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주간모기영 113호

[은프로의 책과 영화] 크리스마스를 발명한 사나이, 찰스 디킨스와 <크리스마스 캐롤>(2009), [5회 모기영]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들려주세요!

2023.12.02 | 조회 4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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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모기영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Christian Film Festival For Everyone|혐오 대신 도모, 배제 대신 축제

[은프로의 책과 영화]

크리스마스를 발명한 사나이, 찰스 디킨스와 <크리스마스 캐롤>(2009)

 

해마다 이맘때면 크리스마스에 볼 만한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곤 합니다. 그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영화는 프랭크 카프라의 <멋진 인생>(1946)과 찰스 디킨스 원작의 <크리스마스 캐롤>(2009) 입니다. 두 작품 모두 크리스마스 이브에 인생이 완전히 새롭게 변화하는 인물들이 주인공입니다. <멋진 인생>의 조지 베일리(제임스 스튜어트)가 천사를 만나는 데 반해 <크리스마스 캐롤>의 스크루지는 유령과 혼령을 만난다는 차이점은 있지요. 버거운 현실에 내몰려 죽음을 결심한 베일리는 천사의 도움으로 과거로 돌아가는데요,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 가족과 이웃들이 얼마나 불행해지는지를 보고 인생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발견합니다. 반면 구두쇠 영감 스크루지는 혼령을 따라 미래로 갔다가 자신이 죽고 없어지자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고 충격을 받지요.

<멋진 인생>(프랭크 카프라, 1946)과 <크리스마스 캐롤>(로버트 저메키스, 2009)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멋진 인생>(프랭크 카프라, 1946)과 <크리스마스 캐롤>(로버트 저메키스, 2009)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멋진 인생>과 <크리스마스 캐롤>은 둘 다 한번 뿐인 인생을 의미 있게 살아보자는 교훈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카프라의 <멋진 인생>은 가장 낭만적이고 미국적인 방식으로, 디킨스 원작의 <크리스마스 캐롤>은 냉정하고 사실주의적인 19세기 영국 스타일로 말이지요. “괜찮아요. 지금은 힘들지만 당신 곁에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잘 살아왔어요.”라고 말하는 크리스마스 이야기(<멋진 인생>)와 “당신 그렇게 살면 안돼요. 큰일 날 걸요? 하지만 아직 기회가 있어요!”(<크리스마스 캐롤>)라고 말하는 크리스마스 이야기, 어떤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시나요? 흥미롭게도 카프라는 “진짜 미국은 없었을지 모른다. 프랭크 카프라만 있었을지 모른다”는 말을 듣는 이야기꾼이고, 영국의 문호 디킨스는 이 작품으로 “크리스마스를 발명한 사나이”로 불리게 됐죠. 그런데 미국적인 이상을 가장 잘 그린 인물로 유명한 카프라가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이라는 사실은 뭔가 짠하기도 합니다.

<멋진 인생>(프랭크 카프라, 1946)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멋진 인생>(프랭크 카프라, 1946)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크리스마스를 발명한 사나이”

영화 <찰스 디킨스의 비밀서재>(바랫 낼러리, 2017)의 원제는 “The Man Who Invented Christmas”입니다. “진짜 크리스마스는 없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까요?
영화는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롤』을 저술할 당시의 뒷이야기를 판타지로 그려냅니다. 어린 시절 디킨스는 하급 공무원이었으나 사치와 도박으로 늘 빚에 허덕이던 아버지 때문에 부모와 가족이 채무자 감옥에 들어가 있는 동안 혼자 구두약공장에서 일하면서 하층민의 삶을 경험했는데요, 이 영화는 작가 디킨스가 과거의 그 상처에 직면하는 과정과 과거 현재 미래의 혼령과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는 스크루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엮어 보입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어서 죽는 게 좋잖아, 넘치는 인구도 줄이고!”였던가요, 스크루지의 모델이 되었던 것으로 알려진 실존 구두쇠 정치인이 잠시 등장해서 스크루지의 유명한 대사를 읊기도 하고요.

<찰스 디킨스의 비밀서재>(바랫 낼러리, 2017)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찰스 디킨스의 비밀서재>(바랫 낼러리, 2017)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롤』을 쓰던 시기 영국은 청교도혁명과 산업혁명의 영향 아래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애초에 이교도들의 축제를 변형하여 수용한 것이라며 못마땅해 하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고 해요. 그레고리우스 교황이 601년 이교도 겨울축제를 가톨릭에 맞도록 조정한 것을 크리스마스의 기원으로 보기 때문이죠. 연극과 가면놀이 등 종교적 교훈과 오락이 가득한 구경거리를 제공하며 기념하고 영국 왕실과 귀족이 적극적으로 후원하면서 오랫동안 떠들썩한 축제로 자리매김한 크리스마스는 청교도 혁명(1642-1651)을 거치면서 박해와 탄압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스도 탄생을 이교도 풍습에 맞추는 건 신성모독이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그래서 이 즈음 크리스마스는 기도와 묵상을 강조하며 일부 성직자들과 경건주의자들이 지키는 엄숙한 절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울러 산업혁명도 축제로서의 크리스마스에 적대적이기는 마찬가지였어요. 휴일이라고 쉬면 그만큼 생산과 이익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에 밥의 급여를 줘야 한다며 불평했던 것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온 사고방식이었던 거죠.

