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이번주는 비가 많이 오는 한주였는데, 구독자 여러분들 모두 무사하신지요? 최근 몇년 간 비로 인한 사고들이 많이 발생하였어서 비가 많이 내린다는 예보를 볼때면 괜히 긴장이 되곤 합니다. 올해 장마는 생각보다 비가 안오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러한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이번주는 비가 많이 내리더라고요. 일부 지역은 비 피해가 있기도 하고, 매 장마철마다 가슴 졸이는 일들이 발생하는데 부디 더 이상은 비로 인한 피해가 없이 무사히 장마 기간이 지나가기를 기도해봅니다.
지난주 저의 개인적인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레터를 보내드렸는데, 그 레터를 보고 구독자분들께서 많은 위로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함께 눈물 지었다는 분들도 계셨고, 정말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덕분에 큰 위로가 되었고 마음을 다잡고 더 재밌고 읽을만한 글을 보내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다시 한번 구독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개인적으로 매우 설레는 주제입니다. 이유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위스키를 단독으로 소개하는 편이기 때문인데요. 누군가가 저에게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 TOP3를 꼽으라면 꼭 들어가는 위스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위스키를 이야기하기 전에 세계에서 가장 큰 위스키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야하는데요, 구독자 여러분께서 알고 계신 가장 큰 위스키 회사는 어디신가요? 아마 위스키 회사라고 하면 여러 곳들이 떠오르실 것 같은데요, 그 중 가장 많이 떠오르는 회사 중 하나가 바로 "디아지오(Diageo)"일 것 같습니다. 디아지오는 세계에서 가장 큰 프리미엄 주류회사 입니다. 위스키 뿐만 아니라 보드카, 럼, 진, 맥주, 리큐르 등 많은 주류 제품들을 포괄하여 소유하고 있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 주류 회사이지요.
디아지오에서는 매년 디아지오 스페셜 릴리즈라고 해서 8~10개 종류의 위스키를 특별판으로 내놓는데요, 스페셜 릴리즈가 매년 출시되긴 하지만 한정판으로 출시되어 시간이 지나면 구하기 어려워지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이 스페셜 릴리즈를 특별하게 수집하기도 합니다. 보통은 이 스페셜 릴리즈에서는 문닫은 증류소의 위스키를 출시하거나 혹은 디아지오에 소속된 증류소의 위스키 특별판 정도를 출시하곤 하는데요, 2017년에는 디아지오가 야심차게 내놓은 스페셜 릴리즈 위스키가 있었습니다.
바로 "콜렉티범 28(Collectivum XXVIII)" 입니다.
콜렉티범 28은 디아지오 소속의 28개의 증류소의 원액 즉, 물을 섞지 않은 Cask Strenth(CS) 위스키들을 모두 섞어 배합하여 만든 위스키 입니다. 위스키 종류로 구분하자면 싱글몰트 위스키를 섞어 만든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에 해당합니다. 무려, 28개 증류소의 위스키 원액을 섞어서 만든 위스키라니!! 콜렉티범은 설명을 듣자마자 설레지 않을 수가 없는 위스키입니다.
사실 콜렉티범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위스키인데요, 저도 우연한 기회에 이 위스키를 알게 되고 맛보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조금 드리자면 제가 처음으로 위스키에 빠지게 된 건 2019년부터였는데요, 19년부터 한 1년 정도 단골 바에 있는 위스키를 다 마셔보는 것은 물론 여기저기 바를 다니면서 다양한 위스키를 맛보고 공부하고 나니, 어느 순간 내가 위스키를 좀 안다라는 오만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오만한 시기에 저는 블렌디드 위스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고 블렌디드 위스키는 소위 "양주"라는 이미지가 강한데다가, 약간 홍대병 걸린 느낌으로 남들도 다 아는 위스키, 너무 흔해서 안먹는다는 마음이 있어 잘 마시지 않았었습니다. 블렌디드는 섞는 것이니, 결국 싱글몰트보다 그 맛과 향이 덜할 것이라는 말 그대로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지요.
