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절반 이상 끝나버린 인생, 그럼에도 존엄을 지킨다는 건

예상치 못한 낭보가 들려오고 열흘 즈음, 이제는 돌아볼 시간이 되어줄까요. 10월 이맘쯤 늘 기대와 설렘을 간직하지만 동시에 남의 이야기에 지나고 말았던 노벨상, 그 문학상의 주인공이 한강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뉴스를 처음 들었을 때, 구독자님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나의 기쁨이랄지 놀람 또는 기대와 설렘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수많은 말들이 쏟아졌던 것 같은데요. 아마도 그 중 하나의 공통된 마음이 있다면 왜인지 남의 일인 것만 같지 않은, 조금은 나와의 그 어떤 작은 접점 또는 연결 고리라도 찾아보려는 미약한 안도와 같은 것이었을지 것도 같아요. 알고보니 아시아 여성으로는 처음, 전에 없던 수상이라고도 하는데 이와 같은 상이 갖는 그 주변의 의미들...어디까지 확장하고 말아야 하는 걸까요. 작품이 갖는, 동시에 작가가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와 관련해 해설하고 분석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일이야 우리 모두 각자의 독서의 일부라 할지라도, 일단은 작품 곧 글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인정을 받은 건 아니었을까요?

아무튼 그 어떤 것과도 상관없이 올 10월의 지금은 전에 없는, 아마도 그야말로 처음으로 책에 대해,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의 비단 나 이상의 의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는, 생각하고 마음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번 하루키에 기대를 걸다 실망을 금치 못했던 일본에서도 이번 수상은 화제가 된 듯 싶어 서점가에서, 그리고 출판 업계에서 반응들이 남달랐던 듯 싶은데요, 그 중 가와데쇼보우 출판(株式会社河出書房新社)는 한강 작가의 일곱 번째 장편 '흰'(일본어로는 '모든, 하얀 색의 것들(すべての、白いものたちの)'이란 타이틀로 출판됐었어요), 그리고 자사 문예지인 '문예(文藝, 무려 1933년 창간된 문예지에요)'가 펴내었던 단편집 '교토, 파사이드(ファサード)'에 수록되었던 일한 소설 앤솔로지 '당신이 알고 싶어서(あなたのことが知りたくて)'의 중판을 긴급, 결정했다고 해요. 더불어 한강의 어떤 책을 먼저 봐야 할지 모를 독자들에게 가장 추천한다는 말과 함께 '흰'의 서두 부분을 무료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처음엔 그 공개 범위가 논란이 되어 일시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노벨상이라는 것, 유독 문학계에 가져다주는 의미가 크다고 느끼는 것. 아마 인간에게 있어 글의 의미가 갖는 가치 즉 의미와 같은 무게 때문이겠죠? 가을이 어느덧 무르익어가는 계절에, 오랜만에 책에 대해 그리고 그와 그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했어요. 오늘 레터의 주제 '책과 나와 당신의 모든 것'입니다. 📚

 👦🏻 작고 색다른 것들의 반란, 책 유통 시장의 '다시 쓰기'  

그런데 웬걸, 하지만 어쩌면 하나의 소식이란 예상치 못한 또 하나의 문제를 부상하게 하는, 때로는 반갑지 않은 사건이 되어주기도 하는 것일까요. 한강 작가의 수상 이후 예상치 못한 낭보에 출판계는 돌연 책 찍어내느라 바쁜 시간을 보낸다고 하는 가운데, 동네 책방들에서는 이 또한 예기치 못한 불만들이 터져 나왔어요. 당장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책이 확보되지 않는, 곧 채책방에 책이 도착하지 않는, 대기업 출판사의 유통 불균형이 벌어진 셈인데요. 갑작스런 낭보에 모두가 책방을 기웃거리게 된 시기에 그를 어쩌면 독점하려는 마음이었을까요. 이후 해당 서점 기업은 동네 책방에 유통을 재개했다고(실은 서로의 오해가 원인이었다며)라고 입장을 밝힌 듯 싶지만, 책이 필요한 독자에게 전달된다는 것. 역시나 일상 내 뿌리깊은 책의 인프라가 아닐까요. 근래 일본에서도 2대 유통사 중 하나인 '닛판(日販)'이 편의점 내 유통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뒤, 동네 골목 깊숙이 자리했던 책 상권에 불안한 기운이 돌았거든요. 하지만 동시에 책을 둘러싼 주인은 그를 공급하는 쪽 뿐만이 아니어서인지 이를 보강하려는 움직임이 지역 곳곳에서 일어났고, 결국 또 하나의 유통사 '토한'은 기존 유통 거래보다 작은 규모를 하는  서점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유통 체계를 만들어가겠다는 방안을 공개했어요.

