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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듀나의 다시 읽기
전 지난해부터 이전에 읽었던 고전들을 한달에 한권씩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 취향이 완전히 굳어지기 전에 읽었던 책들에 대한 제 생각을 다시 확인하고 그걸 통해 다른 방향으로 뻗어 있는 가지들이랄까 그런 걸 찾고 있는 중이에요. (…) 모든 고전 리스트는 무개성과 강압성을 추구합니다. 과거의 수많은 책에서 정선된 것이고 그 때문에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것이죠. 물론 정말 그렇지는 않습니다. 세계문학전집 리스트만 해도 꽤 빨리 변해요. 당연히 고전이라고 생각했던 책들 역시 잊히고요. (…) 하지만 그런 리스트들이 추구하는 무개성과 강압성은 지금처럼 자신의 취향 안에 갇힐 수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탈출구가 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발자크의 소설들은 지금이 더 재미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그 소설의 깊이 때문이었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나이 들면서 불완전성과 결함을 더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거 같습니다. 그건 영화도 마찬가지고요. 콘래드 장편에는 은근슬쩍 구성이 불완전한 면이 있는데 전 그 영향을 꽤 받는 거 같습니다. 다른 작가라면 공들여 묘사했을 결정적인 사건의 묘사를 회상으로 얼렁뚱땅 넘긴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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