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주간모기영 149호

[최은의 영화보기] <사랑은 낙엽을 타고>(2023) *한국기독공보 연재글 일부

2024.11.04 | 조회 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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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의 영화보기]

핀란드에서 광화문으로 날아온 가을연가, <사랑은 낙엽을 타고>(2023)

* 한국기독공보에 실린 글의 일부를 발췌하였습니다.
(전문 링크 : https://pckworld.com/article.php?aid=10430725577)

'사랑은 낙엽을 타고' 스틸컷.
'사랑은 낙엽을 타고' 스틸컷.

 친구 따라 주점에 갔다가 눈빛을 주고받은 안사(알마 푀이스트)와 홀라파(유시 바타넨)는 몇 번의 우연한 만남을 거쳐 함께 차를 마시고 영화를 본다. 안사가 준 연락처를 홀라파가 잃어버렸지만, 발 밑의 담배꽁초 수십 개로 남은 홀라파의 시간과 불 꺼진 극장을 다시 찾은 안사의 그리움이 그들을 서로에게 데려다 주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결합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술 때문에 아빠와 오빠와 엄마를 잃은 안사는 한눈에 홀라파가 술꾼이라는 걸 알아보았고, 홀라파는 자신의 삶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들의 사랑이 애처로운 것은 그들의 가족사와 라이프스타일 때문만은 아니다. 안사와 홀라파는 자주 생계를 위협받는 노동자들이다. 안사는 일하던 마트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팔 수 없는 빵을 갖고 나오다가 해고당한다. 어차피 비정규직이어서 통보기한을 지킬 필요도 없는 간편한 해고였다. 홀라파는 노후한 장비 탓에 산재를 입었으나 근무 중 음주사실을 들켜 곧바로 해고당하고 숙소에서도 쫓겨난다. 그는 금속노조 소속이어서 건설노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그 와중에 안사를 세계와 연결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인 라디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참상을 매일같이 전해온다. 안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채널을 돌려 다른 방송에서 틀어주는 음악을 듣거나 급기야 "망할 전쟁!"을 내뱉는 것뿐이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외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 안사의 마음에서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홀라파를 식사에 초대한 날 저녁의 일이다. 한눈에도 안사는 홀라파에게 끌리는 자신의 마음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 스틸컷.
'사랑은 낙엽을 타고' 스틸컷.

안사와 홀라파의 따뜻한 사랑 이야기로 돌아온 핀란드의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사랑은 낙엽을 타고'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6년 전 베를린 은곰상을 수상한 '희망의 건너편'(2017)을 끝으로 은퇴할 의사를 밝혔던 카우리스마키의 신작이었다. 감독은 왜 침묵을 깨고 다시 영화를 하기로 한 걸까.

'성냥공장 소녀'(1989), '아리엘'(1988), '과거가 없는 남자'(2002), '르아브르'(2011) 같은 전작들에서 그가 주인공으로 삼은 인물들은 대개 공장의 노동자나 난민 청년이나 어린아이, 구두닦이와 같이 사회적으로 지위가 불안정한 사람들이다. 특히 '희망의 건너편'은 당시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던 시리아 난민과 그를 무심히 돕는 이웃들의 이야기였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 스틸컷.
'사랑은 낙엽을 타고' 스틸컷.

겨울을 코앞에 둔 바삭한 가을, 소박한 연인들의 사랑이야기에 이 영화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참상을 라디오 뉴스로 촘촘히 심어 놓은 것은 따라서 세상에 고통과 폭력이 있는 한 희망과 사랑을 이야기하겠다는, 카우리스마키의 다짐이나 선언일지 모른다.

깨어진 세상을 향한 그리스도인들의 다짐이 바로 이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낙엽이 구르고 찬바람 부는 이 계절, 거장의 노랫말과 무심하게 사려 깊은 유머와 선명한 색감과 그 모든 것이 만들어낸 기적이 우리에게도 간절하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11월 21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제6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둘째 날인 22일 금요일 오후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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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시끌시끌합니다.
이런 시절 예술은, 영화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영화는 아무 일 못/안할지 모르나(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ㅎ)
이 시국에 “이런”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희망이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어요.
그리고 그것이 6년째 모기영이 이 길을 가고 있는 이유입니다.
올해도 모기영은 모기영합니다.
훨씬 깊어지고 참신한 작품들로 돌아왔어요.
모기영의 박일아 장다나, 두 프로그래머가 발로 뛰고 눈으로 쫓고
열손가락으로 긁어모아온 여러 나라의 작품들이 다 좋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장으로 들어가고(전쟁)
아르메니아 학살과 세월호의 상흔을 기억하고(역사/참사)
외부자를 향한 날선 시선과 맹목적인 신념과 실천을 폭로하며
장애에 대한 익숙한 편견을 뒤틀고(왜곡된 신념/타자)
개인에게 오롯이 떠넘겨진 돌봄과 그로 인한 절망에 또롯한 시선을 두고(돌봄)
망가진 생태계의 황폐함과 너무 쉽게 포기되는 생명들에 슬퍼하고 분노하며(환경/생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일들을 직시했을 때만 출몰 가능한 희망과 우정,
쿨하지만 원숙한 사랑과 평화로운 공존에 대해 말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모기영의 영화들이 늘 그렇듯이 극장에서 보아야만 제맛인 작품들입니다.
올해는 특별히 국내 미개봉작이 다섯 편이라는 점도
미약한 모기영으로서는 작은 도약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편으로 보자면 열두 편 중 다섯 작품이 해외에서 직접 수급한 미개봉작이니
대략 40%입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코리아 프리미어 상영작도 한 편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이건 꼭 보셔야 합니다...<밀크티쓰> 모기영 익스클루시브...^^)

영화제다운 영화제로 모기영이 자리잡아가는 것을
태동부터 지켜봐주신 분들께 특별히 감사드리며
올가을 좋은 영화로 세상을 달리 볼 수 있는 기회,
비슷한 생각으로 귀한 시간을 비워 달려와
스크린 앞에 앉은 ‘동시대인’들을 만나는 기쁨을 놓치지 마시기를 권해드립니다.

👇👇 6회 모기영 프로그램 확인하기 👇👇 *티켓예매 오픈 : 11/12(화) 9AM, 디트릭스

 

최은
편집디자인 강원중

2024년 11월 4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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