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기생

2021.03.19 | 조회 4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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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뉴스레터

오직 글로서만 승부하는 글쟁이의 뉴스레터, 주로 생산성 툴에 관련된 글을 보내드립니다.(가끔 소설도 씁니다.)

거울은 어느 날 고아 신세가 됐다

 

소녀에게 정박한 거울의 흰 미소

웃는다, 운다, 멀어서 슬프지 않다

희망을 거두자

미완성된 틀을 마저 그리자, 너의 눈망울로

 

낡은 방식으로 소녀의 옛 얼굴을 찾아볼까

고장난 티비로 소녀의 발을 복원해볼까

 

그래, 그러자,

채널을 돌리자, 잡음은 발로 걷어차버리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는 이제

티비 생산을 거부한다

 

아나운서 가운을 입은 남자는

부드럽게 외친다, 소녀는 어디로 갔나요?

 

몸이 자꾸만 불어서 

귀를 꿰매도 생을 잘라 붙여도

같은 운명만 가득하다고, 먼 곳에서도 시간은

말없이 소녀의 환청에 접착제를 바른다

 

투정을 부리다, 거울을 놓고 소녀는

남자가 남긴 반찬에 시름을 밀어 넣는다

 

물 떼새가 도도하게 서성거린다

소녀가 가쁜 숨을 몰아쉰다

 

몇 백 개의 검은 구름,

빗방울이 밑바닥에서 굴러간다

검은 진주알의 목소리여

등대는 한철이란다

맑은 이의 목소리가 바다에 잠긴다

 

올해도 무사할 테니

저녁노을을 친구 삼아

도란도란 한끼나 나눠볼까

 

하늘이 깨어진다, 장대비가 메아리친다

바닷속에서 산맥이 파도를 뚫고

빈 목구멍에 칼날을 집어넣는다

 

사라진 이야기의 근원은 모두 같은 소녀다

 

잊어버리자, 저작권일랑

소녀의 사진 한 장만 가끔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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