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안녕하세요. 한 주간 별일 없으셨지요?
하늘이 열린, 개천절 기념 황금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한 것도 없이 시간이 흐른 것 같아 너무 우울한데 곱씹어보니 제법 한 게 많았네요.
며칠 전에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다가 한 평론가의 인터뷰를 봤어요.
인터뷰 중 'AFKN'을 언급했던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하여, 오늘은 오늘날 문화를 이끄는 대가들의 어린 세포를 뒤흔들었던
별세계를 엿보는 틈, AFKN을 담아 보냅니다.
📻주한미군방송 : AFKN
AFKN은 American Forces Korean Network의 약자로 주한미군방송입니다.
AFKN의 역사는 한국전쟁과 큰 연관이 있습니다. 1950년에 첫 선을 보였는데요.
너무 신기했던 건 50년 10월 4일이 개국 일이래요!
(의미를 부여하며 오늘 적은 건 아니었는 데 이럴 때면 꼭 모든 게 운명 같고 그렇다니까요?)
'주한미군방송'이라는 이름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듯, 이 방송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전쟁과 관련한 소식은 물론 오락적 요소가 있는 프로그램들을 편성해서 미군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자 했대요.
AFKN은 본래 라디오방송으로만 운영되었습니다. 전쟁 중에 마음이 편치 않을 유엔군과 미군들의 사기 증진과 심신 안정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선을 따라 이동하며 방송을 진행했다고 해요.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상황이 안정되면서 사기 증진도 증진이지만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의 향수를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해졌습니다. 40년대부터 텔레비전 산업이 부흥하고 있던 미군들에게 자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텔레비전으로 송출해주는 것만 한 것은 없었죠. 그런 이유로 AFKN은 1957년 9월 TV 방송국을 개국하게 됩니다.
방송국이 개국 되던 날의 대한뉴스 확인하기(click!)
본국을 그리워하는 미군들을 위한다고 방송국을 만들었으니 얼마나 재밌는 프로그램들만 편성을 해주었을까요? 실제로 그 당시 미국 방송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들을 엑기스처럼 모아 틀어주다 보니 굉장히 흥미롭고 자극적인 프로그램들이 많았다고 해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주한미군과 재한외국인을 넘어 한국인들에게 까지 큰 인기를 얻게 되었던 거죠.
마음을 사로 잡던 24시간의 자극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한국방송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편성 시간 덕도 있었습니다. 미군들의 향수는 24시간 케어가 필요합니다. 파격적으로 24시간 내내 틀기만 하면 뭔가 볼 수 있는 채널이 AFKN이었습니다. 오늘날은 넷플릭스니, 스마트TV니 해서 텔레비전에서 뭔가가 나오지 않는 걸 상상하기 어렵지만요. 과거엔, 내가 텔레비전을 튼다고 해서 언제나 뭔가 볼 수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한국방송의 경우는 오전에 채널을 돌리면 지직거리는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빈 시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선방송에 가입하지 않은 집은 유일한 선택지가 AFKN이었던 셈이죠.
24시간 즐거웠던 별세상에서 특히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 몇 개를 만나볼까요?
1세대 댄서들의 세포를 깨운 프로그램 : 소울 트레인
이현도, 클론, 박진영, 팝핀현준 등 국내 유명 춤꾼들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는 프로그램, <소울 트레인>입니다. 흑인 스트리트 댄서들이 방송에 나와 관객과 소통하며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프로그램인데요. 어쩌면 스트리트우먼파이터의 원조격되는 프로그램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울 트레인> 맛보기! (click!)
여기 나와 자유롭게 춤추는 댄서들을 보며 마음을 뺏긴 키즈들은 자라서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한국의 대중문화를 견인하는 댄서와 가수로 자라났습니다.
세서미 스트리트부터 오프라윈프리쇼까지 : TV로 영어를 배우던 AFKN 키드
캐릭터로 익숙한 <세서미 스트리트> 는 AFKN에서 볼 수 있는 인기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오전 시간에 영어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면 가족과 함께 텔레비전으로 영어 공부를 하는 어린이들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사람이 '토종 영어 강사'로 이름을 알린 이보영 강사라고 합니다. 처음엔 부모님과 <세서미 스트리트>를 보며 표현을 궁금해하기 시작했지만, 나중엔 드라마는 물론 토크쇼와 뉴스까지도 혼자 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해요. 물론 그만큼 큰 노력을 했기에 가능한 결과겠지만 방송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은 물론 <오프라 윈프리 쇼>와 같은 토크쇼까지 모두 볼 수 있는 방송국이 AFKN이었던 만큼, 원서 찾아 읽듯 자기 수준에 맞는 채널을 통해 영어 공부를 하는 청소년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학교에 AFKN을 청취하는 동아리가 유행처럼 생겼대요.
<금요영화> 더빙없이, 검열없이 만나는 '진짜 영화'의 맛
AFKN의 인기 방송하면 <금요영화>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 방송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당시 유행하던 각종 영화를 틀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영화야 한국에도 당시 많았지만, <금요영화>가 사랑받았던 이유는 '날 것 그대로'라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야 이미 가공된 것인데 어떻게 날 것일 수 있을까요. 일단 미군을 위한 것이니 한국 성우의 목소리를 입히는 더빙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더빙 없는 영화를 보며 성우 없는 원어 그대로의 영화에 반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해요. 오늘날에도 더빙된 영화보다 자막을 선호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검열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당시 모든 대중문화에 있어서 빨간펜 선생님처럼 찍찍 그어가며 작품을 잘라내는 일이 비일비재 했지만요. AFKN의 영화들은 날 것 그대로 야하고 자극적이며 그래서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금요영화>를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보았다. AFKN의 영화들이 자신을 키웠다.'라고
<기생충>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봉준호 감독은 말합니다.
1996년 AFKN 방송을 편성할 수 있도록 빌려주었던 2번 채널을 환수하면서 24시간 영어를 뱉어대는 신기한 미국방송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몇몇 케이블 방송은 그 이후에도 AFKN의 방송을 재방송하듯 보여주었지만, 미국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송출해주는 채널 형식상 저작권 문제로 이마저도 2008년 맥을 다하게 됩니다.
1996년 AFKN이 사라진 이유는 '미국의 저질문화를 확산'하기 때문이었다고 하는데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 자극적인 미국방송이 한국의 대중문화에 끼친 상당한 여파는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한국에 온 미국인과 미국이 궁금한 한국인이 서로를 엿볼 수 있었던 틈, AFKN을 소개해드렸습니다. 비록 TV 방송으로는 저작권 문제로 인해 그 시절을 느껴볼 수 없지만요. 라디오 방송만큼은 여전히 들어볼 수 있어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만나보세요!
라디오로 만나는 AFN (현재는 이름이 바뀌었어요!) -> Click!
본래는 조금 더 큰 의미로 동양 방송 등 '오늘날 사라진 방송국'을 담아볼까 생각했는데요.
아무래도 호흡이 너무 길어질 것 같더라고요.
이 부분은 추후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내일도 다음 주 한글날 연휴를 상상하며 기운차게 힘내세요!
다음 주에 만나요!
그럼 이만 총총...🧚♂️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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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팀장
잼나게보고감니다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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