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지난 한 주도 잘 지내셨나요? 이제는 정말 찌는듯한 더위는 가시고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함이 피부로 느껴지는 날씨가 되었네요. 어느덧 9월, 정말 가을이 왔습니다. 첫 뉴스레터를 쓰던 날부터 뉴스레터의 시작은 날씨와 계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왔는데요, 정말 추운 겨울을 지나, 아름다운 봄 그리고 무더웠던 여름을 모두 지나고 가을이 오니 기분이 또 한번 새롭습니다. 저의 목표는 우선 100번째 뉴스레터까지 꾸준히 뉴스레터를 쓰는 것인데요, 그 때까지 몇번의 계절을 또 겪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떠한 새로운 감정들을 느낄 지 기대가 됩니다.
오늘은 제가 막 위스키를 좋아하기 시작할 때에 추억이 담긴 위스키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바야흐로 19년 3월, 위스키를 알기 시작한지 한두달쯤 되었을 무렵 저는 그 당시 집 근처에 매일같이 바에 가서 위스키를 마시곤 했었습니다. 퇴근하고 바에 있는 모든 위스키를 다 먹어보겠다는 마음으로 한잔씩 마시던 시절이였지요. 그러다가 이따금씩은 호기롭게 바틀을 구매해서 먹어보기도 했었지요. 그 당시 한창 위스키를 먹으러 다니다가 "오! 이 위스키는 너무 괜찮다!" 생각해서 바틀로 한병 구입해서 바에 킵해두고 한참 맛있게 마셨던 위스키가 바로 "크라겐무어(Cragganmore) 12년" 입니다.
당시 마셨던 여러가지 위스키 중 굳이 크라겐무어 12년을 1병 샀던 것은 위스키 초심자에게는 너무나 즐기기 좋은 많은 특징들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첫번째로 크라겐무어 12년은 정말 향이 아름다운 위스키입니다. 크라겐무어의 향을 표현하자면 꿀과 꽃과 스모키함이 더할나위 없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모 바텐더 분은
"피트향이 코끝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가면 달콤한 꿀향, 선선한 바람이 들판에서 옮겨 온 듯한 허브와 꽃향기가 퍼지는 순간이 정말 매력적이다."
라고 표현했을만큼 매력적인 향과 맛이 특징입니다. 보통 위스키를 마실 때, 저는 달달하다는 표현을 하면 크게 초콜렛 같은 달달함과 꿀같은 달달함 두가지로 나누어 표현을 하는데요, 이 크라겐무어의 경우에는 정말 꿀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달달함이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달달함에 꽃향이 어우러져서 묘한 귤향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위스키 입문자였던 19년 저에게 이 크라겐무어의 매력은 큰돈을 내고서라도 바틀로 사서 마셔보고 싶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두번째로 크라겐무어 12년은 부드럽습니다. 첫번째 특징과 이어지는 장점인데요, 도수가 40도에 지나지않아 위스키 치곤 상당히 마일드한 편에 속합니다. 그러다보니 높은 도수 위스키에서 느낄 수 있는 알콜향이나 코끝을 찌르는 부담스러운 향이 없어서 더욱 좋았지요. 도수가 적당하다보니 맛과 향에서도 뭔가 발란스가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세번째 특징은 크라겐무어는 유명한듯 아닌듯 마치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보물 위스키를 나만 아는 듯한 정도의 유명세가 19년 위스키 입문자 Sara 에게는 매력적이었습니다. 마치 홍대병처럼 남들 다아는 위스키보다 남들이 좀 모르는 보물같은 위스키를 찾고 싶던 그 당시 어린 저에게 크라겐무어는 아주 매력적인 위스키였지요.ㅎㅎ 지금은 남들이 잘 모르는 위스키를 찾기보다 제 취향에 맞는 위스키를 찾게 되었지만, 그 당시의 저에게는 뭔가 숨겨둔 보물같은 위스키를 찾는 것이 더 신났기에 크라겐무어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었습니다.
크라겐무어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숨겨진 좋은 위스키로 꼽는 위스키이기도 합니다. 사실 크라겐무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위스키 중 하나인 "조니워커"의 키 몰트를 제공하는 증류소 입니다. 조니워커 뿐만 아니라 올드파, 윈져 등의 키 몰트이기도 하지요.
크라겐무어 증류소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에 1800년 중반에 세워진 역사가 상당히 있는 증류소 입니다. 재밌게도 크라겐무어 증류소는 토양이 좋거나, 물이 좋은 곳이 아닌 기찻길 옆에 위치해 있다고 합니다. 필요한 물자들은 기차로 받고 또 만들어진 위스키를 기차로 나르기 위함이었는데, 그 이전에는 기차로 위스키를 나르는 것이 거의 없었던 시대에 크라겐무어 증류소의 설립자 존 스미스는 기차를 통해 위스키를 유통시키는 데에 성공한 최초의 인물이라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크라겐무어 12년은 제가 여러번 이야기 드렸던 전설적인 위스키 평론가인 마이클 잭슨이 몰트 중 가장 복잡한 향을 가지고 있고 신선하고 섬세한 향을 가졌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던 위스키이기도 합니다.
무난하게 맛있는 위스키를 마시고 싶을 때, 가끔 크라겐무어를 찾아마시곤 합니다. 크라겐무어 12년은 바틀로 구입해도 9~11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고 바에서도 만원 초반대로 충분히 마실 수 있는 위스키인지라 가격적인 메리트도 훌륭합니다. 19년의 저처럼 위스키를 막 좋아하기 시작한 입문자가 1병정도 구입해서 마셔보기에 아주 좋은 가격과 매력입니다. 특히, 크라겐무어는 마시다보면 그 특유의 특징이 굉장히 잘 느껴져서 다른 위스키와의 구분점을 느낄 수 있다는 면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제가 19년 3월에 썼던 크라겐무어에 대한 감상에서도 "3월 한달 꼬박 열심히 마쳤더니 지금쯤은 다른 위스키와 크라겐무어를 나란히 두고 맛으로 구별해보라하면 구별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무모한 자신감이 든다"고 써두기도 했습니다. 여러 면에서 매력을 갖춘 크라겐무어를 한번 마셔보시면 제가 드렸던 많은 이야기들에 공감하실 수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제가 19년부터 간간이 써오던 위스키 블로그를 살펴보다가 오늘의 주제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19년부터 4년간 16개 정도 글을 쓰다가 조용해진 블로그인데요(ㅎㅎ) 고작 16개밖에 되지 않는 글이지만 그때의 저의 생각과 감상들을 느낄 수 있어 기록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편으로는 더 기록하지 않았음에 대한 후회가 되기도 하더라구요. 지나가는 순간을 잡을 수는 없으니 기록으로 그 시간을 간접적으로나마 잡아두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는 한 주였습니다. 구독자 여러분들도 기억에 남는 순간, 감상들을 글로, 영상으로 다양하게 남겨 보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의 위스키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입니다. 모처럼 산뜻하고 시원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 멋진 공기를 만끽하시면서 이번주 주말에는 가까운 바에 방문하셔서 맛있는 위스키와 가을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다음주에 또 더 재밌는 위스키 이야기를 가지고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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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와까치
항상 잘 보고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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