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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내 운세엔 안 좋은 말들이 고루 적혀 있었다. 부정적인 말들을 막상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재미로 생각하라거나 조심하며 지내면 된다는 말이 그다지 와 닿지 않게 된다. 여기서 어떻게 더 조심하며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 때가 많고 일상과 일생을 흔드는 일들은 인과(因果)로 반듯하게 설명될 수 없는 채로 찾아올 때가 대부분이므로.
내게 수신된 말의 영향권에서 홀연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 달이든 한 해든 그 말이 걸어놓은 시간을 그저 고스란히 통과하는 수밖에는 없다. 아무런 불운 없이 그 기간이 무사히 지나갈 가능성과 내 취약한 장기의 세포 변화로 인해, 사회적 자아의 타격으로 인해, 잃어버린 사람으로 인해 인생이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모두 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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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는 희망이란 '빳빳하게 풀을 먹여 광택이 나는 새 옷'이며, 기억은 한때는 아름다웠고 매우 훌륭했지만 이제는 몸에 맞지 않아 버려진 옷'이라고 썼다. 그런가 하면 반복은 '꽉 끼지도 헐겁지도 않은······ 없애 버릴 수 없는 옷'이었다. 반복은 기억과 마찬가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키르케고르에게 반복이란 언제나 미래를 향한 움직임, '새로움' 속으로 진입하는 움직임이었다. 즉, 반복이란 시간의 내부에 존재하는 상태였다. 키르케고르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리스인들은 우리에게 모든 지식이 기억이라고 가르쳤지만, 현대의 철학은 모든 삶이 반복임을 가르쳐 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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