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아의 요즘 한국영화
말 많은 <외계+인>에 대한 나의 소회
외계+인 1부(2022), 2부(2024)
<범죄의 재구성>(2004)와 <타짜>(2006)를 통해 한국 케이퍼 무비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는 평을 들었던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2012)과 <암살>(2015)로 ‘쌍천만’ 관객을 동원한 감독으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많은 주인공을 등장시켜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맛깔스러운 대사로 정평 나있는 그는 7년 만에 <외계+인> 1부를 개봉하면서 큰 기대를 받았지요. 그리고 1년이 조금 넘은 2024년 1월, 2부가 개봉을 했습니다.
인지도 높은 배우들과 높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1부 스코어를 보지 않은 채 2부까지 동시촬영을 진행했던 방식은 최동훈 감독 자체가 흥행수표였다는 증거이자 높은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외계+인> 1부는 이전 작품과는 다른 생소한 장르의 혼종과 1부만으로는 서사의 구조나 결말이 눈에 들어오지 않다보니 궁금증만 자아내고 끝난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꽤 저조한 스코어를 기록했습니다. 이번에 2부가 개봉되고 1부에서 깔아놓은 서사와 복선들이 하나씩 꿰어지고 1부와는 다른 시점의 장면들까지 더해지면서 서사의 개연성이나 캐릭터 측면에서 훨씬 끌어올려졌다고 보입니다.
각각의 캐릭터가 낳은 장르의 혼종(잔치)
<외계+인>은 최동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독특했던 <전우치>(2009)와 결이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형 히어로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영화<전우치>는 조선시대를 활보했던 도사 전우치가 현대 시대에 불려나와 요괴를 물리치는 코믹액션물로 현대라는 배경안에서 펼쳐진 한국 고전적 상상력이 흥미롭게 그려졌지요. 그러나 이런 특색은 작품 자체의 의의와는 별개로 호불호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외계+인>은 고려시대의 ‘도술’에 ‘외계생명체’라는 소재까지 더해지면서 서사적으로나 장르적으로나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작품이다보니, 대중성을 획득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외계+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봤을 때 이 작품의 장르적 혼종은 필연적입니다. 1381년 고려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을 비롯한 다양한 도사들과 삼각산의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이 사용하는 도술은 마치 주성치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코미디로 작동하고,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검객 능파(진선규)와 밀본의 세력 등은 무협물의 요소를 보여줍니다. 2022년 현대에서 넘어간 등장인물 이안(김태리)은 총술로 단련되어 있고, 외계 죄수를 통제하는 가드(김우빈)와 썬더가 시간의 문을 통과하는 설정은 스페이스 오페라(우주활극)와 타임 슬립까지 SF의 하위 장르도 결합되어 있지요.
적지 않은 캐릭터들이 각기 다른 복장과 무기를 가지고 등장하는데 여기서 감독은 각 장르에 충실했던 영화들의 레퍼런스를 충실히 따릅니다. 관객들은 우주선이나 외계인의 외형부터 두 신선이 사용하는 다양한 무기들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감독이 선형적으로 흘러가지 않는 편집방식과 두 시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인물들이 교차하는 복잡한 구조 속에서 각 장르별 특징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연출한 의도로 읽힙니다. 특히 얼치기 도사 무륵이 “도사란 무엇이냐~”라고 읊는 부분은 <전우치>에서 강동원이 했던 대사로 자기복제를 한 부분이고, 무륵이 공중부양으로 신검을 훔치려다가 해독제를 손에 넣는 장면은 <미션 임파서블>의 패러디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과 각종 장르의 클리셰는 상상력의 빈약함보다는 유머라고 할 수 있겠지요.
외계인인가, 인간인가? 그것이 문제인가.
이처럼 시대와 장르를 뛰어넘는 인물들을 조우시키면서 감독이 던지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외계의 돌연변이 무리가 하바를 터뜨리고 지구를 정복하게 하느냐, 이를 막아내느냐’라는 커다란 임무에 앞서, 영화는 1, 2부를 통틀어 신검찾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신검은 다양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데 첫 번째는 시간의 문을 열 수 있고, 인간이 신검에 찔리면 안에 잠들어 있던 다른 에너지가 발현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탈옥한 외계인들은 ‘설계자’라고 불리는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갇혀있는 인간을 찾아 신검을 꽂으려고 합니다. 또한 아픈 인간이 신검을 쥐게 되면 치유가 되는 에너지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신검을 찾느라 모두가 혈안이 된 상황에서 신검은 이런저런 인물들의 손을 거치게 되고, 얼치기 도사 무륵은 어쩌면 자신의 몸에 ‘설계자’라고 불리는 외계의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되죠. 내 안에 외계의 존재가 들어있다면... 나는 인간인가, 외계인인가? 여기서 출발한 고민은 내가 발휘하는 능력은 과연 나의 것인지, 내 안에 들어온 누군가에 의한 것인지 자기부정을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네 안에 무엇이 들어있든 넌 그냥 너야, 얼치기 도사 무륵!"
‘난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이안이 주는 명쾌한 대답 그 이상은 찾기 어려워보입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아무리 답을 알려줘도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와 닿을 수 없는 것이겠지요. 무륵이 자신은 매일 도를 닦아 경지에 이른 것이 아닌 어느 아침의 깨달음에서 비롯되었다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깊게 했던 사람만이 단순한 진리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닐런지요. 그리고 이것은 이곳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할 법한 질문이지요. 여긴 어디며, 나는 누구이며, 왜 여기 있는지. 그 질문은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종종 도래하는 질문입니다만, 끈질긴 고민 앞에 깨달음의 순간은 한 번씩 찾아온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지요.
外界 그리고 人
영화 <외계+인>은 지구 밖 행성에서 온 외계생명체들이 등장하고, 그 중의 돌연변이 죄수들은 지구를 정복하려는 설정이지만 제목을 외계인으로 할 정도로 외계생명체 그 자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더욱이 ‘외계’와 ‘인’이라는 두 단어를 ‘더하기’ 기호로 맺어놓은 의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지요. ‘바깥세계’를 의미하는 외계를 생각했을 때 그 기준을 지구가 아닌 사람의 몸, 신체에 둔다면 피부로 둘러쌓인 개체의 외부의 세계, 그것은 타자를 넘어 타종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부적을 날리며 복제술을 사용하는 청운이나, 자유자재로 형상을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 썬더. 고양이와 인간, 부채 속 그림까지 변신술을 보여주는 우왕좌왕, 그리고 인간의 뇌에 들어간 외계인들까지. 인간이 지닌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상상은 개연성과는 별개로 쾌감을 선사하지요.
영화 자체의 이야기와는 별개로 이 제목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던 거 같습니다. 나는 내 몸 밖의 세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어떻게 영향을 받고 또 주고 있는지 말이지요. 우왕이 좌왕이 둘을 보면서 하나님은 현시대에는 어떤 모습으로 임재하고 계실까? 까지 생각했다면 다들 폭소를 터뜨릴 수도 있겠지만, 때론 이런 상상력이 필요한 사회가 아닐까싶습니다.
글 : 박일아
편집디자인 : 강원중
2024.01.27.토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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