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주간모기영 86호

[원중캉의 생태주의로 영화읽기] <씨 비스트>(2022), [모기수다 시즌2] 5월의 영화 <더 차일드>(2005), <장기자랑>(2023)상영회

2023.05.13 | 조회 484 |
0
|

주간모기영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Christian Film Festival For Everyone|혐오 대신 도모, 배제 대신 축제

원중캉의 생태주의로 영화읽기

<씨 비스트>(2022) - 누가 저들을 괴물이라 일컫는가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17세기 유럽 제국의 대항해시대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씨 비스트>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즐거운 가족애니메이션입니다. 디즈니에서 오랜 기간 스토리 아티스트로 일했고, 2008년 영화 <볼트>의 공동 감독으로 데뷔한 크리스 윌리엄스 감독의 작품인만큼 준수한 만듦새를 보장하는 영화이지요. 특히 원색으로 디자인한 바다생물들의 질감과 색상이 어린이 관객들의 시각을 자극해주어서 아이들과 함께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은 영화라고 여겨집니다.

영화 <씨 비스트>(2022)는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포털사이트)
영화 <씨 비스트>(2022)는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포털사이트)

 

자연을 괴물로 규정한 역사

<씨 비스트> 장면 갈무리
<씨 비스트> 장면 갈무리

영화 속 마을사람들은 바다 깊숙한 곳에 도사리고 있는 무시무시한 비스트들을 철천지 원수로 여기며 살아갑니다. 마을사람들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역사책은 '저 괴물들이 사람의 마을을 침입해 우리의 부모를 죽이고 약탈을 일삼았다'고 기록하고 있죠. 왕실은 바다괴물을 사냥하는 사냥꾼들을 공식적으로 지원하며 이들의 희생을 추켜세우고 명예를 부여합니다. '위대하게 살다 장엄하게 죽노라'고 외치는 사냥꾼의 찬가가 마을에 울려펴지면 바다괴물들과의 오랜 전쟁에서 비롯한 수많은 피의 '이야기'들이 온 마을의 전의를 일깨웁니다. 마을 곳곳에 세워진 창을 든 사냥꾼의 조각상은 바다 괴물들을 향한 사람들의 뿌리깊은 증오와 분노를 보여주지요.

이미지 출처 : 포털사이트
이미지 출처 : 포털사이트

하지만 어린이 주인공 메이지는 마을사람들의 증오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온 바다괴물들이 실은 착하고 영리한 동물들이라는 것을 깨닫고서 이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기 시작합니다. 잘못된 것은 바다의 생물들이 아니라, 이들을 괴물로 일컫기 시작한 제국의 역사였던 것이죠. 바다괴물들을 악마로 지목하는 제국의 '이야기'는 탐욕으로 이들을 정복하고자 했던 왕실의 오랜 프로파간다였습니다. 메이지의 노력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은 비스트들을 향했던 증오와 오해의 창날을 거두게 됩니다. 그리고 그동안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해 온 왕실의 거짓된 이야기도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지요. '그 입을 다물라'며 호통치는 왕의 권력을 향해 '나는 얼마든지 말할 권리가 있어요'라고 외치는 메이지의 까랑한 목소리는 권위주의적인 기성세대의 모순에 대항하는 새로운 세대의 대찬 선포로 여겨져 기분이 좋아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영화가 그리는 자연세계를 향한 인간세계의 적대감은 결국 현실의 역사 속에서 그대로 옮겨온 풍경일테지요. 오늘날 생태적 멸절에 다가서며 인류의 멈출 줄 모르는 파괴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우리는 실은 자연세계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분리해 온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랍니다. 세계에 거짓된 '이야기'를 탄생시키고 인간 세상 바깥에 있는 존재들을 괴물로 명명한 이들의 의도를 우리는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노려볼 수 있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30만년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인류는 다른 존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초기 자본주의자들은 사람들이 생명세계를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야 했다. 자본주의는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했다. ... 제국의 등장으로 애니미즘적 존재론이 공격을 받으면서 사람들은 점점 세상을 둘로 갈라진 것으로 보게 되었다. 근대 철학자들의 손에서 인간과 나머지 생명세계는 붙일 수 없을 정도로 명확하게 둘로 나뉘어졌다. 이들의 작업은 세계를 미몽에서 깨우는 분명한 시도였고 남아있던 애니미즘 철학 원리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었다. 우리는 대개 교회와 과학이 서로 적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과학혁명의 구조는 상당히 종교적이었으며 성직자들과 공동의 명분을 공유했다. 바로 자연으로부터 정령을 제거하는 것이다.’

- 제이슨 히켈, <적을수록 풍요롭다> ‘거대한 분리’ 중에서

자연과 인류 사이의 거대한 분리가 고안되고 오늘날 더이상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골이 깊어지게 된 시작점을 되짚어보자니 복잡한 감정이 듭니다. (여기서도 기독교의 흑역사를 보게 되다니요!) 이 분리의 역사는 지구생태계에 대한 인간문명의 무분별한 만용으로, 그리고 (더 심각하게는) 오늘날 대부분 도시민들의 생태적 무지와 무관심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겠지요.

