지나 미디어를 통해 보기만 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실제로 입어보고 친구와 체험을 공유하며 '태어난(生きた)' 브랜드거든요.

Q 특히 젊은 세대로부터 인기가 좋아요. 얼마 전 오모테산도의 팝업 스토어에 줄을 선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층이었거든요. 어린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샹티 웨일  젊은 세대에게 브랜드를 고른다는 건 자신의 '제2의 피부'가 되어줄 것을 고르는 것이자 의사의 표현이라 생각해요. 자신이 몸에 걸치는 것에 대해 모른 척을 할 수 없죠. 그래서 일본이든 프랑스이든 영국이든 젊은 고객들은 디자이너는 물론 브랜드에 대해 깊히 알고 있어요. 저희도 그들에게 많은 걸 전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reach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즐거운 생활을 하는 것. 아름다운 옷을 찾는 것 뿐 아니라 '아미'의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주고, 저희가 제안하는 가치에 공감해줘요. Z 세대에게 옷을 구입하는 것은 스토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거든요. 브랜드가 제안하는 살아있는 체험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커피를 마신달지 아이스 스케이트를 탄달지와 같은 것 말이죠.

Q 매출의 급성장은 AMI DE COEUR의 런칭 효과도 크다고 보는데요. AMI의 전체적인 전략, 가치관이라면 무엇일까요.

샹티 웨일 그건 지역을 불문하고 동일한 전략과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가 항상 생각하는 건 '패션에 혁명을 일으키자'는 게 아니에요. 패션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야심도 없어요. 저희가 추구하는 건 저희들이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옷으로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 사람들을 마중하고 옷을 통해서 저희가 제안하는 체험을 공유하고, 행복해지게 하고 싶어요. 문화나 나라의 차이는 있다고 해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나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몸을 가꾸고 아침에 일어나 골라 입은 옷이 마음에 들었을 때, 거울에 미친 자신이나 회사로 향하는 스스로를 보고 미소가 지어질 때와 같이 말이에요. 그렇게 자신감과 미소를 띄고 출근을 하면 그 행복은 주변으로도 전염이 되죠. 그런 '전도사'와 같은 브랜드가 저희의 목표이고, 미션이라 생각합니다.

1999년 첫 발행해 18년간 누계 판매 부수가 280만부를 돌파. 얼마 전 일본에선 이런 이야기가 보도되었는데...구독자님 무슨 책일까요? 이름 하여 '마이 북', 책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페이지를 열어보면 텅 빈, 빈 종이가 수 백장 묶여 있을 뿐인 그러니까 일견 공책과도 같은 '서적?'이 올해 특히나 인기를 모은다고 화제가 되었어요. '마이 북'은 개인적으로도 몇 해 전 서점에서 발견(전 시부야의 SPBS에서 구매했답니다), 지인에게 선물을 해준 적이 있는데 당시 반응은 '이런 거 젤 싫어' 우스개 소리였지만, 새해를 맞아 새삼 나를 기록해보겠다는 마음 가짐. 그를 이만큼 잘 표현하는 한 권이 있을까요. 몇 해 전까지는 소위 '자비출판', 우리로 말하면 스스로 쓰고 출판까지 하는 '개인 출판'이 늘어나더니 그를 보다 사적 생활로 '편찬' 한 게 아마 '마이북'이라 할 수 있어요. 일본의 약 250년의 역사 '신쵸사(新潮社)'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발행하고 있고, 올해 즉 2025년판은 지난 24년 9월부터 판매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다른 해에 비해 유독 판매가 좋았다고 해요. 특히나 20~24세 구입자가 2021년과 비교해 235% 늘었을 정도라면, 뭔가 젊은 세대와 '마이 북' 통하는 지점이 있는 거겠죠. '계기는 근래 SNS에서 확산되는 '일기한계(日記界隈)'와 관련이 높다고 봐요.'라고 관계자는 이야기하는데, '일기한계'라는 건 트위터에 해시태그로 등장한 게 처음이고 말하자면 '나 오늘 처음으로 OO를 했어'와 같은 사소하고 사적인 기록을 공유하는 것을 가리켜요. 그러니까 이런 걸 하가위해 곧 공유하기 위해 쓰려면 무언가 필요한 것, '마이 북'이 쓰여지는 루트일까요.

 🌜밤에 하던 일을 아침에 해보는 것 

아침이 아닌 저녁 혹은 밤. 간혹 너무 늦게 일어나 아침을 잃어버리거나 반대로 너무 일찍 깬 나머지 이른 새벽녘, 밤의 끝자락을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어떤 생각을 하나요? 얼마 전 한국 배우 심은경도 출연했던 '블루아워'를 보면 주인공 카호(역 이름 스나다)가 고향집에 내려갔다 늦은 밤 문뜩 잠이 깨 창밖을 내다보는 대목이 나오는데요. 영화는 일종의 나를 두고온 나의 이야기를 담고있고 그런 대목에서 '블루아워'란 내게만 존재하는 시간이라며 전 울고 말았었는데요. '밤에 보는 뉴스'를 '아침에 보는 뉴스'라고, '밤'을 '아침'이라고만 바꾸어 레터를 보내며 어쩌면 여기에도 그런 게 스쳐 지나가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했어요. 실은(보다 개인적으로는) 근래 이사를 하고 여러모로 정리할 것들이 가득한 상황 속에서 심지어 독감으로 약 2주를 잃고 많은 생각을 하고 했는데요, 결국 시간을 산다는 것 곧 현재를 사는 게 아니었을까요.

생각을 정리한다고 한들 시침은 이미 달아나버리고 난 뒤이고, 올 설 연휴는 최장 열흘이라 하지만 늘 느끼는 건 '벌써?'이거나 '금방' 그 한 마디잖아요. 오늘 저녁 전 예고치 않은 손님을 마주하느라 기쁨과 반가운 동시에 돌연 하려던 것들이 뒤로 밀리는 사태를 겪기도 했는데, 그 역시 어쩌면 '오늘' 그 안에 차곡히 쌓여가는 시간들은 아니었을까 뒤늦게 생각해봐요. 그러니까 '오늘'이란 거 새삼 묘하다 느끼는데요. 일본에선 지난 금요일, 24일 '절분의 날(節分の日, 소한, 대한, 입춘 등 절기의 전날을 기념하는 '절분의 날')'을 맞이해 크리스피 도넛이 기간 한정 도너츠를 출시하기도 했어요. 올해 '절분의 날'은 2월 2일인데, 일주일 전부터의 '절분의 날'을 기념해요. 이런 걸 보면 단 한 번의 하루란 어쩌면 이미 그 어느 날로부터 시작중이었던 건 또 아닐까요. 화이트 쵸코로 코팅한 도넛에 딸기 나파쥬(Nappage, 잼보다는 글레이즈에 가까워요)를 뿌리고 비터 쵸코로 머리칼을 표현, 개성 강한 도깨비 모양을 만들었는데, 사실 2024년 JR 나고야역 타카시마야 지점 한정판으로 만들어졌던 도넛을 머리칼만 심어 재출시한 버전이에요. 그러니까 지역의 힘. 곧 설에는 고향이 자꾸 생각나던가요.

📫  레터의 다음 호(#155)는 1월의 마지막 날 31일에 찾아올게요.

📃 아래는'블루아워'에 대해, 제가 이렇게 썼더라고요.

📑 그리고 '아카이빙 레터' 1월 2호차 공개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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