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공대생이 감성 에세이를 쓴다면

2021.05.08 | 조회 5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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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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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라는 말, 흔적은 있어도 언제, 어떤 이에게 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말, 누가 주체인지 방향을 알 수 없는 말, 내가 기다려야 하는 건지, 당신이 기다려야 하는 건지, 양쪽의 누구든 절대 해독할 수 없는 말.

너무나 많은 기다림이 당신의 인생에 존재한다. 어떤 기로에 묶인 당신은 지금도 기다림이 기다리는 막차에 탑승해 있을 거라고 착각에 빠진다. 기다림은 어떤 순간에 매어 있지만, 그것은 느슨하기도 팽팽하기도 하다. 그러니까 그것은 어쩌면 스펀지처럼 당신의 모든 기다림을 흡수해버릴지도, 아니라면 당신이 어젯밤 누군가를 생각하며 한 올 한 올 손뜨개질했던 어떤 간절함처럼 힘이 탁 풀리며 한순간에 풀어질지도.

그 기다림이란 것은 유통기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마음속에서 거주하는 기다림이라는 녀석은 당신이 이 세상에서 소멸될 때까지 그럭저럭 이웃처럼 살아가는 존재라고 할까. 빛이 바랜 마지막 티켓같이 생긴 녀석에게 우리는 모든 공간을 다 내어주는 편이지만, 그 공간은 허락된 사람에게만 찾아갈 테니, 어찌 당신은 마지막 탑승칸에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할까.

당신은 이 순간에도 기다린다. 그래서 당신의 모든 시간은 기다림을 위해 예비된다. 기다림은 찾을 수 없는 막막한 것들만 되살린다. 이 밤을 하얗게 뜬 눈으로 보내는 당신에게 까만 밤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게 될까. 기다림은 형상이 없지만, 가끔은 먼 구름 바깥의 달빛으로 나타난다. 모양을 바꿔가며 매일 밤마다 당신의 창문에 기다림이라는 글자를 써주며.

어쩌면 기다림,이라는 말은 당신과 나 사이를 잇는 작은 교각을 건설하는 일이겠다. 한 쪽에서 또 다른 한 쪽으로, 무심하게 걸어가는 길이겠다. 교차로에서 서로 다른 신호를 받아들고 서로를 모른 채 지나가는 일이 벌어지는 일이 다수이겠지만. 기다림이라는 말은 결국 당신과 나는 다른 언어로 번역하게 되겠다. 그래서 기다림은 늘 애절한 그림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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