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메일 '이게... 되네...?'에서는 LK-99 역시 '이게... 되네...?' 하며 발견된 상온 상압 초전도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얼떨결에 대단한 발견을 했던 사례들을 살펴 보았습니다. 오늘은 반대로 '이게... 안 되네...?' 싶을 만큼 진작 발견했어야 했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던 사례들을 알아 보겠습니다.
1783년 몽골피에 형제는 열기구를 하늘에 띄우는 실험에 성공합니다.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말에 루이 16세까지 흥미를 보였습니다. 양(당시 사람들이 얼추 인간과 생리학적으로 비슷할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오리(높이 올라가도 상관 없으니, 고도와 별개로 열기구가 몸에 영향을 끼치는지 측정하려 했습니다), 수탉(원래 높이 못 나는 동물이 높이 날게 되면 어떤 영향이 있는지 측정하려 했습니다)을 싣고 비행에 성공한 뒤에는 인간을 싣고 비행하는 데 도전합니다. 루이 16세는 사형수를 싣고 실험할 것을 제안하지만, 피에토르 로지에르라는 인물이 인류 역사 최초의 비행의 영광을 사형수에게 줄 수 없다며 자원합니다. 피에토르 로지에르는 인류 최초로 하늘을 난 사람으로 기록되었습니다(후에 최초의 열기구 사고 사망자로도 기록되게 됩니다.). 루이 16세는 몽골피에 형제의 아버지를 귀족으로 올려 주었을 정도로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이 때의 열기구라는 것이 지극히 단순합니다. 몽골피에 형제에게 아이디어를 준 것은 빨래를 말릴 때 불 위에서 건조하면 다소 부풀어 오르더라 하는 관찰이었습니다. 원리에 대해서도 썩 정확하진 않았던 게, 연기에 특수한 기체가 포함돼 있어 부력을 제공할 거라 믿었습니다(실제로는 가열된 공기의 밀도가 기구 밖의 공기의 밀도보다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기구의 소재도 별 게 없었던 게, 흔한 삼베 포대였습니다. 헬륨 가스를 쓰거나 했던 것도 아니고, 밀짚과 양털을 태워서 날았습니다.
그러니까 하늘을 날기 위해 필요했던 기술은 바느질 기술과 불을 피울 기술이면 충분했던 것입니다. 조금 억지를 부려 보자면 신석기 시대 사람도 하려면 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다 빈치 같은 천재도 새의 날개짓을 모방해 나는 것에 집중했지 천쪼가리 밑에 불피워서 날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에선 이미 제갈량이 군사 신호용으로 풍등을 날렸던 기록이 있지만, 사이즈를 키워서 사람을 매달아 보려 했던 기록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핸드폰도 수십 년은 일찍 발명될 수 있었습니다. 아래 내용은 매트 리들리의 '혁신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책에서 참고했습니다.
1945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의장이 직접 인터뷰 하길 "손에 드는 무선 전화기를 곧 이용하게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전파 안테나와 무선 전화기가 연결만 되면 전파 안테나끼리의 연결을 통해 사람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셀룰러' 개념이 그 때 이미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1947년 연방통신위원회는 미국 통신 업체 AT&T의 기지국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제안을 거절합니다. 당시 위원회에 더 중요한 것은 텔레비전이었고, 방송사들은 로비를 통해 전파 스펙트럼을 휴대 전화가 아니라 TV 채널에 할당하도록 하였습니다.
AT&T의 산하 연구소인 벨연구소가 이동통신을 발명했음에도 AT&T는 딱히 이동통신을 보급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유선 전화를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AT&T가 1980년 무렵 예상하길, 2000년에는 미국에서 이동 전화 이용자 수가 90만 명 쯤 될 거라 보았는데, 실제로 2000년 미국의 이동 전화 이용자 수는 1억 9백만 명이었습니다.
-----------추가 내용
지난 '물은 전기가 안 통합니다' 메일에 바다속풍뎅이 님이 안전에 대한 우려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메일을 보낼 당시, 메일의 내용이 '이론적으로는 그래야 하나 현실에선 전기가 통한다'라는 것이기에 충분히 경고를 했다 생각했었으나, 오해하시는 독자분들도 계실 수 있고 안전에 관한 문제를 여러 차례 경고해서 나쁠 게 없다 생각해 이렇게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생활에서 '순수한 물'을 보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물 묻은 손으로 전기가 통하는 곳을 만지거나, 전기를 사용하는 기계를 물 속에 넣는 등의 행동은 사망에 이를 수 있을 만큼 위험합니다. 절대로, 절대로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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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person
AT&T가 생각보다 오래된 회사였다는 것이 놀랍네요.
페퍼노트 (1.58K)
설립 연도가 1885년이더라고요! 전화기의 발명가 벨이 세운 Bell Telephone Company가 모태라고 합니다. 영국의 거문도 점령 사건이 있었던 해라니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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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일
방수가 되는 핸드폰을 물속에 넣고 조작해도 감전의 위험이 있을까요..?
페퍼노트 (1.58K)
페퍼노트는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 만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기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여쭈어 보시길 권합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생활방수라는 기능이 그런 상황을 고려해 들어간 것인 만큼 어느 정도 안전하게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추측만'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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