 

제이콥에게 주어진 생태적 회심

이미지 출처 : 포털사이트
이미지 출처 : 포털사이트

영화는 유능하고 젊은 바다사냥꾼 제이콥의 변화를 통해 자연세계에 대한 우리의 수정된 태도를 제안합니다. 사냥꾼들의 오랜 숙명과도 같았던 바다괴물 레드 블러스터(빨강이)와 친구가 된 제이콥은 그동안 비스트들의 등에 수도 없이 창을 꽂아 왔던 지난 시절을 뉘우치며 더 이상 그들과의 전쟁은 없을 거라고 선언합니다. 생명을 이유없이 학살해 온 제이콥의 부끄러운 과거는 바다속 생물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무지, 무엇보다 그의 세계를 지배한 제국의 세계관으로부터 기인한 것이겠습니다.

제이콥(야곱)의 이러한 생태적 회심을 만나며 지금 우리에게 너무도 절실한 것은 자연세계와 친구가 되기 시작하는 경험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오늘날 세계를 장악한 지배적인 이야기에 질문을 던지는 새롭고도 오래된 이야기가 간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은 아주 오래된 불후의 영적 본문을 통해 자신을 계시하지만, 그의 모국어는 자연이라 할 수 있다. … 자연을 인간의 이런저런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길 때 자연은 불투명해지고 우리에게 자신의 참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 숨겨진 언어에 끈기와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연은 드러나지 않은 위대한 비밀을 모두 감추어버린다. ... 우리는 계절의 반복과 창조의 순환, 삶과 죽음, 파종과 수확, 새 생명과 부활을 향한 기다림과 누림을 통해 신이 일하는 방법과 그 뜻을 읽을 수 있다.’

- 헨리 나우웬, <분별력> p.108

 

폭력의 형상을 대체하는 우정과 상생의 형상 

이미지 출처 : 포털사이트
이미지 출처 : 포털사이트

메이지의 마을에 세워진 바다사냥꾼들의 창을 든 조각상(형상)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산산이 무서져 내립니다. 영화는 사람들과 바다생물들이 비로소 대양을 공유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행복하게 끝을 맺지요. 제국의 조각상이 사라진 자리에 세워질 새로운 형상은 어떤 이야기를 담게 될까요? 친구가 된 바다 생물들과의 든든한 우정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아닐지 상상해 보게 됩니다.

신의 ‘형상’으로서 땅 위에 창조된 인간됨의 소명은 자연세계를 사랑하는 신의 성품을 닮아 피조세계를 돌보고 상생하며 살아가는 것이라 했던가요? 여린 잎들의 아름다움이 황홀함을 주는 5월, 나무들과 들꽃과 텃새들의 이름을 찾아 불러주는 시간을 부쩍 많이 가져보게 됩니다. 이들의 숨결이 느껴질 때 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기쁨이 솟아나는 것을 보니, 신의 모국어는 참으로 자연이 맞겠다는 확신이 생기네요. 오늘 주변의 지구생명들에게 말 걸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 필자의 다른 글 보기 [이미지 클릭]
▲ 필자의 다른 글 보기 [이미지 클릭]

[5회 영화제 후원모금]

후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지속적인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 이미지 클릭 - 5회 모기영 후원안내
▲ 이미지 클릭 - 5회 모기영 후원안내

[ 모기수다 시즌2 ]

🎬 5월의 모기수다에 초대합니다!
모기영의 영화감상 모임인 ‘모기수다’는 매월 둘째 토요일 오후 3시에 모입니다.
5월의 모기수다 영화는 다르덴 형제 감독의 <더 차일드>(2005)입니다.

📍 시간 : 2023년 5월 13일(토) 오후 3시 (3~5시-영화감상, 5~6시-감상 나눔)
📍 장소 : 바람이불어오는곳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 5층, 501호)
📍 참여신청 및 문의 : '문토' 어플리케이션-> '모기수다' / 사무국 010-2567-4764

모기수다 모임 참여는 '문토'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 앱스토어 / 구글스토어에서 '문토(MUNTO)' 어플 설치
▶︎ '모기수다' 검색
▶︎ '5월의 모기수다' 클릭 후 '참여하기'
▶︎ 참가비 결재 (1만원)

*문토 이용 수수료와 다과준비 및 공간사용료를 위해 회비를 받고 있습니다.


모기영 정기후원자를 위한 <장기자랑>(2023) 상영회

후원자님들을 모시고 세월호 학부모님들의 연극공연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장기자랑>(이소현감독, 2023)의 상영회를 개최합니다.

▲ 이미지 클릭 - 상영회 신청 (정기후원자 및 1~5회 영화제 후원자)
▲ 이미지 클릭 - 상영회 신청 (정기후원자 및 1~5회 영화제 후원자)

장프로의 '빛과소금' 연재

우리는 때로 같은 언어를 꿈꾼다 <페르시아어 수업>(2020)

▲ 이미지 클릭 - 장다나 프로그래머의 연재글 링크
▲ 이미지 클릭 - 장다나 프로그래머의 연재글 링크

모기영 후원안내 ( ▲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모기영 후원안내 ( ▲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5회 모기영을 위한 후원자 명단이 매주 새롭게 채워지는 것을 보며
이 소중한 영화제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구나 하는 힘을 얻습니다.
좋은 영화의 힘을 믿으며
혐오와 배제없는 축제의 시간을 함께 만들어가시는 분들을 계속해서 기다리겠습니다.
응원해주시고, 함께해주세요!

 

 / 편집디자인 강원중

 

2023년 5월 13일 토요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주간모기영에 바라는 점이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소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

 

Copyright © 2023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All rights reserved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주간모기영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주간모기영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Christian Film Festival For Everyone|혐오 대신 도모, 배제 대신 축제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