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주간모기영 36호

[다정한, 희망],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모기영에도 조용히, 후원금은 사랑입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고 하죠.

2022.02.26 | 조회 5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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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모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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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모기영 36호
주간모기영 36호

"다정한, 희망"

“투쟁해봤자 허사라고 말하지 말라.”
by Arthur Hugh Clough

투쟁해봤자 허사라고 말하지 말라
노동과 상처가 헛되며
적이 약해지거나 사라지지 않으며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친 파도가 헛되이 부서지며 이곳에선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는 듯하나
저 뒤쪽에선 작은 개울과 만을 이루며 조용히 밀려오고 있지 않은가?
햇살이 들어올 때 동쪽 창으로만 오지 않으니
앞에서 본 태양은 천천히 솟아오른다. 얼마나 느린가
하지만 서쪽을 보라 밝게 빛나는 대지를

영국 남부에 ‘호프 갭 Hope Gap’ 이라는 해변이 있는 모양입니다. 하얀 절벽이 가파르고 그 아래 펼쳐진 바다는 물이 빠지면 웅덩이가 있는 바닥이 드러나 온갖 해양생물들을 볼 수 있는 해변이라고 해요.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2019)의 원제는 바로 그 해변의 이름인 ‘호프 갭’입니다. 제목처럼, 서로의 희망에 큰 차이가 있는 노년의 부부가 주인공이죠. 둘은 ‘호프 갭’ 주변에 살고 있습니다.

시 편집자인 그레이스(아네트 베닝)는 항상 시를 읊고, 고등학교 교사인 에드워드(빌 나이)는 위키피디아를 읽거나 씁니다. 그레이스는 자기표현이 강하고 거침없는 반면, 에드워드는 늘 참는 편입니다. 둘 사이에는 20대 아들 제이미가 있는데요, 조쉬 오코너가 연기하는 제이미는 런던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29주년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에드워드는 그레이스에게 나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없는 사람이고 당신에 비해 너무 부족하니, 떠나겠다고 말해요. “당신과 있으면, 그냥 내가 항상 틀리는 것 같아.” 사실 에드워드에게는 다른 사람이 생겼어요. 그레이스는 큰 충격을 받았어요. 둘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지난 30여 년 동안 그레이스는 행복하다고 생각했고, 에드워드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거든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윌리엄 니콜슨, 2019)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윌리엄 니콜슨, 2019)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잘 떠나보내는 것에 관한 영화입니다. 사랑받는 아들이었던 제이미는 자신의 우상이었던 어린 시절의 부모를 떠나보내고, 그토록 두려워했던 노년의 부모와 그들의 불행까지도 받아들여야 했어요. 그레이스와 에드워드는 각자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들을 떠나보내야 했고요.

위키피디아를 사랑하는 에드워드는 다 같이 죽기보다는 죽어가는 전우의 외투라도 벗겨 입고 다만 몇이라도 살아남아야 했던 전쟁의 법칙을 택했어요. 그럴 땐 얼어 죽어가는 동료를 뒤돌아보면 안 되는 거였죠. 반면 시의 힘을 믿는 그레이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함께 죽지 않고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감의 언어, 적절한 시를 찾아 말을 건네면서요.

그래서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의 마지막은 희망의 시입니다. 호프 갭 풍경을 배경으로 아서 휴 클러프(1819-1861)의 시가 낭송되죠. “투쟁해봤자 허사라고 말하지 말라.... 지친 파도가 헛되이 부서지며 이곳에선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는 듯하나, 저 뒤쪽에선 작은 개울과 만을 이루며 조용히 밀려오고 있지 않은가....”


모기영에도 조용히

정치와 역사도 그렇지만, 문화라는 것이 특히 그렇지요.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는 일이 아니고,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가파른 절벽에 막히고 웅덩이에 갇힌 듯 할 때가 많지만 어느새 밀려와 있는 파도는 지형도 생태계도 다른 모양으로 빚어가고 있는 거겠지요. 그 와중에 바라는 게 서로 조금 다르면 어떤가요. 그 ‘차이/간극 Gap’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역동성이 더 장엄하고 멋진 풍광을 만들어낼 거라고 기대해보아도 좋지 않을까요. 고인 웅덩이는 썩기 마련이니까요.

그 일에 파도 속 작은 물방울만한 힘이라도 보탤 수 있기를 바라며, 밀려오는 새로운 파도를 맞이하듯, 모기영도 서서히 4회 준비를 향해 방향을 잡아 서 봅니다. 지난 2주간 모기영은 4회 영화제부터 합류할 새로운 동료를 만나 꿈을 나누었고, 이사회로 모여서 지난 영화제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어요. 스태프들에게 식사를 대접해주신 분의 격려에 큰 힘을 얻기도 하고 기획회의로 모여 아이디어와 마음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올해의 모기영도 기대해주시고, 변함없이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후원금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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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 김●향, 김●준, 박●선,
송●훈, 장●나, 조●희, 채●희, 최●창

(2022.2.11.-2022.2.25.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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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고 하죠.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똑똑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요. 친화력과 협력적 의사소통능력이야말로 인류 최고의 생존능력이고 경쟁력이랍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브라이언 헤어 & 버네사 우즈, 이민아 옮김, 디플롯, 2021)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브라이언 헤어 & 버네사 우즈, 이민아 옮김, 디플롯, 2021)

지난 주간 묵상했던 솔로몬의 재판이 문득 생각났어요. 이스라엘의 3대 왕 솔로몬이 재물이나 장수나 권력보다 ‘지혜’를 구해서 하나님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죠.

아가페 쉬운 성경은 솔로몬의 소원을 ‘옳고 그름을 가려 판결할 수 있는 지혜’(열왕기상 3:9)라고 옮겼고, NIV는 ‘discerning heart’, 즉, ‘분별하는 마음’이라고 썼습니다. ‘지혜’와 ‘마음’은 왠지 머리부터 가슴까지의 거리만큼 멀어 보이지만, 여기서는 ‘지혜가 곧 마음’인 것이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과연 열왕기상은 그 지혜의 첫 예시로 아기를 잃게 된 엄마의 사연을 가져왔어요. 게다가 생모를 가려달라고 재판을 받으러 온 아기 엄마들은 멸시받는 매춘부들이었습니다. 두로왕 히람도 있었고, 스바의 여왕도 있었고, 솔로몬의 지혜를 증언해줄 당대 수많은 권력가들이 있었지만 성경이 구체적으로 기술한 유일한 판례는 약자 중의 약자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왕 솔로몬의 지혜는 가장 먼저 스스로의 힘으로는 아기도 자신도 보호할 수 없었던 한 여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사용되었던 거죠. 그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마음이고 ‘옳은 일(정의)’이었습니다.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에서도 에드워드가 좋아하는 위키피디아의 지식보다, 마음을 나누는 그레이스의 시가 바로 ‘다정함’이고 ‘지혜’였던 건가 싶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또 살리기 위해서, 똑똑하기보다는 지혜롭고, 많은 지식보다는 분별하고 헤아리는 마음을 지녀야겠다고 생각해봅니다.

다정하고 지혜로운 봄날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늘 감사드리며,

2022.2.26.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최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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