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HR 담당자에게 가장 중요하고 때로는 가장 부담스러운 일 중 하나는 바로 성과 평가 피드백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최근 한 기업에서 팀장 교육을 진행했을 때, 한 팀장님께서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직원 하나가 업무 역량은 뛰어나지만 팀원들과의 소통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개선해야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는데, 피드백을 주자마자 얼굴이 굳어지더니 이후 일주일 내내 의욕을 잃은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피드백을 너무 공격적으로 전달했나 자책하게 되더군요.”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직원은 자신의 가치를 위협받는다고 느껴 심리적 저항을 보이거나(Psychological Resistance), 심지어 업무 회피나 퇴사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피드백이 직원의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전달 방식에 따라 독(Poison)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이 현상을 단순히 '피드백을 잘 못 줬다'는 개인의 스킬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인간의 '자존감(Self-Esteem)'과 '성장에 대한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을 건드리는 심리학적, 그리고 조직 문화적 이슈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평가 피드백이 야기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이를 성장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심리학적 접근과 구체적인 HR 실행 지침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부정적 피드백이 작동하는 심리학적 기제: 위협과 방어
직원이 평가 피드백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심리학적 위협(Psychological Threat) 때문입니다.
1. 자아 일치성 위협(Self-Consistency Threat)
인간은 자신의 행동과 가치관이 일치해야 한다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자신이 '유능한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직원에게 '업무 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피드백이 주어지면, 이는 자신의 자아 개념(Self-Concept)과 충돌하며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됩니다. 피드백을 비판으로 받아들이는 경우,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며 정보 수용을 차단하게 됩니다(Ruttan & Nordgren, 2016).
2. 고정 마인드셋의 활성화 (Activation of Fixed Mindset)
캐롤 드웩(Carol Dweck) 교수의 연구에서 언급되는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을 가진 직원은 피드백을 자신의 타고난 능력 자체에 대한 판단으로 간주합니다. 이들은 "내가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에 빠져,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노력을 포기하게 만듭니다. 반면,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가진 직원은 피드백을 '현재의 성과'가 아닌 '미래 성장을 위한 정보'로 받아들여 동기 부여를 얻습니다.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3가지 심리학 기반 접근 전략
피드백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고 성장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HR 담당자가 피드백 제공자(리더)에게 심리학적 안전감을 주는 전략을 교육해야 합니다.
1. 자기 확인 이론(Self-Affirmation Theory) 기반의 '긍정적 완충' 활용
[전략]
피드백 전달 전에 직원의 핵심 가치나 강점을 먼저 강조하여 심리적 '방어벽'을 낮춥니다.
[실행 지침]
시작 - 긍정적 강점과 가치 상기: 피드백 시작 시, 평가 내용과 관계없는 직원의 주요 성과, 팀에 대한 헌신, 또는 그들의 고유한 강점(예: "당신의 끈기와 문제 해결 능력은 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을 먼저 언급합니다.
[이론적 근거]
자기 확인 이론(Steele, 1988)에 따르면, 개인의 핵심 가치와 강점이 확인되면,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이 들어와도 자신의 전반적인 자아 가치(Self-Worth)가 위협받지 않으므로 방어 태세가 줄어듭니다.
[사례]
GE(General Electric)는 2010년대 초반 성과 관리 시스템을 개편하며, 코칭 대화의 초점을 약점 보완이 아닌 '강점 극대화'로 전환했습니다. 강점을 기반으로 대화를 시작하여 직원의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한 것입니다.
2. '성장 마인드셋' 유도 및 프레이밍(Framing)
[전략]
피드백의 초점을 개인의 능력('Be')이 아닌 행동과 결과('Do')에 맞추고, 개선 가능성(Malleability)을 강조합니다.
[실행 지침]
피드백 언어 변경: "당신은 배려심이 부족합니다(고정의 관점)" 대신, "지난 회의에서 팀원의 의견을 경청하는 시간이 조금 부족했습니다(성장의 관점)"와 같이 특정 행동에 대해서만 언급합니다.
미래 지향적 접근: 피드백을 '판단'이 아닌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지도(Roadmap)'로 명확하게 프레이밍 합니다. "이것은 당신의 현재 성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다음 프로젝트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한 명확한 행동 계획입니다."라고 전달합니다.
