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밤에 읽는 뉴스의 레터 1️⃣ 마지막은 곧 시작이고 만다

세 번의 마지막과 하나의 그리고 시작하기.  구독자님 이전 공지 드렸던 것과 같이 이전 금요 레터를 인스타드램으로 이동, 보다 텍스트적 발신을 위해 현재 연계되는 '쓰레드'를 통해 발신을 시작하고 있는데요, 그리고 그를 차곡차곡 모으고 선별, 매달의 마지막 날 혹은 그 다음 달의 첫날 즈음에 '갈무리 레터'를 시작해요. 그리고 오늘은 그 첫번째의 날. 그런데 그거 아나요? 6월은 30일로 채워지고, 그리고 그 날은 어쩌다 한 주의 마지막 일요일, 더불어 어느새 벌써 올해도 반을 달려와 상반기가 공식적 마침표를 찍는 '날'이잖아요. 단지 6월의 마지막 날이 어쩌다 일요일 동시에 한 해의 절반 문턱에 가닿았다는 이야기인데, 이거 좀 대단하지 않나요? 우리는 종종 어떤 마지막과 시작을 마주하며 새로운 다짐이나 목표를 정해보기도 하는데 세 개의 마지막이 교차해버린 지금이란, 그의 세 배에 이르는 시작과 마지막의 날. 또는 마지막이 시작을 향하는 날일 테니까요. 곧 강력한 운이 따르는 날은 아닐까 싶어지는데요. 일본에선 이를 한 톨에 1만배의 성과가 기대될 수 있는 날, 곧 '히토츠부만바이비(一粒万倍)라 부르며

1년 내에도 몇 번이나 '시작과 마지막의 의식' 거치며, 잊고있던 처음의 마음, 나아가 기다리고 기대하는 마지막의 하루를 되새기는 기묘한 계절감이 있기도 해요. '벼의 씨앗이 몇 배나 성장해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날. 일의 시작이나 가게 오픈, 씨뿌리기나 돈을 지출하거나 지갑을 쇄신하는 일등에 최적하게 사용된다.(야후 재팬 딕셔너리 ) 그리고 구독자님은 벌써 눈치를 채셨겠죠? 발행은 어쩌다 하루가 늦은 7월의 1일에 되어버렸지만, 지금은 6월 30이의 오후 11시 30분. 세 개의 마지막 그리고 하나의 시작과 함께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골라보았는데요. 배우이자 뮤지션, 그리고 이제는 한 가정의 남자이기도 한 스다 마사키가 이제 곧 얼마 남지 않은 2024 파리 올림픽의 일본 응원송, 그를 다시 또 맡아 불러요. 그리고 그를 위한 비쥬얼 자료가 며칠 전 공개되었고, 웃으면 안되는 줄 알지만 최대한 적은 힘으로 스파이크 준비하는 일본 배구 국가대표 이시카와 유키와 막기란 애당초 포기 아니 초연한 듯한 스다 마사키의 투 숏. 히로카와 시점에서 스다의 시선에서 그리고 둘을 아우르는 하나의 부감숏으로 한 컷에 아마 그 몇 배는 웃어버렸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 웃음 또한 '히토츠부 만바이 히' 배로 성장하는 시작이 되어줄까요. 갑작스런 장마에 놀란 마음, 거친 항해로 도약하는 고래의 꿈을 우리 모두 기대할게요.🐳

 #01 쪽파 크림치즈 베이글과, 4년차 뉴스 레터 

재개발 아닌 동네 찾기 더 어려울 것 같은 도쿄에서, 의외로 소외된 듯 싶은 게다이칸야마인데 얼마 전 그곳에 캐나다발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가 미래의 제품 개발의 거점이 될 장소로 '도쿄 크리에이션 센터'를 오픈했다. 팝업도 아니고 상설 매장은 더욱 아니고, 내일도 유효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소위 말해 시드베드적 시설인 셈인데, 위치는 공교롭게도 다이칸야마 츠타야 T-SITE와 지근거리다. 이름을 줄여보면 TCC, 츠타야 모회사는 CCC. 그냥 우연이겠지?

2015년 하라쥬쿠에 1호점을 오픈한 이 브랜드는 현재 일본 내 오프 매장만 19곳으로 늘었고, 지난 4월 오사카의 우메다를 걸으며 난 고대 공룡 뼈조각이기도 한 이 브랜드의 로고 박힌 검정 색상 백팩이 몹시도 사고 싶었다. 일본에서 아크테릭스 인기는 유독 좋은 듯 싶고, 구미를 제외하고 아시아에 이와 같은 시설을 만든 건 당연히 처음이다. 캐나다 마운티니어링 재킷을 이상하게 난 일본에서 갖고 싶어진다. 곧 사용자의 시점.

