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장님, 솔직히 저는 일할 때 자리에 앉아있는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정해진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주간 보고서에도 다 나와 있는데, 왜 '자리에 더 오래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요."
얼마 전, 성과 평가 시즌을 앞두고 고민하던 한 주니어 리더가 저에게 털어놓은 이야기인데.
이 리더는 뛰어난 성과를 냈지만, 원격·유연근무 환경에서 '일하는 시간'을 중시하는 상위 관리자의 전통적인 시각 때문에 팀원 평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 상황은 많은 기업의 HR 담당자들이나 리더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자리에 앉아있는 시간'이 아닌, '실질적인 기여와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원격·유연근무가 보편화된 현 시대에, 이 질문에 대한 새로운 답을 찾는 것은 HR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성과 측정의 패러다임 전환: '투입'에서 '산출과 영향'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원격·유연근무(Remote and Flexible Work)'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표준적인 근무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변화는 곧 HR에 '평가 기준의 재정립'이라는 근본적인 숙제를 안겼습니다.
기존의 평가는 주로 '근무 시간 준수', '사무실 내 협업 태도', 그리고 '투입(Input)' 중심의 활동을 관찰하는 데 의존했습니다. 그러나 물리적 거리가 생긴 지금, 이러한 방식은 공정성과 신뢰성을 잃게 됩니다.
Deloitte의 연구에 따르면, 미래지향적인 조직은 이미 평가의 초점을 '산출(Output)'과 '영향(Impact)'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이는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 일하는지에 관계없이, 그들의 업무가 조직의 목표 달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특히, 원격 환경에서는 단순히 업무의 '완료 여부'를 넘어, 해당 결과물이 조직이나 고객에게 '어떠한 긍정적 변화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합니다.
새로운 평가 기준의 세 가지 핵심 축
원격·유연근무자에게 최적화된 새로운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기준을 수립해야 합니다.
1. 핵심 결과(Key Outcomes)와 정량적 기여도 측정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는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하고 측정 가능한 결과(Measurable Outcomes)'입니다.
Gallup의 보고서에 따르면, 성과가 높은 원격 팀은 그렇지 않은 팀보다 목표와 기대치가 훨씬 더 투명하고 구체적입니다.
- KPI 세분화: 기존의 모호한 KPI를 원격 환경에서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구체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효율적인 협업' 대신 '문서화된 프로젝트 리드 타임 15% 단축'과 같이 정량화합니다.
- 프로젝트 기반 평가: 장시간의 근무 활동 대신, 프로젝트별 마일스톤 달성도, 품질, 그리고 최종적인 비즈니스 가치 창출을 중심으로 평가 가중치를 부여하십시오.
2. 디지털 역량 및 비대면 협업 품질
원격 환경에서는 '디지털 역량'과 '비대면 협업 품질'이 핵심적인 역량으로 부상합니다. 회의 중 참여 태도나 대면 소통 능력을 평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반의 기여도를 평가해야 합니다.
- 문서화 및 비동기 소통: Notion, Confluence, Slack 등 협업 도구에서 정보의 명확성, 시의적절한 공유, 지식 축적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합니다. 이는 곧 '디지털 흔적(Digital Footprint)'을 통한 평가로 이어집니다.
- 자율성 및 책임감: 감독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업무를 계획하고, 마감 기한을 준수하며, 발생하는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자기 주도성'을 중요한 평가 요소로 포함해 보세요.
3.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피드백 문화 정착
원격 평가는 필연적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업무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가 과정의 '투명성'과 '지속적인 피드백'이 핵심입니다.
- 상시 성과 코칭: 연 1~2회에 집중되던 평가를 월별 혹은 격주 단위의 '지속적인 성과 대화(Continuous Performance Dialogue)'로 전환해 보세요. 이는 직원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평가자의 '감'이 아닌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인 근거를 축적하게 합니다.
- 다각적 피드백(Multi-Rater Feedback): 리더뿐만 아니라 동료, 그리고 함께 협업한 타 부서 인원 등 다양한 관계자로부터의 피드백을 평가에 반영해 보세요. SHRM(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은 이러한 '360도 피드백'이 원격 팀의 공정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합니다.
HR 담당자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지침 3단계
새로운 평가 시스템을 조직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HR 담당자께서는 다음 3단계에 따라 전략적으로 접근해 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 단계 | 실행 지침 (Actionable Insights) | 기대 효과 |
| 1단계: 평가 기준의 '리셋'과 교육 | 직무별 성과 기대치 명확화: 모든 직무에 대해 '근무 시간'을 완전히 배제하고, '핵심 산출물(Deliverables)'과 '영향(Impact)' 기반의 성과 기대치를 재정의해 보세요. 이때, 리더들에게 새로운 성과 대화 기법(Coaching for Impact)을 의무적으로 교육합니다. | 관리자들의 전통적인 평가 관성 해소 및 직원들의 평가 기준에 대한 오해 최소화. |
| 2단계: 기술 기반의 데이터 수집 시스템 구축 | 성과 데이터 대시보드 도입: 프로젝트 관리 도구, CRM, 혹은 HRIS와 연동하여 '객관적인 성과 데이터(예: 고객 만족도, 개발 스프린트 완료율 등)'가 실시간으로 수집 및 가시화되는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절대 근태 추적 솔루션이 아님을 명확히 합니다. | 평가 근거의 객관성 확보 및 리더의 평가 부담 감소. |
| 3단계: 보상 및 승진 연계 구조 개편 | 차등 보상 기준 강화: 성과를 초과 달성한 원격 근무자에 대한 인센티브와 승진 기회를 명확히 연계합니다. 근무 장소나 시간에 관계없이 '최고의 성과는 최고의 보상으로 이어진다'는 원칙을 제도적으로 확립하여 동기 부여를 강화해 보세요. | 공정성에 대한 직원 신뢰도 증진 및 고성과자 이탈 방지. |
원격·유연근무는 미래의 업무 방식입니다.
'어떻게 일하는지'를 넘어 '무엇을 달성했는지'에 집중하는 새로운 평가 기준은, 직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조직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HR의 핵심 전략이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자리에 앉아있는 시간'이라는 오래된 잣대를 버리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측정하는 여정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문헌]
Deloitte. (2024). Global Human Capital Trends: A New World of Work.
Gallup. (2023). 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Report.
SHRM. (2022). The Future of Performance Management in a Remote World.
Workday. (2023). The CFO's Agenda: From Efficiency to Imp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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