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주간모기영 214호

[최은의 ‘그 영화 봤어요?’] <암살자들>(2026)

2026.10.03 | 조회 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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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의 ‘그 영화 봤어요?’]

<암살자들>(2026): 질문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폭력이다

허진호 감독의 새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공격이 감독과 배우, 평론가를 넘어 제작자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기사들을 매일 보고 있습니다. 어제(10/2일)는 급기야 보수단체가 유해진 배우 자택 앞에 집회신고를 냈다 하고요, 영화를 지지했던 연예인들과 유명인사들 수십 명이 자신의 이름이나 게시물을 삭제했다는 소식도 있네요. 덕분에 추석 이후 다소 주춤세를 보였던 이 영화는 역주행을 시작했습니다. 누구를 위한 시위이고 무엇을 위한 격분일까요.

  

<암살자(들)>(허진호, 2026) [이미지제공] 하이브미디어코프
<암살자(들)>(허진호, 2026) [이미지제공] 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가 고발하고 있는 것은 박정희인가?

1974년 8월, 유신반대운동을 하던 김대중이 일본에서 납치, 살해될 뻔 한 사건이 있고 나서 한일 경제교류가 경색되고 한국정부는 외교적으로 고립되어 있었다는 자막과 함께 영화는 시작됩니다. 중절모와 두꺼운 안경을 쓴 사내가 김포공항 검색대를 막 통과했어요. 그는 며칠 후 8.15 광복절 기념식이 열리는 국립국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박정희 대통령 암살 미수범이자 육영수 여사 저격범 문태광(박정민)이었어요.

현장에서 붙들린 문태광을 보고 중부경찰서 정보과장인 박철구(유해진)는 깜짝 놀랍니다. 행동거지가 수상하고 출입 비표마저 없어서 출입구에서 본인이 저지했던 바로 그 인물이었기 때문이죠. 갑자기 나타난 청와대 경호계장(엄태웅)이 경호지침이 바뀌었다며 그를 바로 들여보내도록 하고 도리어 박철구를 폭행해서 억울했던 차였습니다. 현장에는 동성일보 신입기자 한영일(이민호)가 있었고. 동성일보 사무실에서는 사회부 김재환 부장(박해일)이 기념식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긴급조치 1호가 발동중이고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상주하며 언론사를 감시하고 통제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동아일보가 동성일보로, 문세광이 문태광으로 바뀌는 등 주요 고유명사들이 변형되었으나, 이 영화는 1974년 광복절에 일어난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과 이후 수사 과정부터 범인이 사형을 선고받기까지 두 달 여 기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 발생 13시간 후 수사본부는 범인이 재일교포 2세이며 오사카 경찰에서 권총 두 자루를 훔쳤고, 조총련계가 의심되는 문태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사안의 중요도에 비해 수사내용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을 뿐 아니라 의문투성이였어요. 국수본 감식반은 하루 뒤에야 현장에 파견되었고, 그나마도 탄환을 비롯한 주요 증거들은 이미 중앙정보부에서 수거해간 뒤였습니다. 그런데 이 저격사건 이후 유신 반대집회는 반공시위로 바뀌고 일본 외무성의 공식 조문으로 한일관계도 개선되었을 뿐 아니라, 국내 제1호 지하철 개통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박정희 정권의 자작극이었을까요? 영화가 그 점을 언급한 것은 단 한차례 일본 언론이 의혹을 보도했다, 정도입니다. 오히려 영화 내용으로서는 중정을 비롯한 부하들의 과잉충성이 가져온 참극이라는 의심이 남습니다. 문태광에게 공범이 있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는 점, 그리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보인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는 것 같죠.

<암살자(들)>(허진호, 2026) [이미지제공] 하이브미디어코프
<암살자(들)>(허진호, 2026) [이미지제공] 하이브미디어코프

하고 싶은 말이 분명한 영화

사실 영화는 제목으로 모든 이야기를 다 했습니다. ‘암살자’ 문태광은 홀로 처형될 것이나 책임 있는 복수의 인물들이 괄호처리 되어 있는 것 아닌가 묻는 것이죠. 마지막 1989년의 국정감사 기록영상과 자막이 핵심입니다. 육영수 여사의 머리를 관통하고 사라진 탄환의 행방은 어떻게 되었나, 그것 먼저 밝혀보자고 영화는 제안합니다. 거기서부터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50여 년 전에 정보과 형사 박철구와 사회부 기자 김재환과 한영일이 하려고 했다가 실패했던 그 일입니다.

