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지난 한주도 잘 보내셨나요? 여러가지 일들로 다이나믹한 일주일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매일매일 쏟아지는 뉴스에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나라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하게되는 한 주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 틈에 금토일, 주말을 활용해 제 고향인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부산에 가서 가족들도 보고 해운대 바다도 보고, 짝꿍이 먹고 싶어 하시던 초량 차이나타운의 간짜장도 먹고 왔는데요, 대내외적인 일로 머리가 복잡하던 와중에 휴식과 위안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뉴스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내용의 결론이 나왔으니, 구독자 여러분께서도 본격적인 연말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즐겁게 송년회도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면서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리에게도, 자영업자 분들에게도 그리고 더 나아가 나라에도 더 좋은 방향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두 보름 남짓 남은 24년 연말, 즐겁고 신나고 따뜻한 시간이 되시길 빕니다.
오늘 위스키 뉴스레터의 이야기는 지난주 뉴스레터에서 이어지는 내용인데요, 바로 스프링뱅크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스프링뱅크가 아닌 위스키 이야기 입니다. 위스키에 대해서 깊은 관심이 있는 분들이 아니라면 스프링뱅크 증류소에서는 스프링뱅크만 생산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스프링뱅크 증류소에서는 스프링뱅크 외에도 롱로우(Longrow)와 헤이즐번(Hazelburn)이라는 위스키를 생산합니다. "스프링뱅크와 아이들"과 같은 느낌인데요ㅎㅎ 거기서 "아이들"을 담당하고 있는,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이 있는 좋은 위스키 롱로우와 헤이즐번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프링뱅크 증류소에서는 스프링뱅크 위스키를 약 80% 정도, 롱로우와 헤이즐번을 각각 10% 정도 생산합니다. 스프링뱅크와 롱로우, 헤이즐번은 모두 지난 뉴스레터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전통적인 몰팅 즉, 플로어 몰팅을 통해 만들어지며, 생산의 모든 단계 또한 온전히 스프링뱅크 증류소에서 관리됩니다.
이 세 위스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피트향의 정도의 차이입니다. 피트향에 대해서는 뉴스레터에서 여러번 말씀드렸었는데요, 묘한 약품향 같은 향이 나는 위스키를 피트 위스키라고 하고 이 피트 위스키는 주로 스코틀랜드 아일라 지역에서 생산된다고 많이 말씀드렸었지요. 사실 이 피트 위스키는 아일라 지역 뿐만 아니라 캠벨타운 지역에서도 생산됩니다. 물론 아일라 지역 만큼 아주 강한 피트향은 아니지만 적절하게 가미된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피트향을 가지고 있어 캠벨타운 위스키 또한 매니아가 상당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스프링뱅크, 롱로우, 헤이즐번 이 세 위스키를 비교하는 가장 큰 특징이 피트향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차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 완전히 피트 처리된 몰트로 만들어, 2회 증류하는 진한 피트향의 "롱로우"
- 짧게 피트 처리 된 몰트로 만들어, 2.5회 증류하는 가벼운 피트향의 "스프링뱅크"
- 피트를 쓰지 않고 3회 증류하는 논피트(Non Peat) "헤이즐번"
정리하자면 피트향의 강도 순으로 따지면 롱로우>스프링뱅크>헤이즐번(논피트) 순입니다.
