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다가 비가 오더니 갑자기 겨울이 찾아온듯한 주말인데요, 아직 바깥은 뒤늦게 든 단풍이 가득해서 가을 한복판 같은데 벌써 11월도 절반이 지난 겨울의 초입이 되었네요. 유독 이번 가을은 날이 따뜻해서 단풍도 늦게 들고, 오래 단풍잎이 보이는 것 같아요. 이제는 정말 본격적인 겨울이 되었는지, 볼이 시리는 느낌의 쌀쌀함이 느껴지더라구요. 한편으로 이제 추워질 때도 되었지라는 생각이 들며 추위가 오히려 반갑기도 했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아주 중요한 겨울 준비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를 완료하였습니다!ㅎㅎ
아주 어릴 때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보고 계속 기숙사며, 자취며 혼자 지내던 세월이 길어 오랫동안 트리를 만들어본 적이 없었는데요, 올해 큰 마음을 먹고 큰 트리를 사서 요리조리 설치를 해보았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하나로 거실 분위기가 완전 달라진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불을 꺼두고 트리 조명을 켜두면 아늑한 연말 분위기를 십분 느낄 수 있어 행복해진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작은 장식이라도 사서 집 한켠을 꾸며보시면 작은 투자로 나름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그마한 크리스마스 장식이라도 해보시는 것을 강추드려요!
크리스마스 트리 이야기를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오늘의 위스키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 구독자 분께서 달아주신 댓글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해보고자 합니다. 예전에 스코틀랜드 지역별 위스키를 다룰 때, 하이랜드 지역에 대해서 다뤘었는데요, 그 때 제가 추천하는 하이랜드 지역 위스키 중 "하이랜드 파크 18년"이 있었습니다.
"하이랜드 파크"라는 이름에서부터 하이랜드 지역 위스키의 느낌이 물씬 난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사실 이 하이랜드 파크는 엄밀히 말하면 하이랜드 지역이 아닌 스코틀랜드 북쪽의 섬, 오크니(Orkney)라는 곳에 위치한 증류소에서 생산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하이랜드 파크의 지역 분류를 기존 스코트랜드 지역 분류 5군데 중 하나가 아닌 기타 섬들(Islands)로 분류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구독자 분께서 "하이랜드 위스키"를 하이랜드로 분류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구독자님께서 정확한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사실 하이랜드 파크는 엄밀히 말하면 하이랜드 위스키가 아닙니다. 어쩌면 제 뉴스레터를 보고 잘못된 정보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2010년에 스코틀랜드 위스키 협회에서 이 Islands 즉, 기타 섬지역 분류를 모두 하이랜드로 편입한 기록이 있습니다. 즉, 엄밀히 말하면 하이랜드는 아니지만 스코틀랜드 지역 분류 상으로는 "하이랜드"에 속하는 것이 맞는 것이지요. 이 부분을 제 뉴스레터에서는 정확히 짚고 넘어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구독자분께서 말씀주신 부분을 보고 다시 한번 정확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설명 드리게 되었습니다. 달아주신 댓글을 보며, 앞으로 더 정확하고 꼼꼼하게 정보를 공유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제 뉴스레터를 이렇게 열심히 읽고 피드백을 주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에 감동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 피드백은 언제든지 환영이며, 저도 위스키 전문가가 아니기에 부족하고 틀릴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언제든지 편하게 댓글로 피드백 주시면 저도 많이 공부해서 또 한번 구독자 분들께 이야기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주신 구독자 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_ _)
서론이 길었던 오늘의 뉴스레터의 주인공은 제가 버번 위스키 중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인 "베이즐 헤이든(Basil Hayden's)" 입니다.
베이즐 헤이든은 제가 예전에 익을 수록 맛있는 술로 소개드린 바가 있는 위스키입니다. 그 때도 베이즐 헤이든은 뚜껑을 따고 시간이 지나면서 소위 말하는 "에어링"이 될 수록 그 맛이 더 좋아지는 위스키로 소장가치가 있다고 추천 드렸었는데요, 오늘은 이 베이즐 헤이든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왜냐하면, 베이즐 헤이든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접근 가능한" 버번 위스키이거든요! (가격 제한을 없앤다면.. 조지 티 스택이.. 쿨럭..ㅇㅅㅇ)
베이즐 헤이든은 여러분께서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위스키 브랜드인 "짐빔(Jim Beam)"의 위스키 라인 입니다. 짐빔은 정말 유명한 미국 버번 위스키 브랜드이고, 무려 1700년대 후반에 시작한 아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입니다. 2013년에 일본의 위스키 기업 산토리 홀딩스에 인수되어 지금은 산토리 산하의 브랜드가 되었지만, 켄터키 지역에서 생산되는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한 위스키 입니다.
짐빔 하면서 짐빔이 크게 쓰여있는 위스키와 이 짐빔을 활용한 짐빔 하이볼이 쉽게 떠오릅니다. 그리고 가성비 좋은 싼 가격의 위스키의 상징처럼 가성비 위스키하면 바로 떠오르기도 하지요.
이런 짐빔이 1992년에 "스몰 배치" 시리즈를 출시 합니다. 말하자면 대량으로 생산하는 원액과는 달리 좀 더 좋은, 선별된 재료를 가지고 또 선별된 오크통를 활용해서 좀 더 특별하게 소량 생산한 원액으로 별도의 위스키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말하자면 짐빔의 프리미엄 라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짐빔 스몰배치 시리즈에는 총 4개의 브랜드가 있습니다.
