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어린이의 눈으로 본 세 명의 조각가

소마미술관, ≪조각의 숲≫ ≪조각이 꿈+틀≫

2025.10.31 | 조회 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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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 방문하고 보이는 것들에 대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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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님, 올림픽공원에 가본 적이 있나요? 인근에 거주하는 분이라면 산책 장소로 익숙할 수도 있고, 주말이면 종종 공연장을 찾는 소녀들로 붐비기도 하죠. 공원 방문 경험이 있다면 아마 지나다니면서 몇몇 조각을 본적이 있을 거에요. 예를 들어 올림픽공원역에서 공원 안쪽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엄지손가락 앞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죠. 이 손가락은 세자르 발다치니의 청동 작품으로, 1988년 제작된 세계에 7개밖에 없는 대형 엄지손가락 조각상입니다.

사실 올림픽공원의 정확한 명칭은 서울 올림픽 조각공원입니다. 올림픽공원은 1986년 준공됐는데, 2년 뒤인 1988년 조각공원으로 재조성됐습니다. 당시 약 23만평의 대지 위, 193점의 조각 작품이 공원 전역에 분산 설치됐는데요. 공원 안에 위치한 소마미술관은 조각을 꾸준히 재조명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드로잉 작품을 중심으로 하는 1관과 달리, 최근 2관에서는 남녀노소가 모두 방문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를 중심으로 선보이고 있어요. 지난 달 오픈 한 ≪조각의 숲: 달밤 여행≫과 ≪조각이 꿈+틀≫ 전시 모티프가 된 세 조각가의 작품을 이번 레터에서 살펴봤습니다.


폴 반 헤이동크 <코끼리 인간>

폴 반 헤이동크 <코끼리 인간> ⓒ소마미술관
폴 반 헤이동크 <코끼리 인간> ⓒ소마미술관
≪조각의 숲 : 달밤여행≫ 내 스튜디오 1750 전시 전경 (<태초의 숲> <다섯 번째 계절>) ⓒ클로이
≪조각의 숲 : 달밤여행≫ 내 스튜디오 1750 전시 전경 (<태초의 숲> <다섯 번째 계절>) ⓒ클로이

소마미술관 2관에서 열리는 ≪조각의 숲 : 달밤여행≫ 전시는 폴 반 헤이동크의 <코끼리 인간>이 '밤이 되면 살아 움직이는 코끼리 캐릭터가 되어 움직인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환상적인 미디어 아트와 아크릴 조각이 펼쳐지고, 새하얀 동식물과 알록달록한 공 등이 군집을 이뤄 매혹적인 풍경을 연출합니다. 그 중에서도 '달밤 동물원'을 연출한 스튜디오 1750의 작업 <태초의 숲>, <다섯 번째 계절>이 마치 우리가 모르는 생명체를 만나는 것 같아 눈길을 끌었어요. 천, 송풍기, MDF, 러그 등으로 만들어진 신비롭고 무해한 동식물의 세계에 초대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벨기에 출신 조각가이자 화가인 폴 반 헤이동크(Paul Van Hoeydonck, 1925-2025)는 우주에 대한 철학적 개념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조각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대표작으로 달에 설치된 '추락한 우주비행사'가 잘 알려져 있는데요. <코끼리 인간>은 그의 작업 중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 듯한 또다른 생명체에 대한 긍정적 생각이 반영된 작품입니다. 전시를 보고난 후 조각 공원에서 코끼리 인간을 한번 찾아보세요. 조각 작품에 대한 작가의 설명을 함께 보면, 전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른 태양계에 우리가 모르는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구상의 몇몇 곤충들을 확대해보면 마치 괴상한 인간의 형상같이 보이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적인 눈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일 수 있다. 작가는 동서양 사람들이 서로의 모습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던 것이 불과 몇세기 전이었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언젠가 만날지도 모를 다른 생명체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을 도모하고자 이 작품을 만들었다."


