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생각이 많은 루틴 전문가가 즐기는 취미

채움과 비움의 미학

2024.02.03 | 조회 4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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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의 주간 성찰

일하고 배우고 느낀 성찰을 나눕니다

다들 바쁘시죠? 직장에서 동료를 만나도 하는 인사가 "요즘 많이 바쁘시죠?" 입니다. 이 질문에 아무도 "아니오, 바쁘지 않아요. 요즘 한가해요."라고 말하는 분은 없습니다. 과거에 비해, 문명의 이기가 많이 생겨났는데도 더 바쁩니다. 그 바쁨 중에 스마트폰이 힘을 발휘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인스타 피드를 살피고, 유튜브 쇼츠는 보니까요. 

저도 무척 바쁜 사람입니다. 기본적으로 직장에 매인 몸이라 오전 9시 이전과 저녁 6시 이후에만 자유로우니까요. 수면이 우리 삶에 아주 중요하다고 해서 매일 7시간 꼭 자려고 노력합니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 9시간과 수면에 투자하는 7시간을 빼면 하루 최대 8시간만 남는데요. 밥 먹고, 이동하고, 집안일 등으로 보내는 시간을 빼면 많아야 자유시간이 4~5시간 정도입니다. 그래서 주말에 다들 여가 활동을 하는 거겠죠.

이 소중한 평일의 자유시간 중 반은 가장 좋아하는 취미인 독서와 글쓰기가 기세등등하게 차지합니다.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최소한의 독서만 하는데요. 원서 15분, 종이책 15분 총 30분 정도 매일 독서하려고 노력하고, 나머지는 자투리 시간에 오디오북을 듣는 것으로 대리만족합니다. 글은 마감을 정해두고 짬짬이 생각날 때 쓰거나 다듬는데요. 솔직히 글 쓸 때 도파민이 가장 많이 나옵니다. 짝사랑하는 사람을 마주치면 가슴이 쿵쾅대듯 설레며 글을 쓰지요. 좀 졸려도 글 쓰면 잠이 달아나니까요. 독서와 글쓰기는 이미 5년 이상 된 루틴입니다.

이 치열한 루틴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 새로운 취미가 헬스입니다. 헬스를 시작한 지 1년 반이 되어가는데요. 평일 저녁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아니 평일 저녁 약속을 피해, 퇴근 후 바로 헬스장으로 갑니다. 연간 멤버십을 등록하고 초반에 열심히 다니다 멈추는 분들이 제법 있는데요. 몰랐던 재능처럼 헬스는 저에게 딱 맞는 운동이었습니다. 

엄청나게 과격한 근육운동은 아니고 가볍게 러닝머신으로 워밍업하고, 스트레칭하고, 다리 근육운동 잠시 한 후, 유산소 운동으로 마무리하는데요. 이렇게 하는 데만 1시간 40분이 걸리고 샤워까지 하면 2시간 이상 걸립니다. 자유시간의 반을 아낌없이 바칩니다. 1시간 40분 동안 몸은 루틴을 따르고 머리는 하루를 성찰합니다. 주로 일 생각을 90% 하는 것 같아요. 일의 연장선이라 야근수당을 받아야 할까 봐요. 

온전히 생각하는 시간이 좋아요. 저는 생각이 많은 버크만의 파란색 인간이라 힐링이 됩니다. 생각할 생각하면 역시 가슴이 뛰고 도파민이 나옵니다. 그러니 헬스가 적성에 맞아요. 꾸준함이 재능이니 좋아하고 잘하는 조합의 취미입니다. 

최근 비움을 실천하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몰입의 즐거움을 느끼는 레고 조립입니다. 한 달도 안 된 초보인데요. 초록이를 좋아하는 저에게 다육식물 보태니컬 컬렉션이 선물처럼 다가왔습니다. 총 9개의 화분인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만드는 동안 딴생각을 하지 않게 되더군요. 완전한 비움의 시간이었습니다. 늘 생각으로 가득한 제 머릿속을 청소했어요. 몰입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아기자기한 결과물까지 나오니 이 또한 제 적성에 맞는 취미네요. 

아이들이 어릴 때 레고가 비싸 옥스퍼드를 사줬는데요. 그때만 해도 흥미가 없었고요. 덴마크 갔을 때도 사람들이 레고 샵에 많이 갔는데 시간도 없고 관심도 없어 가지 않았어요. 아이들과 말레이시아에 놀러 갔을 때도 레고랜드는 어린 아이들이 가는 테마파크라고 거들떠보지 않던 제가 급기야 레고랜드 코리아까지 다녀왔습니다. 사실 레고는 키덜트의 럭셔리한 취미라 아주 조금씩 아껴 즐기는 중입니다. 야금야금 저에게 상 주듯 즐기는 취미입니다.

산책과 등산 역시 소중한 취미입니다. 혼자 산책이나 등산하며 오디오북을 듣는 시간이 가장 소중한 힐링 타임이고요. 여러 친구와 수다 떨며 힘들게 산에 오르는 것 또한 좋아합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는 언제나 정답입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잘 가꾸어진 우리나라 산이나 공원에 감사합니다.

온종일 육체적으로 힘들고 정신적으로 소진한 날에는 넷플릭스 영화를 봅니다. 드라마 같은 시리즈물은 절대 쳐다보지 않습니다. 영화는 기껏해야 3시간 안에 끝나지만 드라마는 12편의 경우 최소 120시간 투자해야 하니까요. 시간 관리 전문가에게 적합하지 않고, 끝을 보길 좋아하는 저에게 치명적이므로 시작도 하지 않습니다. 넷플 영화는 게으름의 시작이자 중독의 조짐이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아껴서 꺼내는 카드입니다. 정말 시간이 남아돌아 할 게 없거나, 아니면 열심히 일한 저에게 주는 보상입니다. 다른 일로 하루가 온종일 충만한 주말이나 연휴에나 겨우 맛볼 수 있는 달달한 디저트입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취미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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