그러므로 이야기의 절정부에서 동성일보 기자들의 ‘언론자유 실천선언’ 장면과 법원 앞에서 문태광을 기다리는 박철구의 장면을 계속해서 교차 편집한 영화의 선택을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시대의 진실을 책임지고 있는 두 영역, 언론과 사법의 현장입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각자 무지막지한 국가폭력에 직면하게 되죠. 그러다 결국 그들의 선언(언론자유 실천선언)과 질문(“마에다가 누구야?” “배후가 누구야?”)은 잔인하게 진압되고, 그들은 눈을 가린 채 군용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습니다. 눈가림은 곧 가려진 진실을 의미하겠죠.

이상의 장면들에 음모와 소위 ‘자작극’의 주모자로서 박정희 개인이 낄 여지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다만 그 시절이 어떻게 사람들의 질문을 억압하고 모든 의문을 힘으로 은폐했는지를 알리며, 폭력과 권력을 앞세운 권위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데 박정희의 이미지가 효과적으로 사용된 것은 분명합니다. 사건 직후 박정희가 연설을 재개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소름 돋는 장면 중 하나였어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연설을 다시 시작하는 그에게 사람들은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환호합니다. 누군가는 “군 출신이어서 그런가, 역시 의연하다...”며 그를 자랑스러워했어요. 박정희가 이후 아내의 장례식에 눈물을 흘렸든 오열을 했든 딸 근혜에게 절절한 친필 편지를 보냈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아내와 합창단의 여고생이 총을 맞고 실려나간 와중에도 그는 동요하지 않았다는 것, 그가 곧 ‘국가’이며, ‘국가원수’로서의 강인한 이미지란 이런 것이라고, 그는 거기 꼿꼿하게 서서 존재하는 온몸으로, 어떤 연설보다 강력하게 증명해보였습니다. 영화는 후에 현장의 기록영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 시절은 그런 ‘아버지’가 모델이었고, 그에게 슬픔을 묻거나 진실과 사실을 묻는 것은 어떻게도 할 수 없는 패륜이었겠지요.

하지만,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래야 할까요? 요컨대 의혹과 질문들에 더해 이 영화가 가장 분명하게 고발하는 것은 박정희도 문태광도 아니고, 바로 차마 질문할 수조차 없게 만드는 극단의 권위주의와 진실을 찾는 기자와 수사관의 눈을 가리고 입을 틀어막는 시대의 폭력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암살자(들)>(허진호, 2026) [이미지제공] 하이브미디어코프
<암살자(들)>(허진호, 2026) [이미지제공] 하이브미디어코프

역사의 파고에 휘말린 한 인간에 대한 서늘한 연민

끝으로, 영화가 문태광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암살자(들)>의 문태광을 보면서 <덕혜옹주>(2016)의 덕혜(손예진)가 생각났어요. <덕혜옹주>는 10년 전 허진호 감독이 역사왜곡 논쟁에 시달렸던 첫 작품이죠. 항일운동을 하거나 한글학교를 설립하지도 않았고 일본에서 귀족대접 받으며 잘 먹고 잘 살았던 덕혜옹주를 불쌍하고 비참한 독립투사이자 희생자로 그렸다고, 굳이 말하자면 그때는 주로 ‘좌측 진영’으로부터, 친일논란과 함께 비판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덕혜옹주>는 많은 한계가 있는 작품이었으나, 평범했어도 좋았을 한 여인이 조선의 마지막 황녀라는 버거운 타이틀을 입고 원치 않은 삶을 살아야 했던 것에 연민을 품은 허진호 감독의 시선만은 기억해둘 만 하다고 느꼈는데요, 태광에게서도 비슷한 기운이 읽힙니다. 취재차 일본으로 건너간 영일은 태광의 큰형 문태선(박해준)을 만나는데요, 문태광이 김대중 사건 이후 한국영사관 폭파를 외쳤던 적이 있고 오래 전부터 중정의 감시와 요주의 대상이었으나, 사실은 너무나 평범한 청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죠. 통역사 강자(심은경)는 태광과 같은 “피가 뜨거운” 청년들이 오사카에 많다고 증언했어요. 현실이 너무 차갑기 때문이라고요.

