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버리 로그 : 멕시코 도착

이 고생의 끝은 어디

2023.12.10 | 조회 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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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퍼 매뉴얼

바다, 항해, 세일링 요트에 대한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멕시코 엔세나다Ensenada에서 메일 드립니다. 

엔세나다는 미 서부 해안을 따라 내려오는 배가 처음 만나는 멕시코의 항구랍니다. LA에서 150 마일 정도 남동쪽에 있는 이 곳은 기온이 4도 정도 더 높은 것 같습니다. 

밴쿠버에서 출항한 어리버리 세일러 둘이 40년 된 배를 끌고 정말로 멕시코까지 오게 되었네요. 우리가 드디어 멕시코 땅을 밟았다는 기쁨과, 앞으로 할 항해에의 걱정이 뒤섞여 있는 묘한 기분입니다. 호라이즌스 호에 또다시 엔진 문제가 생겼고, 이 곳에 상당 시간 머물게 될 것 같습니다. 

 

출항통

원래 지난 2구간 종착역이 엔세나다였는데요, 좀 더 일찍 LA에서 쉬고 한국에 갔습니다. 배를 석 달간 계류할 마리나 문제도 있었지만, 다시 태평양으로 나가기가 정말정말 싫었거든요. 이번 구간 고문이 합류하기로 하면서 좀 마음이 풀어졌다가, 이마저 무산되니 정말 출항하기 싫더군요. 

세 달 동안 편안하게 잘 지낸 LA의 마리나 안에는, 동네서 유명한 맛집 마리나 까페에 더불어, 뙇- 중고 요트 브로커 사무실도 있었습니다. 이거슨 신의 계시인가.. 

배를 팔고 항해를 중단하는 게 어떻냐는 의견에 선주는 큰 충격을 받았으나, 애써 태연한 표정을 잃지 않고 그 때부터 멕시코 항해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캐나다에서 초대하려던 친구들은 올 수 없었지만, 멕시코 항해 베테랑이자 독일인 세일러를 마리나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번 더 용기를 내, 어쨌든 멕시코까지는 가 보자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높은 파도와 예보에 없던 깜짝 강풍에 이제 질릴 대로 질려, 이번 LA-엔세나다 구간은 어떤 경우에도 높은 파도와 강풍이 있을 수 없는 날을 고르고 고른 뒤에도 또 한 번 골라 나갔습니다. LA에서 출항, 35마일 떨어진 다나 포인트Dana Point에서 닻을 내리고 하룻밤 지낸 뒤, 110 마일 무박 2일 항해를 시작한지 두 시간쯤 지났을 때 갑자기 엔진 소리가 이상해졌습니다. 열어보니 디젤 연료가 새고 있더군요. 상황이 이렇게 되니, 이제 바람이 없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얼마나 순한 맛 날씨를 잘 골랐던지, 도저히 엔진을 끄고 세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배를 돌려 가장 가까운 항구에 들어갈 것인가, 이대로 기름 새며 갈 것인가 고민 끝에, '새는 기름을 받아서 다시 넣으며' 가기로 하고 계속 진행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될 리 있나요. 배에 있는 재료로 어떻게 연료받이를 만들어 설치하는 데 까지는 성공했으나, 받아지는 연료는 엔진의 기름때를 머금고 있더군요. 

그래도 오프쇼어 요트 타야나 37의 넉넉한 연료 탱크(무려 90갤런) 용량을 믿어 보기로 했습니다. 중간에 연료가 바닥난다면 그때 구조요청을 하기로 하고요. 이런 불확실성을 안고 밤새 항해해 국경을 넘고 엔세나다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구간은 아주 쉬운 조건에서 아주아주 쉽게 항해한 뒤 용기를 좀 얻어 남쪽으로 갈 수 있길 바랬는데 역시나...

 

멕시코

멕시코에는 처음 와 보는데요, 놀라운 점은 높은 물가입니다. 아무래도 외국인들 시장인 마리나와 일부 팬시한 식당 정도만 물가가 비쌀 줄 알았는데, 수퍼마켓에 가 보고 놀랐습니다. 미국 물가의 90% 정도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더군요. 마리나 계류비는 미국의 두 배 정도로 비쌉니다. 

멕시코 사람들은 듣던대로 매우 친절합니다. 미인은 종종 눈에 띄는데 미남은 없는 점도 특이합니다. 선주는 스페인어를 할 줄 알고, 저는 이탈리아어로도 큰 문제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해, 미국인들이 여기서 느낀다는 언어절벽 불안이 없어서 좋습니다. 

피쉬 앤 칩스 등 튀긴 음식 천지 미국 음식에서 벗어나 이제 멕시칸 음식을 탐험할 기대에도 부풀어 있습니다. 몇 번의 맛집탐방 후 타코는 아무래도 입맛에 맞지 않는듯 해, 이제 다른 메뉴들을 공략해 볼 계획이랍니다. 

해결할 일이 많지만, 주말 동안 배에 관한 일은 잠시 잊고 편히 지내려고 합니다. 구독자님도 편안한 일요일 되세요. 

일출
일출
멕시코 태평양
멕시코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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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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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호

    0
    5 months 전

    순탄할수 없는 항해기 잘 보고 있어요 잘 정리하고 새로운 항해기 올려주세요 ㅎㅎ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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