그에 더해 미국발 아웃도어 파타고니아는 시부야에 두 달간 재활용품 리페어 한정 팝업을 열었고,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는 이제 '이건 패션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거 다 기후 위기 시절을 대비하기 위한 어패럴 업계의 친환경 전략일 테고, 그래서 이젠 별로 새롭지도 않지만, 지속 가능함을 찾으려는 이 시도들이 난 어딘가 사용자, 곧 고객 생활 반경 안에 머무르려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말하자면 어디서 만들었냐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로의 회귀.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는 이제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의해 재생되거나 환원, 그렇게 순환된다는 생활자 중심의 이코노미. 리사이클링이라는 것, 그러니까 다시 말해 사용함으로서 만들어진다.

지난 일본 난 우메다 아닌 도쿄에서 르메르와의 콜라보 파스락한 사파리 코트를 사들고 왔는데(아직 미착용), 올해로 40주년 맞은 유니클로는 지난 주 또 한번의 '감사제'를 시작했다. 감사제, 이젠 국내 브랜드도 따라 쓸 정도로 바겐의 대체 명사가 되어버렸지만, 사실 이들의 세일이 괜히 감사제인 건 아니다. 1974년 히로시마에 1호점을 오픈하던 날은 비가 아주 거세게 내렸고, 하지만 그럼에도 아침부터 찾아준 손님들을 향해 감사의 마음으로 단팥빵과 우유를 선물했던 게 감사제, 그 이름은 탄생한 배경이다. 올해는 40년 80년 교토의 화과자집과 콜라보 유니클로 로고가 박힌 센페이를 선물했다. 환영받음으로써 축하받는 것. 곧, 무엇이 우리를 지속하게 하는가.

어느덧 4년차 레터를 리로드하며 난 나름의 변화를 조금 더해보았고, 유니클로는 40주년 기념 행사로 K팝 아이돌 트레져와 손을 잡았다. 보내지는 마음과 수신되는 이야기들. 어차피 별 다를 것도 없는 또 한 번에 하루에 굳이 이름을 붙여보는 건 뭐일까. 집앞 빵집에선 크림치즈에 대파를 넣어 바른 소금빵을 파는데, 몇 블록 건너 아파트 단지 카페는 베이글에 쪽파를 사용하고, 여태 서랍에서 잠자고 있는 사파리 코트는 그러고보니 24년 SS 시즌 제품이었다. 2021년 1월 21일 시작해 어느덧. 레터의 시즌 2를 시작해보았다는, 아무것도 아닌 공지사항. 매주 금요일의 레터-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를 인스타로 옮겨와, 추후 월간 갈무리 레터를 발행합니다. 

그리고 그 계정은, @nakatsu32 라고 써요.

 #02 2억엔짜리 토일렛과 수백 년 전 과거는 얼마인가요?  

그냥 이런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늘 잡념이 부풀어 장문이 되어버리는 게 나의 인스타 글쓰기의 罠

결국은 다, 알수 없어 벌어지는 것. 고작 아는 건 지금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일까. 국내에선 돌연 동해 바다에 석유가 있나/없나가 괜한 이슈가 되어버렸지만, 일본에선 이제 대략 1년 남은 엑스포가 여전히 곤란한 상태이다. 초기엔 파빌리온 착공에 나서는 국가가 부재하다며 근심이 가득이었는데, 최근엔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 씨의 메인 시설동 건축 비용, 특히나 지붕에만 수 십 억이 든다는 그 설계가 다시금 도마에 오른다. 하지만 후지모토 씨가 하는 말, '이건 향후 산책로랄지 다양한 도시 인프라 시설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곧 미래형의 약속이 하는 말.

