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지난 2-3주 동안은 첫 인사가 날씨가 너무 덥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요, 이제 정말 9월을 목전에 두니 날이 조금은 선선해진 것 같습니다. 특히 해가 지고 나면 찌는 듯한 더위가 아닌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느껴지는 것 같아, 이제 곧 가을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 며칠 퇴근길에는 높은 하늘에서부터 가을이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해도 빨리 지는 느낌이라, 가을이 오는 반가움과 함께 묘한 센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답니다. 어찌됐든 얼른 9월이 되서 본격적인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날씨가 되길 바래봅니다.
오늘의 주제는 회사에서 동료분들과 대화를 하다가 문득 떠오른 주제입니다.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위스키 이야기가 나왔는데, 동료 분들은 대부분 위스키에 크게 관심이 없는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발베니"에 대해서는 다들 아시더라구요. 동료분들은 모두 발베니라는 위스키가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발베니가 상당히 인기가 있었던 것도 아시고 많은 분들이 또 발베니를 마셔보셨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대화에서 문득 궁금하기도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위스키를 잘 모르는 분들도 어떻게 발베니는 아실까? 대한민국에서 발베니가 싱글몰트 위스키의 대표 주자로 인식되는 것 같은데 왜 그럴까? 발베니가 알려진 것이 사실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언제부터 발베니는 이렇게 핫했을까? 하는 이런 질문들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주에는 도대체 발베니라는 위스키는 어떤 위스키이며, 우리나라에서 왜 이렇게 인기있는 위스키가 되었는가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발베니는 잘 알려져 있듯이 스코틀랜드의 스페이사이드에 위치한 발베니 증류소에서 생산하는 위스키 입니다. 발베니는 사실 또다른 유명 위스키인 "글렌피딕" 증류소를 만들었던 윌리엄 그랜트가 두 번째로 설립한 증류소 인데요, 전통을 중시하는 곳이라 아직까지도 보리의 일부를 직접 재배해서 쓰고 보리를 발아 시킨 후 건조시키는 과정인 "몰팅" 과정을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수작업으로 하는 "플로어 몰팅"을 고집하는 몇 안되는 증류소 중 하나 입니다.
사실 발베니하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 한 분 계신대요, 바로 발베니의 전설이자 살아있는 역사, 디스틸러리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 입니다.
데이비드 스튜어트는 1962년 17살의 나이로 재고 관리 담당 직원으로 입사하여, 발베니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는데 우연히 위스키 감별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당시 몰트 마스터의 눈에 들게 되어 무려 12년간의 견습 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난 후, 그의 탁월한 재능을 인정받아 29살이 되던 1974년부터 발베니 몰트 마스터로 활약하게 되지요.
데이비드 스튜어트가 유명해지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스카치 위스키에서 최초로 "캐스크 피니시"를 입힌 위스키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입니다. 지난 레터의 주인공이었던 엔젤스 엔비(Angel's Envy)가 버번 위스키 최초로 캐스크 피니시를 입혀 인기를 끌었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지금은 싱글몰트에서 너무나 보편적인 제조 방식이 된 캐스크 피니시를 80년대에 데이비트 스튜어트가 최초로 적용했던 것입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발베니 더블우드 12년도 이 캐스크 피니싱 기법을 적용하면서 아메리칸 오크에 있던 위스키를 스페인 셰리 와인 캐스크에 옮겨담아 향을 내는 시도로 만들어지게 되었지요.
이 데이비드 스튜어트 마스터는 약 60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작년 마스터 자리에서 은퇴하게 되는데요, 그 이후에는 2018년에 이미 26살의 나이로 데이비드 스튜어트에 의해 후임자로 지명된 첼시 매커크니(Kelsey McKechnie)가 자리를 이어 받게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젊은 여성 마스터인 그녀는 말그대로 천재적인 감각을 지녔다는 평을 듣는데요, 첼시 매커크니의 발베니 위스키는 또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아마도 제 뉴스레터를 보시는 분들이라면 대부분은 발베니, 특히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은 한번쯤은 마셔보셨을 것 같은데요, 다들 이 위스키에 대한 감상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기억에 남는 강렬한 감상이 있으셨나요?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인기가 높아진 위스키 인데요, 한국에 위스키 붐과 위스키 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위스키를 처음 좋아하기 시작한 2019년만해도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은 7-8만원대였는데 위스키 붐이 일어난 22년에는 12만원대까지 가격이 올랐으니 엄청난 인기였지요. 그러다가 전반적인 위스키 붐이 한풀 꺾긴 요즘은 9만원 후반~10만원 초반대 정도면 어렵지 않게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을 구할 수 있습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여러분이 느낀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은 어떤 위스키셨나요? 저는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을 떠올리면 언제든 먹기 좋은 편안한 위스키라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발베니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기본에 충실한 무난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스키 치고는 높지 않은 40도의 도수와 알콜향이 거의 나지 않는 부드러운 향, 무엇보다 바닐라향과 꿀향이 오묘하게 섞인 달달한 맛을 베이스로 하고 셰리 느낌까진 더한 향과 피니시에 살짝 섞여나오는 스모크까지 싱글몰트 위스키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맛과 향이 처음 위스키를 접하는 분들께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다가 이쁘고 있어보이는 듯한 병모양과 합리적인 가격까지 인기를 얻을 수 밖에 없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요.
앞으로도 발베니가 인기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저는 그렇다라는 대답을 할 것 같습니다. 발베니는 여러가지로 상징적인 위스키이기도 하고 그 명성답게 맛과 향도 훌륭한 위스키이기 때문이지요. 저도 개인적으로 발베니의 가치를 높게 생각해왔기에 꽤 오래전에 사두고 간직해온 발베니 위스키가 있습니다.
바로 발베니 더블우드 17년 입니다. 유명한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에서 5년을 더 숙성시켜 나온 위스키인데요, 이 위스키는 현재 단종 되어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 위스키 입니다. 저는 이 위스키를 몇년전에 20만원 초반대에 운좋게 구매했는데요, 지금 이 위스키의 시세는 최소 50만원대에서 높게는 70만원대까지 호가가 형서되어 있다고 합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이렇게 좋은 위스키들을 사두면 나름의 심리적 재테크가 되기도 합니다.ㅎㅎ 이 이야기를 드리는 것은 첫번째로는 좋은 위스키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자랑(+_+)이기도 하고, 두번째로는 좋은 위스키를 구매했을 때, 그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발베니는 소장가치가 있는 훌륭한 위스키였기에 사실 20만원대의 꽤나 비싼 위스키를 구매했고 시간이 흘러 그 가치가 인정받아 더 높은 가치를 가진 위스키가 된 것 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발베니는 그 인기와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발베니 위스키 특히 데이비드 스튜어트의 발베니 위스키는 소장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발베니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너무나 유명한 위스키라 오히려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조금은 어려웠는데요, 그래도 여러분께서 새롭게 듣는 이야기들이 있으셨기를 바래봅니다.
이제 다음주면 9월이 시작됩니다. 얼마 전만해도 매미가 우는 소리가 한창 들렸었는데, 오늘 밤은 어느덧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려오네요. 이제 바야흐로 본격 가을의 시작이 다가오려나봅니다. 구독자 여러분 모두 여름의 끝자락, 가을의 시작을 아름답게 맞이하시기를 바라며, 이번 주말도 휴식과 여유가 함께하는 행복한 주말이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다음주에 또 더 재밌는 위스키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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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멸 ㅣ
긴글인데 너무 재밌게 잘읽었어요 이런 역사를 포함한 위스키글 좋아요! 감사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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