피트향이 강하게 나는 롱로우의 경우는 캠벨타운에서 아일라 스타일의 위스키 생산의 가능성을 보여준 위스키이기도 합니다. 피트의 수치를 나타내는 ppm 수치도 롱로우의 경우 40~55PPM정도로 나와서 아일라 대표 위스키인 라가불린이나 라프로익과 유사한 수치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강한 피트향으로 인해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도 하고, 롱로우를 마시느니 차라리 아일라 위스키를 마시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롱로우를 마셔야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색다른 피트 위스키라는 점과 캠벨타운 특유르 짭짤한 향이 어우러져 좋은 맛을 낸다라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롱로우를 이 롱로우 피티드라는 위스키로 접했었는데요, 버번과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된 NAS 위스키인 롱로우 피티드 위스키는 피티함에 대한 큰 기대없이 마셨다가 생각보다 강한 피트향에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강한 피트향에 캠벨타운 특유의 짭짤항 맛과 우디한 향이 어우러진 맛인데요, 버번과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되었다곤 하지만 저에게는 버번, 셰리 캐스크의 특성이 피트향이 상당히 가려진 것 같았습니다. 대신 오묘하게 고소한 향이 함께 올라오는 매력이 있는데요, 뭔가 아일라 위스키만큼 피트향이 강하긴한데 깊은 맛은 아쉬운 그런 맛과 향이었습니다. 향은 강한데 맛은 깊이가 덜한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오히려 풋풋한 느낌의 청춘 위스키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 롱로우 피티드를 위스키를 좀 드셔봤다 하는 분들께 추천드리곤 합니다. 이미 왠만한 아일라 위스키를 드셔본 분들께 뭔가 새로운 경험을 드릴 수 있는 위스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논피트 위스키인 헤이즐번 위스키는 사실 캠벨타운의 나름 잘나가는 증류소였다가 1925년에 폐쇄된 증류소인데요, 예전에 일본 위스키편에서 언급했었던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 격인 타케츠루가 근무하기도 했던 증류소가 바로 헤이즐번 증류소였습니다. 스프링뱅크는 이 헤이즐번 증류소의 "헤이즐번" 브랜드를 가져와 1997년부터 헤이즐번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헤이즐번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쉬운 위스키는 아닙니다. 그래서 현지에서 사면 10만원도 안할 위스키가 코로나 이후 위스키 가격 상승에 힘입어 한국에서는 2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롱로우 피티드도 현지에서는 10만원도 채 안할 위스키가 15만원이 훌쩍 넘는..ㅠㅠ) 그래서 저는 보이면 일단 마셔보라고 추천하는 위스키이기도 합니다.
헤이즐번의 가장 기본이 되는 헤이즐번 10년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무난하고 무난한 부드러운 위스키 입니다. 과일향이 많이 나는 새콤달콤한 향에 고소한 곡물향으로 마무리되는 헤이즐번은 위스키 고수 보다 위스키 초보에게 더 좋을 그런 위스키 입니다. 누군가는 헤이즐번 위스키에 대해서 밋밋하다고 혹평을 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오히려 이 밋밋함이, 탁 치고 올라오는 향이 없는 그런 부분이 다가가기 좋은 위스키이지 않나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한 4-5년 전쯤 위스키를 막 시작하는 지인 분에게 헤이즐번 10년을 추천드리고서 그 분이 위스키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드린 적이 있기도 한, 저에게는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는 위스키로 생각되는 위스키가 바로 헤이즐번 위스키 입니다. 현지에서처럼 10만원 정도의 가격이라면 많이 마시고 또 많이 선물할 것 같은데 말이죠. 아무튼 헤이즐번은 위스키 고수든 초보든, 눈에 보이면 꼭 경험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오늘의 위스키 뉴스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스프링뱅크 증류소의 위스키들을 소개드렸는데요, 소개를 드리면서도 너무 많이 올라버린 위스키 가격에 아쉬움이 많이 느껴집니다. 좀 더 저렴하고 좀 더 접근성이 좋다면 더 많은 분들이 위스키를 편하게 즐길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요. 위스키 전문가도 아닌 제가 뉴스레터를 쓰는 이유는 보다 많은 분들이 맛있고 좋은 위스키를 보다 편하게 접근성 좋게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인데요, 이러한 마음의 연장선상에서.. 좋은 위스키 유통을 위해 주류세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좀 예민한 문제이기에 말을 아끼는 편이 좋겠지요. 아무튼 세법이든 뭐든 어려운 문제들을 떠나서 보다 많은 분들이 쉽고 편하게 재밌게 위스키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위스키 뉴스레터를 마치겠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며 날이 점점 더 추워지고 있는데요, 영하의 추운 날씨에 구독자여러분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추운 날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따뜻한 연말이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다음주에 더 재밌는 위스키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