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을 망설이다 작년 10월 말에 처음으로 헬스에 도전하고 11월 말에 헬스의 즐거움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그 이후 3개월이 지났는데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이번 주 글감은 러닝머신에서 떠올랐네요.
태어나 처음 받아본 PT는 10회로 끝났습니다. 선생님께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PT를 받는 건 아니고 근육을 키우길 원하고 헬스장 기구를 조금씩 익혀 혼자서도 헬스하러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50분 수업은 쏜살같이 지나갔고 PT수업을 받는 날에는 20-30분 러닝머신이나 스테퍼를 더하고 가도록 안내해 주셨습니다. 어찌나 열심히 따라 했는지 다리에 피멍이 들어 3주간 지속되기도 했습니다.
PT를 받을 때면 평소보다 무거운 무게로 더 오래도록 버티었지만, 50분 수업 동안 웃음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하 호호 웃으며 수업받다 보면 힘든 운동도 즐겁더라고요. PT가 끝나고 혼자 헬스를 하면 외롭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 와중에 깨달은 게 있다면, 제가 아직도 칭찬을 갈구한다는 겁니다.
선생님이 4kg 덤벨은 무거워 양손으로 10회만 시켰다면 저는 11회를 거뜬히 해내고 눈을 껌벅거리며 선생님의 칭찬을 기다렸습니다. 이런 저에게 선생님은 15회를 요구했지 칭찬해 주지는 않았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혹시라도 칭찬해 줄까 두근거리며 열심히 했답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칭찬을 갈구한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평소 칭찬에 인색한 저는 다시금 반성했습니다. 팀원들에게 칭찬을 듬뿍 줘야 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0회 PT가 끝나면 연장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선생님은 당연히 제가 안 할 거라 생각했는지 권유도 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마음 편하게 요즘은 혼자 헬스하는데 선생님과 깔깔거리며 PT 받던 시간이 조금 그립기도 합니다.
헬스를 하며 하루 4끼를 먹게 되었어요. 선생님은 운동하기 전에 탄수화물을 조금 먹어야 근 손실이 없고, 운동 후에는 단백질을 먹으라고 권했습니다. 평소 채소를 즐겨 먹고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 저의 식습관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삶은 계란을 운동 전후에 하나씩 먹고, 닭가슴살도 챙기게 되었어요. 샐러드도 먹지만 돼지고기와 두부를 잔뜩 넣은 김치찌개도 반찬으로 애용합니다. 덕분에 먹는 음식의 종류가 다양해졌습니다.
하루에 4끼 먹는다고 살이 찌는 건 아니더라고요. PT 10회 끝난 후 인바디 측정을 하니 근육량이 늘긴 했어요. 평생 운동을 안 하다가 헬스해서 늘었겠지만요.
아무래도 헬스는 제 적성에 맞나 봅니다. 평일만 운영하는 헬스장이라 주말에는 대신 산에 가기는 하는데요. 평일 저녁에 가능하면 약속을 잡지 않습니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헬스장에 갑니다.
노션으로 운동일지를 만들어 사용하다가, 어차피 거의 매일 운동하는데 아침에 쓰는 모닝 페이지와 통합하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모닝 페이지에 감사일기도 쓰고, 운동도 기록합니다. 러닝머신이나 스텝퍼 등은 당연히 하는 거라 운동의 종류만 기입하게 바꾸었습니다. 손목닥터로 측정하는 걸음 수도 기록합니다.
헬스나 운동은 생활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요즘 난방비 폭탄 때문에 헬스장에서 샤워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조금 뜨끔했습니다. 꼭 그런 이유는 아니지만, 헬스장에 가는 날은 헬스장에서 씻으니 집에서의 저녁 여가시간이 길어지고 자기 전에 집에서 샤워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루를 온전히 마무리하는 기분입니다. 평일에 거의 3~4일은 헬스장을 가니 수도와 온수 사용료가 반으로 줄었습니다. 전기요금과 난방비가 올라 관리비는 증가했지만요.
헬스장이나 PT를 1년 치 끊고 며칠 다니다 나가지 않는 분도 많다고 들었어요. 저도 헬스장이 지루하고 재미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적성에 맞는다면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생각합니다. 헬스장에서 들리는 음악에 발맞추어 땀 흘리며 운동하면 스트레스도 함께 사라지니까요. 아직 4개월 된 헬린이는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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