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변화관리

#39 핵심가치는 벽에 붙어 있는데 의사결정에는 왜 보이지 않을까?

선언된 가치를 실제 선택의 기준으로 연결하는 HR의 역할을 살펴봅니다.

2026.10.30 | 조회 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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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중심”은 회의실 벽에 크게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출시 일정이 늦어질 상황이 되자, 회의의 질문은 곧바로 “이번 분기 매출 목표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로 좁혀집니다. 고객이 실제로 겪을 불편, 신뢰를 잃었을 때의 비용, 보완에 필요한 시간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습니다.

 

핵심가치가 의사결정에서 보이지 않는 이유는 구성원이 그 가치를 믿지 않아서만은 아닙니다. 가치가 선언문으로는 존재하지만, 서로 충돌하는 선택지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지 결정할 때 활용되는 기준으로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직문화 연구에서는 조직이 공개적으로 말하는 가치와 일상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규칙을 구분합니다. 조직은 “협업”, “도전”, “존중”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성원은 어떤 사람을 승진시키는지, 어떤 행동을 칭찬하거나 묵인하는지, 예산과 시간을 어디에 배분하는지를 보며 조직의 실제 기준을 배웁니다(Schein, 2010).

 

그래서 핵심가치는 갈등이 없는 순간보다, 선택이 어려운 순간에 확인됩니다. 예를 들어 “협업”을 강조하는 조직이라면 개인 성과가 뛰어난 직원이 다른 팀의 업무를 반복해서 막았을 때도 동일하게 높은 평가를 받을지 살펴봐야 합니다. “도전”을 말하는 조직이라면 실험이 기대한 결과를 내지 못했을 때, 실패를 숨기지 않고 빠르게 공유한 사람에게 어떤 피드백을 주는지도 중요합니다.

 

윤리·컴플라이언스 맥락에서 수행된 연구는 가치 중심 접근이 리더의 일관된 행동, 공정한 대우, 바람직한 행동에 대한 보상, 정책과 실제 행동의 일치와 함께 작동할 때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Treviño et al., 1999). 이 연구를 모든 핵심가치에 그대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선언과 제도가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낼 때 구성원이 혼란을 겪는다는 점은 HR이 참고할 만합니다.

 

핵심가치가 의사결정에 실제로 반영되도록 하려면, 먼저 가치의 정의를 길게 늘어놓기보다 반복되는 갈등 장면을 찾아야 합니다. 일정과 품질이 충돌할 때, 개인 성과와 팀 기여가 충돌할 때, 빠른 실행과 충분한 검토가 충돌할 때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각 장면에서 “우리 조직은 무엇을 먼저 지키는가”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핵심가치가 ‘고객 신뢰’라면 “고객을 우선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오류 가능성을 알게 된 뒤에도 일정상 출시를 강행할 수 있는지, 고객 안내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지, 문제를 조기에 알린 구성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지를 정해야 합니다. 구성원은 이 기준을 통해 가치가 슬로건이 아니라 판단의 근거라는 사실을 이해합니다.

 

HR은 가치 실천을 평가표에 추상적인 태도 항목으로 한 줄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채용, 승진, 보상, 예산 배분, 프로젝트 중단처럼 조직의 기준이 드러나는 결정에서 핵심가치가 실제로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검토하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각 결정에서 어떤 가치가 언급됐는지, 실제로 어떤 기준이 우선했는지, 두 기준이 다르다면 왜 달랐는지를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윤리문화 연구에서 제시한 명확성, 리더와 경영진의 일관성, 문제를 말할 수 있는 환경은 이런 점검의 유용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Kaptein, 2008).

 

핵심가치는 모든 구성원이 외우는 문장이 아니라, 어려운 선택 앞에서 조직이 무엇을 포기하지 않는지 보여 주는 기준입니다. 벽에 붙어 있는 문구를 바꾸기 전에 최근의 중요한 결정 세 가지를 돌아보는 일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그 기록 속에서 구성원이 실제로 배운 가치와 조직이 말하고 싶은 가치 사이의 거리가 드러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조직의 가치 문구를 가져오는 일이 아니라, 우리 조직에서 반복되는 선택의 순간에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합의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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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Kaptein, M. (2008). Developing and testing a measure for the ethical culture of organizations: The corporate ethical virtues model.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29(7), 923–947. https://doi.org/10.1002/job.520

Schein, E. H. (2010). Organizational culture and leadership (4th ed.). Jossey-Bass. https://www.wiley.com/en-us/Organizational+Culture+and+Leadership%2C+4th+Edition-p-9780470185865

Treviño, L. K., Weaver, G. R., Gibson, D. G., & Toffler, B. L. (1999). Managing ethics and legal compliance: What works and what hurts. California Management Review, 41(2), 131–151. https://doi.org/10.2307/41165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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