이름까지 새로 지었는데요, 그는 책방을 의미하는 혼야, HONHYA에 L을 붙여 HONYAL(이에 대한 설명을 찾지 못했는데요, 뛰어 읽기를 달리 해 설마 '책(혼本, , 하다(야루やる)'일까요🥲. '잡지를 제외한 서적을 대상으로 100권에서 수 천 권 정도밖에 매장에 두지 못하는 가게의 수요에 응답한다.'라는 목적을 우선으로 발송은 주 1회로 압축, 간략화하고 운송 비용을 줄임과 동시에 기존 거래 시 필요가 되었던 연대 보증인과 보험금 시스템은 폐지하겠다고도 했거든요. 이는 곧 출판업에 진입할 장벽이 낮아진, 곧 누구든 책과 관련 비즈니스를 해볼 수 있는 입구의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가 될거에요. 지난 10년간 일본의 전국 서점 수는 2013년 1만 5602곳에서 1만 918곳으로 약 5천 곳이 감소. '토한' 측은 '(기존의 유통 방식은)출판사 쪽에서 인계된 책을 집약 보관하는 탓에 최소 일정한 운반료가 발생, 이익이 확보되지 않는 서점과는 거래가 어려웠다'는 점을 인정하며, 앞으로의 '혼야르'로 그를 보완, 소액으로도 가능한 책방 비즈니스를 서포트, 각각의 개성 있는 책방 문화가 살아나기를 기대한다'고 했어요. 더불어 근래 한국의 개성있는 독립 서점들의 활기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고 하는데, 아시아 최초 여성 작가의 노벨상을 낳은 곳이라면, 보다 선전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책은 늘, 삶이 흘러가는 그곳에 있을 뿐이에요.

 📇 오직 잡지 만이 남은 이 '쓸모로운 세상'에 대하여 

구독자님, 그런데 왜?라고 혹시 느끼지 않았나요? 위의 '토한'이 시작하는 새로운 책의 유통 사업 '혼야르'에 왜 유독 잡지만 빠져있는 걸까요? 일단은 근래 출판 업계 내 잡지들의 성적이 좋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떠올려보기도 하지만, 그렇다면 앞으로도 종이 잡지의 미래는 점점 더 줄어드는 걸, 이들은 인정해버린 이야기인 걸까요? 다만 동시에 근래 출판 업계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일본의 경우 유독 만화에 기대 버텨오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얼마 전 한국의 엔터테인먼트가 지나치게 웹툰 일편향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 되었던 게 떠오르는데요, 이를테면 일본의 경우 그 웹툰의 자리를 오랜 인기 오락물, 망가가 대신하고 있는 셈인데요. 가령, 지난 해 2023년 출판 업계 적자를 기록한 출판사의 비율은 36.2%에 달했고, 이는 과거 2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이며, 나아가 이익도 감소한 회사의 비율은 60%가 넘었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더할 나위 없이 출판 불황의 시대에 하지만 만화 '원피스'를 갖고있는 '슈에이샤'는 전년 대비 30%에 육박하는 순매출 증가세를 보였고(23년 대비 29.5%가 늘어나 206억 1700만엔) 이는 순이익 200억 엔을 넘은 사건이라 업계 내에서 많이 회자가 되기도 했어요.