그런데 실상 그는 첫 발을 자기 허벅지에 쏠 만큼 어리숙한 킬러였어요. 재판정에서 알아듣지 못할 한국어로 자신에게 사형이 선고될 때 무심하던 그는 일본어 선고를 듣고 동요하다가 자신이 의지했던 마에다(유영석)와 눈이 마주칩니다. 태광의 눈빛은 피가 끓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대단한 애국심이나 정의감에 불타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김재환의 말대로 그는 어쩌면 ‘게임판의 주사위’에 불과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표정입니다. 어쩌다가 영부인 암살범이 된 그 교포 청년의 얼굴에서 혹시, 어쩌다가 법원 폭동범이 되고 올림픽공원의 ‘투사’가 되었을지 모를 자유 청년들을 떠올린 것은 지나진 비약이었을까요.

<암살자(들)>(허진호, 2026) [이미지제공] 하이브미디어코프
<암살자(들)>(허진호, 2026) [이미지제공] 하이브미디어코프

“감추려 하는 자가 범인이다”라고, 영화 속 한영일은 말했어요. 영화 바깥, <암살자(들)>의 관객반응과 관련해서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막으려 하는 자가 범인이다” 그런데 ‘범죄’라면 ‘죄’가 있어야 할 텐데요. 이 영화에 테러를 가하는 사람들은 무슨 죄를 저지른 것일까요? 아마도 그건, 이 영화가 몸소 증언하고 있는, 그러니까 2026년 대한민국에도 여전한,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권위주의와 침묵을 강요하는 억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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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후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후원자분들이 보내주신 응원과 격려는 8회 모기영에 힘을 쏟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보내주신 마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2026년 9월

강도영, 권호경, 김미지, 김상덕, 김철회, 김현주, 김현진, 박소원, 박은영, 박재우, 박준형, 박진숙, 박현홍, 심에스더, 서완실, 윤선정, 윤영석, 이동은, 이신석, 이유리, 이정식, 이청자, 이태훈, 조하영, 지은실, 채두리, 최영익, 최재용, 최현, 한송희, 한유정, 이범진, 김대현, 김영준, 김희라, 양동복, 이호정, 강나루, 강원중, 권명희, 김명관, 김소혜, 김지향, 남소영, 노석지, 배재우, 송정훈, 유현, 윤나리, 장다나, 정민호, 최규창, 김혜영, 최은, 김솔지, 신원균, 채송희, 김진선

특별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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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원합니다:), 유재미, 이정신 후원자님은 영화제 이메일로 꼭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cff4every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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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제, 포스터 전격 공개!

 

안녕하세요, 영화제 즈음 나타나는 모기영지기, 기영이 입니다. 

8회 모기영의 주제와 포스터가 전격공개되었습니다!! (쏴리 질러~~!!!)

 

주제: 하이-파이, 로-파이 (부제: 두 세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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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Hi-Fi) : 고음질, 선명함, 완벽함 /  로-파이(Lo-Fi) : 아날로그, 투박함, 결핍

설명: 언젠가부터 하이파이는 투박한 인간적 결핍을 지닌 로파이를 향하고, 로파이는 하이 파이의 조율된 질서가 지닌 선명함을 꿈꾼다.  서로를 갈망하며 끊임없이 순환하는 두 세계, 그리고 마주 안은 두 세계의 경계에서 만나는 경이로운 이야기들.

포스터

메인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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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전체적인 디자인 방향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있다. 이번 영화제의 주제인 'HI-FI LO-FI'가 지닌 이중적 감각을 화면 안에 담아내고자, 두 세대의 정서를 동시에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레트로한 무드의 폰트와 이미지를 기본 어휘로 삼되, 색채와 레이아웃 구조를 통해 동시대적인 감각을 더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잡았다. 배경에는 필름 특유의 질감과 속도감을 살린 지하철 이미지를 배치하여, 덜컹거리며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메인 타이포그래피 역시 대각선 구도를 적용함으로써 역동성과 운동감을 부여하고자 했다. (이예은, 디자이너)

음…. 뭔가 어려운듯 … 하면서도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났을 때, 이질적인 것들이 함께 할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상상하는 영화들이 올해의 주인공인 것 같습니다!! 8회 모기영 소식 매주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부탁드려요! 

와!! 이제 영화제 시작이닷 !


 

* 2026 주간모기영은 매주 토요일 오전 11:00시에 발송됩니다.

 

글 최은
편집디자인 모기영 편집부

2026년 10월 3일 토요일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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