더구나 며칠 전엔 2억엔 짜리 화장실 건설까지 작지 않은 논쟁을 키웠는데, 젊은 건축가들이 모여 엑스포를 기점으로 모두 8곳에 설치한 화장실의 개요를 발표한 그 중에 공사비 2억 엔이 넘는 게 3곳이나 되었다. 화장실 하나에 20억원, 웬만한 빌딩도 짓겠는데 미래라는 건 사람의 마을을  끝도 없이 부풀리는 걸까. 아니, 알 수 없으니까 희망하게 하는 걸까. 물론 좋게 말해서. 단, 공개된 2억엔 화장실의 면면을 보면 공기를 주입해 부풀린 풍선처럼 생긴 지붕을 가진 화장실은 그 안에 물을 저장, 기온에 반응하며 냉각효과를 유도하고, 애당초 물의 순환을 테마로 한 화장실은 화장실 옥상에 올라 주변의 너른 숲을 내다 볼 수도 있다. 가히 미래적이기는 한데, 화장실 옥상을 그냥 왜 오를까. 미래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또 하나의 논쟁이 된 화장실은, 이번엔 과거형 문제. 무려 1620년 이후 훼손된 오사카 성을 재건하기 위해 인근 산에서 채취해왔지만 강물에 휩쓸려간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고 남은 거대한 암석, 곧 '잔류석'을 젊은 건축가 모임의 프로젝트 '디자이너스 토일렛'이 화장실 제작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비교적 심플한, 더불어 이미 있는 것을 활용하는 탓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화장실은 거대한 석판의 지붕을 에도시대 사용되지 못하고 남아있던 두 개의 잔류석이 지탱하고 있다. 방치하기보다 무언가에라도 사용하면 나은걸까. 아님, 방치한는 것 또한 오늘의 운명일까. 무튼 에도쩍 그들은 이런 오늘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겠지만, 오늘 또한 그 때의 그 어제를 좀처럼 알 수 없어 SNS만 시끄러워진다. 그러니까 고작 오늘에 산다는 건 얼마나 무력한 삶의 조건일까. 단 미래는 다소 할지라도 우릴 희망하게 하고, 과거란 그런 우릴 다시금 자성하게 한다.

사진은 헤더위크와 OTTS과 함께한 '아자부 힐즈' 내 2억원짜리 엘레베이터와 그곳의 2천만엔짜리 월세방의 정원과 현관, 그리고 이번달 내가 픽해놓은 아식스의 키코 노스타티노프의 갤러리 OTT958과 콜라보한 2만엔짜리 스니커즈. 현재 모두 품절 리셀가 5만엔이던데, 그런데 멀리 있다는 건, 너무 많이 와버려서일까 아직 가지 못해서일까. 그러니까 이렇게만 쓰려고 했었다.

 😬 한 입으로 두 말하기 : '어차피 그리고 그럼에도'의 화장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 관해 주연배우인 야쿠쇼 코지와 대담을 진행하며 이토이 씨는 이런 말을 했었다. 다분히 숨기고 싶은, 웬만하면 들키고 싶지 않은 행위이거나 자연 현상, 시간에의 서술이지만, 이토이 씨의 이 '혼자일 수 있는 흔치 않은 장소'라는 건, 소위 스타벅스가 이야기하는 써드 플레이스 곧 일본에서의 이바쇼에 다름 아니다. 3rd place, 집도 회사도 학교도 아닌 제 3의 온전히 나일 수 있는 장소를 가리키는 이 말은 물론 미국의 사회 학자 레이 올덴버그 씨가 먼저 제기한 개념이지만, 이후 일본에 건너와 그건 '이바쇼'라 번역되며 보다 고독의 자리에 머문다. 서양의 써드 플레이스만큼 사교 친화적이지 않고, 타인과의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는 동네 커뮤니티가 강하게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나 홀로, 그저 혼자로 자리할 수 있는 장소, 그야말로 화장실일까. 일본의 스타벅스에서 왜인지 익숙한 편안함을 느끼고 마는 건, 그러니까 곧 그래서일까.

지난 2020년 올림픽을 준비하며 시부야구는 공익 단체 '일본 재단'와 손을 잡고 시부야 인근 모두 17곳의 공중 화장실을 리-디자인했다. 말이 화장실이지 여기엔 반투명 외관으로 화제가 되었던 국내에서도 뉴스가 보도된 건축가 반 시게루의 것도 포함되어 있다. 니고의 마치 미국 서부 마을을 연상케하는 화장실이랄지, 쿠마 켄고의 화장실=마을과 같은 커뮤니티 인프라로서의 화장실, 나아가 코로나 시절의 방역 수칙을 생활화하며 만들어진 듯한 터치 한 번 없이 볼일이 가능한 모든 걸 손이 아닌 음성으로 해결하는 사토 카즈의 'Hi Toilet'까지 우리가 알던 화장실은 이미 어디 가고 없다. 커뮤니티와 인클루시브가 가장 큰 키워드라 말하는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는 공공성을 생각하며 필요한 것들을 모아봤더니 어쩌다 화장실은 일종의 부속품이 되어버렸다'란 말을 하기도 했으니 즉, 화장실은 가장 혼자일 때 할 수 있는 것들을 뱉어 놓는다.

