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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아 작가는 자신의 첫 단행본 책날개에 실린 약력을 이렇게 썼다. “내가 쓴 글들이 대신 말해줄 것이다.” 이 한 줄의 약력에 대해 홍일표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간단하고 아름다운 약력”이라고 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자기가 쓴 글들이 대신 말해주는 약력이라니, 영원에 머물던 신비로운 시간이 바로 곁에 와 있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내가 쓴 글들이 내게 말하는 것 같다. “내가 널 지켜줄게.”
‘죽은 것을 심어 본 적 있다//뭐든 심으면 열매가 되어 열릴 거라고/믿었기 때문이다’ 임지은 시인의 시 ‘죽은 나무 심기’의 한 구절이다. 오로지 강렬한 믿음 덕분에 우리는 불가능한 것에 다가간다. 엄두도 못 낼 일들을 시도한다. 새해에는 지킬 만한 계획 말고 지킬 수 없는 계획을 세우면 어떨까? 그리고 반드시 지킨다고 믿어 보는 것이다. 자신의 육신과 영혼을 다 걸고, 모자라면 피로와 짜증까지 다 걸고 강렬하게 믿으면, 기적이 일어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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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 정치인이 아니어도 공적 관심을 유지하고, 사리사욕이 아닌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시민사회의 핵심이다. 그 핵심을 견지해 온 김장하는 진주 시민사회 형성과 발전에 가장 크게 공헌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사회라는 것은, 단지 자기 입에 풀칠하겠다는 생존의 욕구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정치판에서 권력을 쟁취하겠다는 욕구만으로도 성립하지 않는다. 집단적이고 공적인 삶에 깊은 관심을 갖되, 직업적 정치나 사적 이윤 추구와 일정한 거리를 둘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 긴장을 만들어주는 것은 재원도 아니고 조직도 아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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