- 놉 크릭 (Knob Creek)
- 베이즐 헤이든 (Basil Hayden's)
- 부커스 (Booker's)
- 베이커스 (Baker's)
이 중에서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부커스는 한번쯤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부커스가 엄청난 가격 상승이 있었던 위스키거든요. 10만원 이하에 구입할 수 있었던 부커스는 지금은 10만원 후반, 혹은 20만원을 넘게도 판매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높은 가격에 풀려도 바로 품절될 만큼 인기가 좋은 위스키 이기도 하고요.
다시 오늘의 주인공으로 돌아가서 베이즐 헤이든은 이 짐빔 스몰배치 시리즈 중 유일하게 "매쉬빌"이 상이한 위스키 입니다. 매쉬빌의 개념은 "켄터키 워커 스트레이트 버번"을 소개하면서 한번 소개했던 개념입니다.
이 뉴스레터에서 매쉬빌의 개념을 버번 위스키의 원재료의 비율이라고 설명드렷었는데요, 베이즐 헤이든은 짐빔 스몰배치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다른 매쉬빌을 가지고 있는 위스키 입니다. 나머지 세 종류의 위스키는 옥수수 75%, 호밀 13%, 몰트(보리) 12%의 매쉬빌을 가지고 있고, 베이즐 헤이든은 옥수수 63%, 호밀 27%, 몰트(보리) 10%의 매쉬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위스키보다 호밀의 비중이 2배 이상 높습니다. 그래서 옥수수 비율이 높은 다른 버번 보다 부드럽고, 한편 높은 호밀 비중으로 호밀 특유의 스파이시하면서 향긋한 독특라고 묘한 향이 납니다.
베이즐 헤이든은 6~8년정도 숙성되어 나오는데요, 그 와중에 숙성 연수에 대해서 "ARTFULLY AGED"로 라벨에 표기해둔 것은 또 하나의 재미있는 포인트 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베이즐 헤이든 바틀은 항상 구비해두는 편입니다. 그간 저를 거쳐간 베이즐 헤이든 바틀이 4-5병은 될 것 같아요. 베이즐 헤이든을 꼭 사두는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뚜껑을 따두고 에어링을 시키면 맛이 점점 깊어지는 위스키이고, 버번 치고는 낮은 도수로 편하게 마시기 좋으면서 아름답고 독특한 바틀 모양으로 술장에 한 병 정도 두면 뭔가 심미적인 만족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베이즐 헤이든은 도수가 80프루프 그러니까 40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보통의 버번이 50도를 훌쩍 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착한 도수라고 볼 수 있지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에어링이 되면서 맛이 깊어짐에 따라 더 부드럽고 버번 특유에 쏘는 느낌의 알콜부즈가 없어 더 마시기 좋은 위스키가 됩니다.
베이즐 헤이든의 첫 입은 꽃향 가득한 화사한 플로럴향이 납니다. 저는 요 향의 느낌을 "라이" 위스키를 마실 때, 비슷하게 느끼는데 아마 베이즐 헤이든의 호밀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런 향의 특징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누군가는 화장품 향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표현하면 거부감이 들 것 같아(ㅎㅎ) 저는 플로럴함이 가득한 향이라고 표현합니다.
제가 소장한 베이즐 헤이든은 에어링이 된지 상당 시간 지나서 인지 첫 입부터 아주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플로럴한 향과 라이 위스키에서 느껴지는 스파이시한 향이 입안을 가득 메우는데, 이 스파이시한 향이 다른 탈리스커와 같은 강렬한 위스키에서 느껴지는 스파이시함과는 매우 다릅니다. 꽃향과 어우러지는 느낌의 스파이시함이라 톡 쏘기보다는 다른 향들과 매우 잘 어우러지는 느낌의 스파이시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버번 위스키임을 드러내는듯 바닐라 향이 묘하게 섞인 달큰한 맛이 느껴지고 오크향과 같은 우디함이 느껴지면서 깔끔하게 마무리 됩니다. 피니시는 길지 않고 버번 위스키 답게 달콤한 향이 살짝 남는 느낌입니다.
목넘김 자체가 너무나 부드러워서 마시고 있는 것이 버번 위스키인지가 의심될 정도로 부드럽게 마실 수 있습니다. 제가 소장한 베이즐 헤이든은 에어링이 오래 되어서 더욱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베이즐 헤이든도 처음 뚜따를 해서 마시면 특유의 아세톤 향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조금 시간을 두고 한잔씩 마셔보시면 시간에 따라 익어가는 그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위스키라고 확신합니다.
몇 년전에 아주 좋은 기회로 위스키 시음회를 주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 때 제가 버번 대표로 소개했던 위스키가 바로 이 베이즐 헤이든이었습니다. 위스키 입문자에게도,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들께도 모두 추천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버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소장 가치"에 있어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어 좋은 위스키라고 생각합니다. 버번 위스키 한 병 집에 사두고 천천히 두고 마시고자 하신다면, 저의 원 픽은 단연코 베이즐 헤이든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입니다. 오랜만에 제가 좋아하는 항상 소장하고 있는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드렸는데요, 이 위스키의 매력이 여러분들께 잘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 이제 집 문 밖을 나서면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겨울이 다가왔습니다. 다음주는 정말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라고 하니 구독자 여러분 모두 따뜻하게 껴입으시고, 이제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겨울과 연말을 즐겁게 맞이할 준비를 하실 수 있는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다음주에 더 재밌는 위스키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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