그에 더해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코단샤'는 인기 만화 잡지 '주간 소년 매거진'을 필두로 만화 관련 콘텐츠 사업으로 돈을 쏠쏠히 벌고있고, '도라에몽'이나 '포켓몬스터'와 같은 만년 인기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소확관' 또한 그와 별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소위 출판 불황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분위기에요. 하지만, 바로 그것. 출판업을 실은 매우 크게 좌우했던 잡지는 계속 별로 좋지 않은 분위기거든요. 최근 '브루타스'와 '뽀빠이'를 발행하는 '매거진 하우스'가 대대적 인사 이동을 시행한 것 역시 아마도 그런 판매 부진의 여파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매일같이 발행을 포기하는 즉 휴간이거나 폐가 잡지들이 이어지고 있어요. 올해만 해도 월간 예능 잡지 '포포로(ポポロ)'가 휴간을 결정했고, 여성 패션지 'JELLY', 그리고 성우 전묹지 '아니메디아' 또한 휴간을 발표했지만 그게 언제까지의 '휴'간일지, 알 수 없는 사정이랄까요. 심지어 일본의 전통 문화를 영문과 함께 발행해왔던 'Eye-Ai'는 올해 4월 출판사가 도산하는 일까지 벌어졌는데, 1990년대 전성기를 누리며 문화, 그리고 출판 시장의 전에 없던 호황을 가져왔던 잡지, 정말 더이상 미래를 그려볼 수 없는 걸까요.

다만 애당초 잡지의 수익 구조란 판매에서 광고 수입으로 넘어갔던 게 오래이고, 그렇다면 그 광고 수입을 대체할 무언가의 새로운 출구가 필요하다는 셈일텐데 만화 칼럼니스트 모토나리 켄 씨는 '잡지 특유의 강점, 기획력과 브랜드와의 상생을 통한 참신한 아이디어, 그리고 편집력이 승부수'라는 말을 했는데, 그보다 우리가 잡지를 보는 이유 또는 그 습관이란 애당초 무엇이었던가요. 많은 게 디지털, 간편한 리딩이 압도하고 있는 시절에 잡지의 다시 살아갈 내일이란 어쩌면 다름아닌 텍스트, 활자, 그러니까 '보다'로는 절대 커버할 수 없는 그 살아있는 리얼한 실시간 정보와 글들은 아닐까요. 가장 오랫동안 편집장을 맡았던 '브루타스'의 니시다 젠 씨는 '잡지는 곧 카피의 미디어다'란 말을 하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이렇게나 잡지가 부진한 건, 역시나 쓸모와 보이는 필요를 찾아 나서는 인간-사람의 실용적인 삶의 태도 때문은 아닐까요. 잡지는 곧 카피의 미디어다, 전 괜시리 잡지적 글쓰기에 대해 생각해보았어요.

 📚 마을이 그렇게 하는 것 / 센토에 책방이 빠진 날 그리고 / 콘셉트는 탕에 몸을 담구었을 때와 같이 

그런데 구독자님, 예기치 않게 책에 대해 말하고 읽고 생각하는 이 반가운 계절에 그래서 뭐가 어떻게 더 좋아지거나 덜 나빠진 걸까요. 언제나 늘 무언가에 따른 OO특수는 있기 마련이라 이번 또한 그와 비슷한 한바탕 축포거나 가열된 애국심과 같이 지나가버리는 건 아닐까 싶어지기도 하는 게, 여지없이 내일을 걱정하고 마는 살아감에 대한 숙제인 것 같아요. 실제로 여전히 동네 책방들이, 그리고 출판 시장 전체가 오랜 부진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동시에 수많은 볼것에 의해 일상의 독서를 위한 가용 시간이 줄어가는 마당에 필요한 건 아마도 거대한 한 번의 축포가 아닌, 일상 깊숙이 곧 삶과 함께 살아갈 책의 자리, 바로 그것인지 모르겠거든요. 지난 7월 도쿄의 소위 후루기(古着), 헌 옷 마을이라고 알려진 코엔지에는 좀 별다른 책방이 문을 열었는데요, 이름하여 '요무노유(読夢の湯)', 어딘가 좀 이상하죠? 한자를 가만히 들여다봐도 생소한, 어딘가 어색한 게 본 책방을 위해 지어진 이름이라 생각되는데요, 풀어보면 책을 읽을 때의 '요'와 꿈속에서의 '무', 그리고 동네 목욕탕의 '유'가 합쳐져 설마 센토를 콘셉트로 하는 책방이 동네에 문을 열고 말았어요. 이를테면 책과 함께 꿈을 꾸는 듯한 그런데 탕과도 같은 편안함의 책방인 걸까요? 혹, 젖거나 습해져 책이 상하는 일이 발생하진 않을까요.