디킨스는 이례적으로 이 책을 연재 없이 2-3주 만에 속성 집필했는데요, 당대의 분위기를 따라 “크리스마스 책 따위를 누가 산다고?”라고 생각했던 출판업자들은 출판을 거부했어요. 최고급 장정본을 고집했던 디킨스는 결국 자비로 출판을 감행했고 초판 6천부는 순식간에 팔려나가게 됩니다. 오늘날처럼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이야기책과 선물로 자리잡게 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고요. 소멸되어가고 있던 축제로서의 크리스마스의 의미는 그렇게 『크리스마스 캐롤』과 함께 되살아났습니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1943) 초판본에 실린 삽화(존 리치 [출처: 위키피디아]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1943) 초판본에 실린 삽화(존 리치 [출처: 위키피디아]

1843년에 출간된 원작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스크루지의 조카는 크리스마스 따위가 무슨 의미냐며 크리스마스 만찬 초대를 거절하는 스크루지에게 이렇게 말해요.

모두에게 친절을 베풀며 서로를 용서하고 자비를 실천하며 즐겁게 지내는 시기, 한 해라는 기나긴 나날 가운데에서 남자와 여자가 꽉 막힌 마음을 한마음처럼 활짝 여는 시기, 자신보다 안타까운 사람을 엉뚱한 길로 나아가는 별종이 아니라 ‘똑같은 무덤을 향해 한 배를 타고 나아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하는 시기 말이에요. 그러니까 삼촌, 크리스마스 때문에 은화 몇푼이라도 주머니에 들어온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저는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덕분에 행복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믿어요. 하느님이 축복하시니까요!

찰스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럴』, 김옥수 옮김, 비꽃, 2016(14-15쪽)

우리가 잘 알다시피, 스크루지는 이 날 밤 7년 전 죽은 동업자 말리의 유령을 만나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혼령을 차례로 만나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지요. 로버트 저메키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애버니저 스크루지 목소리로 출연한 짐 캐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혼령까지 모두 도맡아 1인 4역의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영화는 스크루지의 변화를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인물의 성장으로 해석할 가능성을 열어두었어요. 서로에게 마음을 활짝 여는 크리스마스의 활력은 인생의 유한함과 나 자신의 ‘별종됨’을 받아 안을 수 있는 힘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롤>(로버트 저메키스, 2009)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크리스마스 캐롤>(로버트 저메키스, 2009)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뜬금없이 고백하자면, 저에게는 지난 한 해 스크루지처럼 고약한 마음이 들어서 부대끼던 순간이 꽤 있었어요. 성탄의 계절 12월이 되었으니, 스크루지의 조카가 말하듯이, ‘똑같은 무덤을 향해 한 배를 타고 나아가는 동반자’들에게 마음을 좀 더 열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해봅니다. 그럴 수 있을까요? 이것 참 어렵다, 생각하면서... 새삼 스크루지는 그래도 심성은 착한 사람이었구나... 깨닫습니다. 저보다 나아요.ㅠ 
(참,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크루지: 크리스마스 캐럴>(2022)은 그 점을 조금 더 부각시킨, 뮤지컬 버전입니다.)

<스크루지: 크리스마스 캐럴>(스티븐 도넬리, 2022)
<스크루지: 크리스마스 캐럴>(스티븐 도넬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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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영 강원중 강종철 구귀남 김대현 김동석 김명관 김소혜 김솔지 김영준 김재균 김지향 김진선 김혜영 김희라 대지교회 류현 박성민 박은영 박일아 박재우 박준용 박진숙 박현선 박현홍 배재우 서경희 송정훈 신동주 신원균 오늘교회 이동은 이범진 이신석 이유리 이유혁 장다나 정민호 정시안 조소희 지은실 채송희 최규창 최은 최현 한송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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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모기영 자원활동가(서포터즈) 애프터모임 _ 12/1(토)
5회모기영 자원활동가(서포터즈) 애프터모임 _ 12/1(토)

모기영은 5회 영화제를 잘 마치고 휴지기에 돌입... 하고 싶었으나, 또 모이고야 말았습니다.^^

실무진들이 모여 5회 영화제에 대한 결산의 의미로 평가회의를 했고요, 5회 영화제를 위해 귀한 시간을 내어 애써주신 자원활동가들의 뒤풀이 모임이 있었어요. 함께 수고한 동지들과의 만남과 격려와 위로가 참 힘이 됩니다.

좋은 인연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습니다.

 

최은
편집디자인 강원중

 

2023년 12월 2일 토요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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