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주간모기영 97호

[은프로의 여기저기] 폭풍과 기다림:서귀포 기당미술관의 변시지, [모기영 시사회] <지옥만세>

2023.07.29 | 조회 3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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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모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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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프로의 여기저기]

폭풍과 기다림: 서귀포 기당미술관의 변시지 

변시지, <기다림>, 캔버스에 유채, 115×90cm, 1980년대
변시지, <기다림>, 캔버스에 유채, 115×90cm, 1980년대

한 남자가 구부정하게 서서 나무에 몸을 기대고 있습니다. 손에는 막대기에 가까운 지팡이를 들고 있군요. 멀리 수평선 가까이 조각배가 떠 있고 하늘에선 까마귀가 한 마리 날고 있어요. 언덕 위 초가집은 언덕을 따라 기울어 있고, 조랑말은 몸의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바다를 보고 있네요. 날이 흐린지 구름이 짙고 태양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남자의 이름은 변시지입니다. 수염도 머리도 덥수룩한 채 고개는 땅을 향하고 있는 화가 자신이죠.

그림의 제목은 ‘기다림’인데 과연 이 사람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기는 한가 싶습니다. 기다리는 일에 지쳐있거나 이미 체념한 것 같아서, 차라리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은 조랑말인 것처럼 보이는걸요. 화가는 무엇을 그렇게 기다렸을까요. 사연을 단번에 알아볼 수는 없지만 바람부는 언덕에 선 남자의 외로움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잘 알겠습니다. 조랑말도 까마귀도 멀리 조각배도 모두 혼자입니다.

변시지, <파도>, 캔버스에 유채, 129×96cm, 1986.
변시지, <파도>, 캔버스에 유채, 129×96cm, 1986.

1926년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태어난 변시지는 1931년, 다섯 살 때 가족이 일본으로 이주하여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소학교때 일본인 상급생과의 씨름에서 다리를 다친 이후 평생 불편한 몸을 이끌고 살아야 했죠. 일찍이 그림에 소질을 보였던 변시지는 엄혹했던 식민지 시절 일본의 미술학교에서 수학했고, 광복 후에는 최연소 나이이자 조선인으로서는 최초로 일본 최고의 회화전인 ‘광풍화전’에서 대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이듬해엔 최연소로 광풍화전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어요. 오늘날 변시지는 ‘제주 화가’ ‘폭풍의 화가’로 불립니다. 1970년대 중반 고향 제주로 돌아와 변시지가 새로 개발한 화풍이 제주의 색과 풍광을 담고 있다고 인정되었기 때문이죠.

변시지, <태풍>, 캔버스에 유채, 228×182cm, 1982.
변시지, <태풍>, 캔버스에 유채, 228×182cm, 1982.

누군가는 제주시절 변시지 작품의 주조를 이루는 황토색을 ‘노란 장판 같은’ 색상이라고 표현했더군요. 일본에서 인상파 풍의 사실주의 유화를 그리다가 한국에 돌아와 고궁의 기왓장과 나뭇잎 하나까지 놓치지 않았던 세밀화를 그렸고 마침내 제주에서 자신만의 색상과 화법을 발견한 화가에게 황토색은 하늘과 바다와 땅의 알록달록한 색상을 투명하게 재해석한 날것의 고향 빛이었습니다. 

3년만 시간을 달라고, 서울의 아내와 자녀들에게 부탁하고 홀로 내려온 제주에서 화가는 세상을 뜰 때까지 여생을 보내게 되는데요, 기다림의 고독과 폭풍과 바람과 파도의 역동가운데 느껴지는 이상한 평온함은 고향땅에서 나그네된 정서에서 나온 것인가 싶습니다. 수묵화 같은 단순한 색조와 꾹꾹 눌러 찍은 유화의 힘찬 붓질이 일본과 한국, 서양화와 동양화의 조화를 담고 있어 신비롭기도 하고요.

화가의 방, 서귀포시립기당미술관에 재현된 공간. TV 위의 ‘못난이 삼형제’ 인형은 서울에 두고 온 세 남매를 그리워하여 놓아둔 것이라고.
화가의 방, 서귀포시립기당미술관에 재현된 공간. TV 위의 ‘못난이 삼형제’ 인형은 서울에 두고 온 세 남매를 그리워하여 놓아둔 것이라고.

...... 사람들은 나를 가리켜 제주도를 대표하는 화가라 한다. 그동안 내가 제주도의 그 독특한 서정을 표현하려 무던히 애써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진정으로 내가 꿈꾸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제주도’라는 형식을 벗어난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존재의 고독감, 이상향을 향한 그리움의 정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것이고 인간이면 누구나 갖는 것이다. 내 작품의 감상자들이 그런 정서를 공유하며 위안받았으면 한다.

                          변시지, 「꿈꾸는 삶은 아름답다」에서. (『폭풍의 화가, 변시지』 97쪽, 재인용)
서종택, 『변시지, 폭풍의 화가』, 열화당, 2017(개정판) [좌] 이종규 글, 윤종문 그림, 『폭풍의 화가, 변시지』, 퍼플, 2022 [우]
서종택, 『변시지, 폭풍의 화가』, 열화당, 2017(개정판) [좌] 이종규 글, 윤종문 그림, 『폭풍의 화가, 변시지』, 퍼플, 2022 [우]

제주에서 특별히 경험할 수 있고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여러 건축물과 예술작품들이 있습니다.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평평하고 단순해서 오히려 압도적인 몇몇 건물들이 언뜻 생각납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전 세계에서 수집된 재벌가의 예술작품들을 자랑하는 곳들이거나 대개는 작지 않은 금액을 지불해야 입장이 가능한 곳들이지요.

그에 비하면 서귀포 어느 언덕자락으로 쑤욱 숨어들어가 있는 기당미술관은 참 소박한 공간입니다. 제주산 보말이나 바닷고동을 닮은 지붕이 동글동글하도록 멋을 부린 건물 외관은 옛스럽기까지 하죠. 1987년 기당 강구범이 지원하고 화가 변시지의 제안으로 건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시립미술관입니다. 재일교포 재력가였던 기당은 변시지의 외사촌 형님이라고 하네요. 혹시 휴가로 제주여행을 계획하고 있으시다면 서귀포의 시립기당미술관을 들러보시면 어떨까요. ‘천원의 행복’이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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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영 후원자를 위한 <지옥만세>(2022) 시사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초청 & 서울독립영화제 넥스트링크를 수상한 임오정 감독의 <지옥만세>(2022) 시사회에 모기영 후원자 여러분을초대합니다.

-일시 : 8/10(목) 19:00 (20:50부터 GV)
-게스트: 임오정 감독, 오우리 배우
-장소 : 홍대 상상마당 시네마 (서울특별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65, 지하4층)
-티켓신청 및 양도(2매) : https://forms.gle/AJ6DevBsC1dJ8KqAA
-문의 :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사무국(010-2567-4764)

이미지 클릭 - 후원자 티켓신청 및 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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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한국대회(7/27~29, 서울여자대학교) 사회선교박람회에서 모인 모기영
성서한국대회(7/27~29, 서울여자대학교) 사회선교박람회에서 모인 모기영

화려하지 않지만 마침내 고유의 색을 찾아낸 영화제,
바로 그 고유의 색상이 누구에게나 통하는 보편의 가치를 건드리고
평화로운 공존과 조화를 가능하게 하는 그런 영화제를 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최은 수석프로그래머
편집디자인 강원중

 

2023년 7월 29일 토요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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