일단은 센토와 책방, 어떻게 가능한 조합일까 싶어지기도 하는데 최근 센토 또한 운영진의 고령화와 시설의 노후, 그로 인한 폐업이 줄을 잇는 게 꼭 지금의 책방만 같잖아요. 고로, 업태의 유사점은 없지만 세월을 살아온 방식, 그리고 그 현재형의 처지가 어쩐지 오버랩된다고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리고 이런 게 오히려 오랜 세월의 과제와도 같은 지금의 책방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어지기도 하는데요. 책방을 오픈한 와타나베 켄시 씨는 지금의 출판 시장이 위기라고 말하며 '책방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책만이 아닌, 무언가의 엔터테인먼트가 더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말하거든요, 그래서 아마 많은 책방들이 책XOO와의 조합을 시도하며 문화 융합형 공간으로서 책방을 실험했던 거겠죠? 다만, 이와 같은 발상은 여전히 유효해 와타나베 씨 말에 의하면 '예전엔 아쿠타가와나 나오키 상, '혼야대상' 등을 수상하면 10~20만부, 작품에 따라서는 50만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상을 탄다고 해서 반드시 베스트셀러가 된다고 할 수 없는 사정'이에요. 그리고 이러한 독서 이탈 현상은 근래 점점 더 늘어나는 수많은 볼거리, 일상 지근 거리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이랄지 최근엔 OTT 등의 영향이 클 수 밖에 없거든요.

'쇼츠나 게임 등에 사용 가능한 시간을 빼앗겨버린 가운데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이점을 앞으로 더 전해야하는 게 출판 업계의 임무라 생각했습니다.' 이건, 와타나베 씨가 책방을 열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한데, 와타나베 켄지. 십 수년 출판 관련 업체에 종사하며 책의 프로모션과 영상 제작 및 이벤트의 기획과 운영 등의 일을 해온, 소위 '업계' 사람이에요. 그래서 아마 더 책이 책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전달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거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센토X책방이 단숨에 이해되는 건 아닌 것도 같은데, 책방이라는 것 어딘가 늘 항상 우리 동네란 맥락 안에 놓여있지는 않았을까요? 지금이야 대부분 인터넷 클릭으로 필요한 도서를 구입하는 형편이지만, 그 이전 시절엔 동네의 책방이 독서를 위한 가장 지근거리의 창구 역할을 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에 더해 와타나베 씨는 책방의 입점과 관련 '마을이 필요로 하는 책의 방식'이 있다고도 말하는데요, 가령 코엔지의 경우 앞서 적었듯이 후루기의 마을이고 동시에 저희 레터에서 소개한 바 있는 80년 전통의 센토 '코스기유'가 위치한 마을이며, 더불어 최근 '코스기유'가 센토를 기반으로 한 마을 재생에 힘쓰고 있는 곳이거든요. 그렇다는 건, 곧 쓸모와 필요, 자본과 발달의 논리를 비켜 자생하는 문화가 아직,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한데,