데니스 오펜하임 <위장지>

데니스 오펜하임, <위장지> ⓒ연합뉴스
데니스 오펜하임, <위장지> ⓒ연합뉴스
≪조각이 꿈+틀≫ 데니스 오펜하임 전시 전경 ⓒ클로이
≪조각이 꿈+틀≫ 데니스 오펜하임 전시 전경 ⓒ클로이

소마미술관 2관에서 함께 열리는 ≪조각이 꿈+틀≫ 전시는 올해 2회차를 맞이한 '올림픽조각체험프로젝트'로 기획됐습니다. 작년 문신 작가와 헤수스 라파엘 소토에 이어, 올해는 데니스 오펜하임과 호셉 마리아 수비라치의 조각 작품을 활용한 체험 공간을 선보입니다. 미국 출신의 예술가 데니스 오펜하임(Dennis Oppenheim, 1938-2011)은 공간과 환경, 인간의 경험을 독창적인 형태로 엮는 개념미술가입니다. 대지미술과 퍼포먼스 아트를 거쳐 공공미술, 설치미술 분야에서 활동했습니다. 전시의 모티프가 된 조각 <위장지>는 감추고 변신하는 위장(lmpersonation)과 역(Station)이 합쳐진 이름입니다.

원작의 형태를 보면 문, 창문, 굴뚝, 계단 등이 자유롭게 재배치되어 조합을 이루고 있는데요. 이를 재해석해 전시장 천장에 매달린 문, 아무 곳으로도 연결되지 않는 계단 등을 보면, 본래의 기능을 벗어나 자유롭게 나열된 건축적 구조가 재미있습니다. 관람객은 이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탐색하면서 작품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리고 작품은 움직이는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죠. '역(station)'이라는 공간이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이 오가고 이동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인 것처럼요. 오펜하임은 작품을 통해 '나'라는 사람이 어디서, 누구와 함께하는지에 따라 계속해서 변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호셉 마리아 수비라치 <하늘기둥>

호셉 마리아 수비라치 <하늘기둥> ⓒ소마미술관
호셉 마리아 수비라치 <하늘기둥> ⓒ소마미술관
≪조각이 꿈+틀≫ 호셉 마리아 수비라치 전시 전경 ⓒ클로이
≪조각이 꿈+틀≫ 호셉 마리아 수비라치 전시 전경 ⓒ클로이

스페인 출신의 조각가이자 화가인 호셉 마리아 수비라치(Josep Maria Subirachs, 1927-2014)는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삶과 존재를 탐구했습니다. 대표작으로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전면에 조각된 '수난의 파사드'를 들 수 있습니다. 성당 조각을 통해 종교라는 주제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듯이, <하늘기둥>에서 작가는 한국적인 주제를 고국의 요소와 함께 조각에 융화시킵니다. "수직적 형태는 태극기의 ‘음양’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고, 세 개의 입면체는 하늘을 상징한다. 이들을 각각 다른 색채와 질감으로 표현함으로써 한국의 전통을 횡단하는 음양사상을 하늘 한가운데에 드러내었다."
하늘을 상징하는 붉은색의 세 개의 직선을, 두 개의 거대한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하늘기둥>은 서로다른 색채와 질감을 사용해 작가의 고향인 스페인의 요소를 함께 표현했습니다. 단단한 재료와 각진 모양 때문에 서로 조화를 이루지 않을 것 같지만, 함께 놓아보면 결국 이어지고 잘 어우러집니다. 수비라치는 하늘과 땅, 삶과 죽음, 과거와 미래 등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연결하려는 뜻을 조각에 담았습니다. 전시장에서 하늘 기둥의 각 부분을 닮은 다양한 다각형 기둥 쿠션을 움직여보세요. 이를 자유롭게 쌓고, 조합하고, 흐트러뜨리는 동안 '잘 어울리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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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정보

≪조각의 숲 : 달밤여행≫

≪조각이 꿈+틀≫

소마미술관 2관

2025.09.26(금) - 2026.02.08(일)


참고

소마미술관 : 서울 올림픽 조각공원 작품맵

소마미술관2관 《조각이 꿈+틀》 전시소개 영상

KMSKA - Royal Museum of Fine Arts Antwerp 《Fallen Astronaut: Tribute to Paul Van Hoeydonck》

University of Liège archives: Paul van Hoeydonck, l’archéologue du futur

DENNIS OPPENHEIM: TERRESTRIAL LANDSCAPE

ESPAI SUBIRACHS : Biography

신명진·성종상·배정한, 「88 올림픽공원 조각공원의 조성 과정 및 전후 담론의 해석, 『한국조경학회지』, 2020

[여행honey] 동네공원 같지만 거장의 조각품들로 가득, 연합뉴스, 20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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