그 당시에 제가 잘 가던 바가 있었는데요, 매번 방문하면 바텐더 분이 저의 취향을 잘 아셔서 위스키 추천을 잘해주시곤 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위스키를 많이 마시다 보니 점점 자극적인 위스키를 찾게 되어서 도수가 높은 위스키들을 주로 추천 받고 많이 마셨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바텐더 분이 꼭 추천하고 싶은 위스키가 있다고 하셔서 당연히 싱글몰트나 독립병입 위스키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난생 처음 보는 블렌디드 위스키를 가지고 오시더라구요. 바텐더님의 추천에 대한 신뢰는 있었지만 내심 블렌디드 위스키는 맛이 다 똑같지 뭐 하는 생각과 함께 큰 기대 없이 한 잔을 받아 한모금을 마셨을 때, 정말 말 그대로 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어떠한 싱글 몰트 위스키에도 뒤지지 않는 훌륭한 맛과 향, 그리고 캐스크 스트렝스가 모여서 만든 그 화려함과 그리고 한번 마셔보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강렬함이 한번에 밀려들어와, 이건 진짜 대박이다!라는 말이 계속해서 나오는 맛이었습니다. 과연 내가 마신 것이 블렌디드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진했고, 이로서 저의 선입견은 바보같은 오만함의 산물이었구나 깨닫게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콜렉티범의 맛은 정말 복합적으로 특별합니다. 달달함과 함께 독특한 상큼함이 톡 튀어나오는 맛이 맛의 시작을 굉장히 기억에 남게 해주고 57.3도의 도수를 자랑하듯 높은 도수에서 나오는 혀를 감싸는 자극이 맛의 화려함을 배로 느끼게 해줍니다. 그러면서 살짝 흘러나오는 스모키한 맛은 콜렉티범의 풍미를 한껏 올려주고 이와 함께 깔끔한 피니시가 느껴져 또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금방 들게 합니다. 세상에 이런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가 있다니! 세상은 넓고 맛있는 위스키는 정말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그런 맛이 바로 콜렉티범의 매력입니다.
콜렉티범은 사실 인기가 많은 위스키는 아닙니다. 디아지오에서는 콜렉티범과 같이 캐스크 스트렝스를 모아 만든 스페셜 릴리즈인 클라닥(Cladach)을 2018년에도 출시 했지만, 반응이 좋진 않았는지 그 이후로는 이러한 제품들을 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에게 콜렉티범은 정말 맛있는 위스키 입니다. 블렌디드 위스키의 정수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고 강렬하며, 화려한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좋아할만한 매력을 가진 위스키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너무 화려하고 강렬해서 대중적인 인기를 크게 끌지 못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블렌디드 위스키에 대한 선입견에 사로잡혀 이 맛있는 위스키를 맛보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요, 조금 우습긴하지만 이 콜렉티범을 마셔보는 경험을 하면서 취미 생활인 위스키에서도 선입견 때문에 시야를 넓히지 못할 뻔 했는데, 내 삶에서 얼마나 많은 선입견이 더 많은 것을 보지 못하게 할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답니다. 선입견을 가지지 않아야지 하면서 삶의 굉장히 많은 순간에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콜렉티범 위스키를 맛보고 나서 운이 좋게도 우연한 기회에 이 위스키를 구입할 수 있었어서 한 병을 구입하고 아직까지 뚜따하지 않고 제 위스키 장안에 모셔두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마 구입하기가 쉽지 않고 인기가 있는 제품은 아닌지라 바에서도 보기 힘들텐데요, 혹시 위스키의 강렬함 그 자체를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바에서 콜렉티범을 발견하신다면 꼭 맛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저도 특별한 날에 제가 보유한 콜렉티범을 따려고 하는데요, 콜렉티범을 뚜따하는 그날, 또 다시 감상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위스키 레터는 여기까지 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 중 하나를 소개하는 레터인지라 쓰면서도 상당히 신나는 기분이었는데요, 여러분께서도 위스키를 마시면서 나의 취향을 찾아가는 재미를 함께 느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주는 내내 비 소식이 있는데요, 구독자 여러분 모두 비 피해 없이 안전하게 장마를 지나시기를 바라며, 날씨는 궂지만 그래도 여러분이 보내는 시간만큼은 쾌청하길 바라며 오늘의 레터를 마치겠습니다. 그럼 저는 더 재밌는 위스키 이야기로 다음주에 또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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