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들 이견 없으시죠?”
회의에서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행에 들어가자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 사람은 속도가 우선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은 완성도를 먼저 챙겨야 한다고 이해했습니다. 담당자는 정했지만 어디까지 책임지는지는 합의하지 않았습니다. 마감이 다가오자 결국 이런 말이 나옵니다.
“저는 그렇게 이해하지 않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살펴볼 문제는 침묵을 합의로 받아들였다는 점입니다. 서로 다르게 이해한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일을 시작하면, 나중에는 일정과 책임을 놓고 다시 부딪힐 수 있습니다.
물론 갈등을 피하는 팀이 언제나 더 자주 충돌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HR 관점에서 주목할 부분은 있습니다. 당장의 불편한 대화를 미루는 동안, 다음 충돌의 원인이 될 쟁점도 함께 남겨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업무를 나누는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팀장이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아 “가능한 분이 맡아주세요”라고 말합니다. 누군가 일을 맡고 회의는 부드럽게 끝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왜 담당자가 되었는지, 기존 업무는 어떻게 조정할지, 다른 구성원은 무엇을 지원할지 설명하지 않았다면 어떨까요. 이후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기대했던 역할이 달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될 수 있습니다.
이때 참고할 연구가 있습니다. Behfar와 동료들은 57개 자율 운영 팀을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높은 성과를 유지하거나 성과가 개선된 팀들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서 공통적인 특성을 보였습니다. 이 팀들은 업무 배분의 이유를 명확하게 논의하고, 단순히 편의나 자원하는 사람이 있는지에 따라 일을 맡기기보다 관련 전문성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또한 갈등을 해결해야 할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대응 방식을 마련하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Behfar et al., 2008).
이 결과를 실무에 연결하면, 업무를 배정할 때 담당자를 정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왜 이 사람이 맡는가”, “다른 사람은 어디까지 지원하는가”를 함께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연구는 학생 팀을 대상으로 했으므로 국내 기업의 위계와 평가 관계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회의에서 더 많이 논쟁하도록 만들면 해결될까요?
De Dreu와 Weingart(2003)의 메타분석에서는 관계 갈등뿐 아니라 업무에 관한 갈등도 팀 성과 및 구성원 만족도와 부정적인 관련이 나타났습니다. 업무에 관한 의견 충돌이라고 해서 반드시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더 살펴볼 결과가 있습니다. 업무 갈등과 관계 갈등의 관련성이 약한 경우에는, 업무 갈등과 팀 성과 사이의 부정적인 관련도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업무에 관한 이견이 구성원 사이의 개인적인 불화와 얼마나 밀접하게 얽혀 있는지에 따라 성과와의 관련성이 달랐던 것입니다(De Dreu & Weingart, 2003). HR 관점에서는 논의가 일정, 자원, 판단 기준에 머물고 있는지, 상대의 성격과 태도를 비난하는 쪽으로 번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Behfar와 동료들의 연구에서는 성과를 유지하거나 개선한 팀들이 업무 배분의 이유를 논의하고 갈등에 대응할 방식을 미리 마련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De Dreu와 Weingart의 연구는 여기에 한 가지 고려할 점을 더합니다. 업무에 관한 논쟁도 관계 갈등과 얽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두 연구를 실무에 연결하면, 이견을 일찍 확인하고 구체적인 업무 쟁점으로 다루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을 다르게 생각하는지 확인한 뒤, 판단 기준과 역할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다음 회의에서는 “이견 없으시죠?”라는 질문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요.
“이 일정으로 진행할 때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질문에 대한 답을 들었다면 처리 방식까지 정해야 합니다. 우려를 반영해 일정을 바꿀지, 추가 지원을 붙일지, 현재 안으로 진행하되 언제 다시 판단할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의견을 말할 기회와 그 의견을 다루는 절차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반대 의견을 업무에 관한 문장으로 구체화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너무 무책임한 일정입니다”라고 말하기보다 “현재 인원으로는 검토 시간이 하루 부족합니다”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왜 항상 일을 떠넘기시나요?”라는 말도 “이번 요청을 맡으면 기존 보고서 마감과 겹칩니다. 어떤 업무를 먼저 진행할지 정해 주세요”로 바꿔볼 수 있습니다. 상대를 평가하는 표현을 줄이고, 함께 결정해야 할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입니다.
HR도 갈등을 중재할 때 “서로 조금씩 이해해 주세요”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 무엇을 다르게 이해했는지, 어떤 결정이 남아 있는지, 누가 언제까지 정할지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회의가 조용히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협업이 잘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팀이 합의한 내용을 구성원들이 같은 뜻으로 이해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다음 회의가 끝나기 전, 한 가지만 물어보세요. “오늘 정한 내용 중 서로 다르게 이해할 만한 부분이 있을까요?”
HR 현장의 문제를 연구와 함께 살펴보는 글을 계속 받아보고 싶다면, 메일리에서 ‘HRer 성장노트’를 구독해 주세요.
[참고자료]
Behfar, K. J., Peterson, R. S., Mannix, E. A., & Trochim, W. M. K. (2008). The critical role of conflict resolution in teams: A close look at the links between conflict type, conflict management strategies, and team outcome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3(1), 170–188. https://doi.org/10.1037/0021-9010.93.1.170
De Dreu, C. K. W., & Weingart, L. R. (2003). Task versus relationship conflict, team performance, and team member satisfaction: A meta-analysi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88(4), 741–749. https://doi.org/10.1037/0021-9010.88.4.741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