와타나베 씨 역시도 '코엔지에는 소설가나 만화가들도 많이 거주한다'며 , 책과 관련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개인 영업을 하기에 용이한 조건의 마을'이라는 말을 해요. 즉, 조금 과장해 말해보면 '마을이 그렇게 한다'의 실천이 지금의 책방이 다시 일어나는 모습, 그 현장일까요. 센토의 책방, 또는 책방의 센토 '요무노유'는 먼저 신발을 벗고 들어서야 하는 조건이 있고,이는 입구 앞의 일러스트 간판이 말해주듯 '신발을 벗고(くつぬぐ) 편히 머무르다(くつろぐ)'를 구현하기 위함이기도한데, 그렇다는 건 센톽 갖는 몸도 마음도 청결히 한 뒤의 세상 편안하 기분을 본 책방이 계승하고 있다고 적어보아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을까요. 다만, 와타나베 씨는 신발을 벗는 것에 대해 책의 도난 방지 또한 이야기했거든요. '전국 서점에서 연간 200억엔 규모의 만비키(도난)가 일어나요. 만비키 피해에 의해 폐점을 하게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뜨끈뜨끄한 다다미 방에 누워 맘 편이 책을 읽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이지만, 책방이 어쩐지 센토 대청 마루에 누워버린 것만 같은 이 이야기. 책방의 미래는, 어쩌면 동네의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마음 평안한 자리에 있는 건 아닐까요? 

🍁 가을 바람의 목소리, 지금 우리 일상의 멜로디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야, 그도 아닌 우린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잖아. 기타노 타케시의 오래 전 영화 '키즈 리턴'의 이 대사는 어느덧 청춘을 위안하는 대표적 수사가 되어버린 것도 같은데요, 달리 말하면 우리의 결심들. 가령 무언가를 하겠다거나 혹은 하지 않겠다, 아니면 다른 방법을 택하고 지금과와는 다르게 살아본다 등. 이러한 마음의 결심 나아가 행동이란 대부분 늦은 걸까요, 아니면 너무 섣부른 걸까요? 하지만 세상이란 대다수 이렇게 고민한 겨를도 없이 그저 흘러가고 잊혀져버리는 바람에 실제 돌이켜보면 고민해본 시간이 아득하게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지난 몇 주를 보내며 전 세상 그 어떤 후회도 결코 늦거나 이른 건 없다고 조금은 알아차린 것도 같았어요. 소위 후회라는 건 해서 득이 될 게 없는 그렇다고 무언가가 달라지지도 않는다며 부정적으로 사고되기 마련이지만, 세상 후회 없이 산다는 건 역으로 생각해보면 저는 좀 소름이 돋거든요. 매번 완벽할 수도, 완전할 수 없는 사람-인간으로서 후회란, 그야말로 다시금 나를 믿어보는 단 한 번의 기회는 아닐까요. 

벌써 몇 년전 한참 빠져있던 록밴드 '크리프하이프'의 보컬이자 글도 쓰는 오자키 세카이칸 씨가 두 번째로 아쿠타카와상 후보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계속 쓴다는 것, 지치지 않고 또는 지쳤다 하더라도 잊지 않고 돌아와 다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란, 그야말로 인간-사람으로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멋짐'일 것 같았어요. 영화 '백엔의 사랑' 엔딩곡으로도 쓰였던 그들의 벌써 수 년전 음악을 보면 정말로 세상은 온통 실패 뿐이었거든요. 그러니까 구독자님, 지금은 포기를 할 때일까요? 아니면 포기를 포기해야 할 계절일까요.

📬 아니 부쩍 뜸해진 레터 발행에 깊이 송구스러운 마음을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요즘, 다음 번 레터는 11월 첫 주에 찾아뵙겠습니다.🙇🏻‍♂️🙇🏼

📚 그리고 아래는, 함께 보면 좋을 레터들 모아 보았어요

山手線’s 뉴스 배달부

SNS's and more

에세이란 건 참 범위가 넓지요?! 

가장 개인적인 글의 아카이빙, 혹은 brunch 

퍼블리에서의 작업들 

'폴인'에 기록한 '도쿄를 바꾸는 공간들, 2021' 

22년의 07월, 책을 만들었어요 두 번째 자기출판, 13월의 아침

📧 monoresqu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