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명은 얼마나 발전했을까요?

문명의 발전 정도를 가늠해 볼 '카르다쇼프 척도'에 대해 알아봅니다.

2024.02.09 | 조회 2.71K |
0
|

만화 '드래곤볼'에서는 외계인들이 스카우터라는 장치를 이용해 생물의 전투력을 측정합니다. 싸움 실력을 수치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설정이 재밌습니다. 드래곤볼의 세계에서는 싸움을 얼마나 잘하는가가 그 문명의 수준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처음 접촉하는 외계 문명의 수준을 판단하는 데에 스카우터는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드래곤볼'에서 전투력을 측정해 주는 스카우터
'드래곤볼'에서 전투력을 측정해 주는 스카우터

하지만 실제로 외계 문명과 접촉하게 됐을 때 이 문명이 얼마나 발전한 문명인지는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정말 재밌습니다. 꼭 한 번 읽어 보세요.) '네 인생의 이야기'에 나오는 외계인들은 인간에게 복잡한 적분이 필요한 계산을 기초적인 개념처럼 다루지만 '속도'와 같은 기초적인 개념을 대단히 어렵게 다룹니다. 어쩌면 외계 문명은 초전도체를 아무렇지 않게 다루면서 아직 바퀴를 발명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문명은 얼마나 발전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소련의 천문학자 니콜라이 카르다쇼프는 문명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측정할 척도를 제시했습니다. 이 척도에 그의 이름을 붙여 '카르다쇼프 척도'라고 부릅니다. 이 척도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가'입니다. 문명의 발전 방향은 제각각일 수도 있겠지만, 열역학 법칙에 위배되게 발전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따라서 문명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하려면,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합니다. 이 척도의 제1유형에 속하는 문명은 모행성에 도달하는 모항성의 에너지(우리에겐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를 모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제2유형에 속하는 문명은 모항성(우리에겐 태양)이 내뿜는 에너지를 모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제3유형에 속하는 문명은 그 문명의 은하(우리에겐 우리은하)가 내뿜는 에너지를 모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코스모스'로 유명한 칼 세이건은 로그 함수의 형태로 카르다쇼프 척도를 개선했습니다. 세이건이 개선한 척도를 이용하면 기존의 1, 2, 3유형 뿐만 아니라 그 중간 단계들까지 연속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이건이 개선한 척도로 우리 문명은 1970년 기준 0.7단계 쯤에 위치합니다. 아직 지구에 닿는 모든 태양 에너지를 활용할 정도(=1단계)는 아니지만 근접해 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금보다 약 500배 많은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우리 문명은 1단계에 도달합니다. 이 500배라는 차이는대략 산업혁명 이전의 우리 문명과 현재의 우리 문명이 보이는 차이입니다.

세이건은 또한 정보 총량에 기반한 척도도 제안했습니다. 이 척도에서 A형 문명은 100만 비트 가량의 정보를 소유한 문명으로, 선사시대가 이에 속합니다. 세이건은 1973년 당시 우리 문명이 가진 정보량을 10조 비트로 계산하고 H형 문명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는는 우리 문명이 가진 정보량이 대략 4천해 비트로 R형 문명 수준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존 데이비드 배로는 반-카르다쇼프 척도를 제시했습니다. 문명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가가 아니라, 반대로 얼마나 작은 세계를 컨트롤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하는 방법입니다. 이 척도에서는 마이너스 유형이 제시됩니다. 1-마이너스 유형의 문명은 생명체가 몸으로 쉽게 다룰 수 있는 규모의 물체를 조작할 수 있습니다. 2-마이너스 유형의 문명은 유전자를 조작하고, 3-마이너스 유형의 문명은 분자 결합을 조작하며, 4-마이너스 유형의 문명은 개별 원자를 조작해 인공 생명체도 생성할 수 있습니다. 배로는 가장 마지막 단계인 오메가-마이너스 유형에 달하면 시공간의 기본 구조를 조작할 수 있을 거라 추측했습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페퍼노트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인간과 침팬지를 교배하려 했던 과학자

윤리적 논란을 일으킨 '휴먼지(Humanzee)' 프로젝트.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 혼혈이라는 얘기를 전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수만 년 전이 아니라 고작 100년 전에, 현생 인류의 새로운 교배종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소련의

2024.07.20·조회 5.75K

불로장생의 능력 때문에 결국 죽고 마는 바닷가재

무공을 익혀도 불로불사할 수 없는 이유. 무협 작품들 속에서 노인들은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무공은 시간을 들일 수록 깊어지는 데다 신체의 노화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설정 때문입니다. 오히려 늙을 수록 더 강하게

2024.05.04·조회 2.88K

대칭만이 아름답다는 편견을 버리면 보이는 비행기 디자인

경사익기의 기상천외한 디자인을 알아봅니다. 우리 문명엔 자연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낸 기술이 많습니다. 인류가 풀어야 했던 많은 공학적 과제들에 대해 이미 자연은 이미 멋진 답을 갖고 있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비

2024.06.09·조회 2.54K·댓글 1

포유류는 왜 젖이 나올까요

알의 수분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동물들의 고군분투기. 개구리알은 마치 젤리처럼 말랑말랑하고 투명합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때에는 이런 모습을 본딴 장난감도 있었는데, 지금도 나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반면 우리가 식탁에서 자주 보는 달

2024.11.09·조회 1.6K

도핑 논란 걱정 없는 확실한 부스터, 베이킹 소다

그 흔한 베이킹 소다가 최근 가장 핫한 도핑이 된 사연. 집에 베이킹 소다 갖고 계신가요? 많이들 갖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베이킹 소다는 이름 그대로 베이킹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청소용으로도 많이 쓰입니다. 그런데 베이킹 소

2024.10.25·조회 3.81K·댓글 1

그게 말이 돼? ㅋㅋ 어, 되네....

한 현상에 붙은 세 개의 이름, 푸아송 스팟, 아라고 스팟, 프레넬 스팟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 봅니다. 빛이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띤다는 것은 이제 잘 알려진 과학적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란 어렵습니다. 지금처럼 이론이 정립되기 이전에는 과학자들도

2024.12.15·조회 1.77K
© 2026 페퍼노트

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뉴스레터 문의pppr.note@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