그리고 이번엔 2025 오사카 엑스포를 준비하며 젊은 건축가들이 모여 또 한 번 화장실에 관한 실험, '디자이너즈 토일렛'을 오사카 인근에 설치했는데, 그 중엔 개당 설계비가 2억엔이 넘는 곳도 포함돼 논란이 되었나보다. 여기서도 말이 화장실이지 공기를 주입해 부풀린 풍선처럼 생긴 지붕의 화장실은 그 안에 물을 저장해 기온에 냉각효과를 유도하고, 옥상에 올라 주변의 너른 숲을 내다 볼 수도 있는 높이를 가진 화장실의 주제는 '물의 순환'이다. 다분히 비-화장실적이고, 동시에 가장 비어있던 자리에서의 건축이다. 지난 도쿄에서 난 야쿠쇼 코지가 주연한, 위에서 이야기한 시부야구의 '토일렛 프로젝트'를 그야말로 무대이자 주제로 사용한 빔 벤더스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볼까말까 대여섯 번 고민하다 보고 돌아왔는데, 첫 장면부터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야쿠쇼 연기한 히라야마는 화장실을 순회하며 청소하는 노동자. 매일 정해진 일들을 정해진 순서대로 하고 있을 뿐인데, 그 아무것도 아님을 굳이 곁에서 함께하고 있음에 이 영화의 진짜 이유가 존재한다. 그는 마치 '베를린 천사의 시'의 인간이 되어버린 천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가히 이 모든 것의 주제일 것 같은 한 마디. 히라야마의 성실하지 못한 후배 타카시는 '어차피 더러워질 거 뭐하러 그렇게 애쓰며 닦아요'란 하는데, 어차피 죽을 거 오늘도 살아가는 인생에 필적할 한 문장이고, 들어갈 때 나올 때 마음 다르고, 어제의 조급했던 나 언제 그랬냐는 둥 새하얗게 청소되어 있는 오늘의 해맑음을 보면, 그 화장실 이렇게나 슬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엔 가장 덤덤한 루 리드의 '퍼펙트 데이'가 흐르고, 멈춰 있지만, 관계하지 않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움직이고 관계중인 것들이 흘리는 눈물을 그래서 난, 결코 외면할 수 없을 것만 같다. 화장실이라는 것,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는 장소가 아닐까. 

➕쓰레드의 계정은 https://www.threads.net/@hyokki_j' 써요.

 🏃🏽‍♂️ 오늘이 아닌 내일을 걷는,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들의 발걸음 '건축가의 운동화' #03 

일년의 반 쯤을 걸어와 구독자님 혹시 후회하고 있는 것 있을까요.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했다면, 하지 않고 삼켰던 말들을 용기를 내 해보았다면, 아니면 지금의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의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면 오늘의 난,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사실을 하루가 한 번 더 지났을 뿐인데 쌓여가는 어떤 날은 이상하게도 보이지 않던 의미를 찾아내려고만 하는 듯 싶어요. 折り返しメール, 오리카에시 메일. 저는 지난 한 준 그야말로 좀 수상했던지라 회신을 보내야 할 메일이 여럿이었거든요, 그 중 하나는 어제 저녁에 그리고 또 하나는 여태 품고만 있지만 일본에선 그와 같이 받은 메일을 답을 하는 경우를 '오리折り 접어서 카에시返し 건네다'의 메일이라 하거든요. 회신 혹은 답메일, 의미를 담는 글자에 가리어져 보이지 않았을 뿐 우리를 여러모로 생각하게 하는 어느 특별한 날, 그건 아마 이와 같이 무언가의 숨겨진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모르겠어요. 주고 받는 메일에 결론은 주고 받은 뒤 완성되어 가듯이, 우리가 걸어온 길 또한 되돌아 보거나 다시 앞을 향하는 지금으로부터가 실은 그 완성의 시작점이 되어주는 건 아닐까요.

참고로 전 지금 라흐마니노프, 그 자신이 쓰고 연주하는 '지사쿠지엔(自作自演)' 음악들을 듣고있는지라 다소 격정적인 톤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염려되고 있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런 게 또 숨겨진 이 글의 진심은 아닐까요. 건축가 쿠마 켄고가 또 한 번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와 '일을 내고 말았어요. 어찌 보면 '이건 생선인가' 싶어지는 비쥬얼, 세상엔 앞면이 있는 만큼 折り返し 뒷면의 이야기를 분명 어딘가 품고있을 거에요.