긍정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의 연구에서 '설명 스타일(Explanatory Style)'이 긍정적일 때(노력으로 개선 가능하다고 믿을 때) 성과가 향상됨을 보여줍니다. 리더는 직원이 성과 저하의 원인을 '개선 가능한 외부 요인'이나 '노력 부족'으로 돌리도록 대화를 유도해야 합니다.
3. 피드백 수용 능력(Feedback Seeking and Receptivity) 향상 교육
[전략]
직원 스스로 피드백을 요청하고 수용하는 능력을 조직 차원에서 개발합니다.
[실행 지침]
'피드백 요청(Feedback Seeking)' 습관화: 직원이 수동적으로 피드백을 받기보다, "제가 어떤 부분에서 개선하면 팀 목표 달성에 더 기여할 수 있을까요?"와 같이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리더에게 능동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하도록 교육합니다.
'피드백 리셉션' 가이드: 피드백을 받을 때 방어적인 반응 대신 '경청하고(Listen), 이해하려 노력하고(Understand), 행동 계획을 요청하는(Ask for Action Plan)' 3단계 수용 자세를 훈련시킵니다.
[사례]
어도비(Adobe)는 2012년에 성과 관리 시스템을 연간 평가에서 '정기적인 체크인(Check-in)'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리더와 직원은 끊임없이 '다음 행동'에 대한 질문을 주고받으며, 피드백을 '공격'이 아닌 '지속적인 대화'의 일부로 인식하도록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Sloan et al., 2017).
HR 담당자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지침
성공적인 피드백 문화는 단순히 리더의 역량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HR 담당자의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과 교육이 필수입니다.
1. 피드백 전달 교육의 의무화 및 표준화
교육 콘텐츠 강화: '샌드위치 기법(칭찬-비판-칭찬)'과 같은 구시대적 방식 대신, SBI(Situation-Behavior-Impact) 모델과 NVC(Nonviolent Communication) 모델을 기반으로 한 교육을 실시합니다.
SBI 모델 적용: "A 프로젝트 상황에서, 당신이 마감 2시간 전에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행동으로 인해, 팀 전체가 야근하고 클라이언트와의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와 같이, 사실과 영향을 분리하여 전달하도록 훈련합니다.
2. '지속적 피드백' 시스템 구축
시스템 전환: 연 1~2회에 집중된 '평가 피드백' 대신, 주간/월간 단위의 가벼운 '코칭 체크인'을 시스템화합니다. 이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누적되어 한 번에 폭발하는 것을 방지하고, 직원이 피드백을 '일상적인 코칭'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Workday나 SAP SuccessFactors와 같은 최신 HR 플랫폼은 '상시 성과 관리(Continuous Performance Management)' 기능을 제공하며, 이는 피드백의 적시성(Timeliness)을 확보하여 부정적 정서가 축적되는 것을 막습니다.
3. '피드백 코치' 역할 지정 및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
전문 코치 양성: 부정적 피드백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과 코칭 스킬에 특화된 '피드백 챔피언'을 각 부서에 지정하고, 이들이 리더들을 멘토링하도록 합니다.
심리적 안전장치: 피드백 대화 후, 직원이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HR 혹은 멘토가 후속 대화를 진행하는 '심리적 안전장치'를 마련합니다.
평가 피드백은 조직의 성장을 위한 가장 날카로운 도구입니다. 이 도구가 상처를 남기지 않고 성장을 위한 씨앗을 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제 HR 담당자의 중요한 책무가 되었습니다. 부정적 피드백의 역설을 이해하고, 심리학적 안정감을 기반으로 한 섬세한 접근 전략을 통해, 귀사의 조직원 모두가 피드백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Dweck, C. S. (2006). Mindset: The new psychology of success. Random House.
Ruttan, R. L., & Nordgren, L. F. (2016). The strength to face the facts: Self-regulation defends against defensive information processing.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37, 86-98.
Sloan, N., Agarwal, D., Garr, S., & Pastakia, K. (2017). Performance management: Playing a winning hand. Deloitte Insights.
Steele, C. M. (1988). The psychology of self-affirmation: Sustaining the integrity of the self. In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 21, pp. 261-302). Academic Press.
Seligman, M. E. P. (2006). Learned optimism: How to change your mind and your life. Vin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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