2024년 4월부터 일본에서 발매돼 6월 19일 파리 패션 위크에서 쿠마 켄고의 스니커즈가 고개되었어요. 쿠마 켄고라면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의 스태디움을 설계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라이브러리나 마치 땅에서 대륙이 융기한 듯한 형상의 문화 복합 시설 '카도카와 뮤지엄'을 만든 일본의 대표적 건축가인데요. 일본의 대표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와 함께 운동화를 만든 게 이번으로 벌써 세 번째에요. 곧 건축가의 운동화가 다시 한 번 땅을 밟아요. 쿠마의 운동화는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신발 디자인에 쓰인다는 의미에서, 좀처럼 익숙치 않은 조합에 일단 주목을 하게 하는데요. 실제로 공개된 신발들을 보면 기존의 스포츠적 발상으로는 만들어지지 못할 한 켤레의 완성이었고, 이번에 무려 이게 과연 사람이 신고 걸을 수 있는 한 켤레인가 싶어요. 단, 쿠마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인간의 '걷기쉬운' 디자인. 그러고보면 마음에 들어 샀던 신발 신고 발뒷꿈치 까진 적 없지 않않을 거에요.

83년 전통의 일본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와 건축가 쿠마 켄고의 신발 그 세 번째 타이틀은  KENGO KUMA × ASICS ARCHISITE ORU.' ORU는 折る란 접다의 의미 oru이고, 이는 신발 곳곳에 사용된 소재를 '접다'를 통해 구현하면서도, 접다는 건 곧 안과 밖, 이동 반경의 내부와 외부, 그에 더해 신발을 신는 사람과 한 사람의 발에 신어진 신발 사이의 관계를 오묘하게 교차하며 하나로 아우러내는 의미 또한 갖는다고 느껴져요. 이전까지 쿠마의 운동화는 그의 건축적 시그니쳐 소재인 대나무를 얇고 길게 재단해, 그를 구부림으로서 사용되는 특징을 갖고 있었거든요. 단, 이번엔 그를 외부가 아닌 내부로 삽입, 그를 전에 없었던 새로운 소재 '다이니마(ダイニーマ)'로 감싸는 듯 일종의 커버로 둘러싸며 완성해내고 있어요. 그런데 이 다이나마라는 게 초고분자량 폴리에스틸렌(Ultra High Molecular Weight Polyethylene), 자잘한 주름을 가진 투명한 메쉬 소재이거든요. 그러니까 내부가 그대로 비쳐 보이면서도 동시에 사람의 두발을 지탱하고 걷는다는 행위를 대신할 만큼의 견고함은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것도 사실인데,

여러 번의 접는 행위를 통해 완성되는 스니커즈, 이는 곧 쿠마의 건축, 그 중에서도 그의 '작은 건축'이 지향하고 구현해내고 마는 견고함의 형성과 같은 의미에서 읽혀요. 실제 겉에서 보기엔 하늘하늘 마치 생선의 비닐같은 가벼움을 느끼게 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 번 덧대어진 수지(樹脂) 파트가 버티고 있고, 아울러 다이니마의 투병한 부분은 오렌지 색 고무 끈으로 고정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강과 약, 안에서 밖에서 가볍게 뛰놀다의 이미지랄까요. 단, 다이니마 소재 사용으로 인해 걸을 때마다 파스락파스락 소리가 나고, 신발 전체의 통기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지적되기도 하는데, 자연과 하나가 되는 일체화된 일상을 지향하는 쿠마의 세계에서 그거 어쩌면 우리의 지난온 안과 밖을 나누어 생활하던 습관이 불러온 불편함은 또 아니었을까 싶어져요. 어제는 그렇게나 맑더니, 돌연 장댓비. 안과 밖으로 흘러가는 세상,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일상, 우리의 삶은 지금 당장도 어찌 돌아갈지 모를 일인걸요. 그러나저러나, 당분간은 운동화 말고 장화를 꺼내 신어야겠죠?

📤 오는 7월의 두 번째 주 그 어느 평일 오후에 '야마테센의 뉴스 배달부' #142호가 발행됩니다.

🛠 그리고 '쓰레드' 글자 수 제한이 있었나요? 그런 이유로 당분간 인스타와 병행해 금요 레터 징행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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