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독특한 유전적 형질

지금, 새끼 발가락의 뼈가 몇 갠지 확인해 보세요

2025.06.01 | 조회 1.18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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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사람들은 서로 조금씩 다릅니다. 그리고 그 차이점들을 가지고 편을 갈라 헐뜯고 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는 것이 차별의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갖고 있는 차이라는 것은 그렇게 크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몇 가지 신체적 특징으로 '인종'을 나누지만, 과학적으로 인종 간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작습니다. 얼마나 작냐면, 한 인종 내에서 개체 간 차이가 인종 간 차이보다 큽니다. 다소 거칠게 풀이하자면, 이른바 흑인과 동양인이 노래 실력에서 갖는 유전적 차이는 같은 동양인인 아이유 님과 제가 노래 실력에서 갖는 유전적 차이보다 작습니다. 그러니까 인종 내지는 민족을 가지고 사람을 나누고 차별을 하는 건, 원래도 안 되지만 그에 앞서 별 의미도 없는 짓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서로 차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한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다음과 같은 유전적 특징들이 있습니다.

먼저 몽고반점이 있습니다. 몽고반점은 아기의 엉덩이, 등, 다리에 주로 나타나는 푸른색 반점입니다. 배아 발생 초기에 표피로 이동하던 멜라닌 세포가 진피에 머물러 생긴 자국으로, 보통 출생 후 3~5년 사이에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이 반점은 약 80%의 아시아인 아기에게서 나타나는데, 서양인들은 이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간혹 멍으로 생각해 아동학대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어릴 때 몽고반점이 있었는데, 얼마 전 태어난 제 아이에게도 몽고반점이 있는 게 무척 반가웠습니다.

또 많이들 알고 계시듯 한국인은 암내가 잘 안 나는 편입니다. 이는 ABCC11 유전자의 변이 때문입니다. 이 유전자는 아포크린 땀샘에서 지방 분자를 운반하는 단백질을 만드는데, 한국인의 98%가 이 유전자에 변이를 가지고 있어 단백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피부의 세균들이 분해할 지방 분자가 적어져서 냄새가 거의 나지 않게 됩니다. 반면 유럽인과 아프리카인의 97%는 정상적인 ABCC11 유전자를 가져 체취가 더 강하게 납니다.

이 유전자 때문에 생긴 차이는 암내 외에도 재밌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구독자 님은 '귀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노랗고 바삭바삭한 형태인가요? 어쩌면 '원래 귀지가 다 그렇게 생긴 거 아닌가' 하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한국인의 99%는 이런 귀지를 타고 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럽인의 97%에게서는 눅눅한 귀지가 나옵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몽고반점을 서양인들이 잘 모르는 것처럼, 우리도 세계적으로 굉장히 흔한 눅눅한 귀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을 뿐입니다.

혹시 지금 뒹굴거리며 페퍼노트를 읽고 계시다면, 새끼발가락을 한 번 만져 보시겠습니까? 새끼발가락 뼈는 사람에 따라 2개이기도 3개이기도 합니다. 한국 성인(성인이 아기보다 뼈가 적습니다. 태어났을 때는 뼈가 300개 정도 되는데, 자라면서 합쳐져서 성인은 206개 정도의 뼈가 있습니다.) 중 74%가 새끼발가락에 뼈가 2개 뿐이라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새끼발가락 뼈가 2개인 경우가 35.5%에 불과하다고 하니 차이가 꽤 많이 납니다.

참고로 새끼발가락 발톱이 둘로 갈라져 있는 '며느리발톱'이라는 것이 있는데, 한족에게서 보다 흔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며 중국과 가까운 한국에서도 세계 평균보다 흔한 형질이 아닐까 싶어 조사해 보니, 알려진 것과는 달리 특별히 인종을 가리지 않고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이것저것 조사해 봤지만, 한국인에게서 두드러지는 유전적 형질은 기껏해야 이 정도였습니다. 애초에 한국인을 하나의 인종처럼 생각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전제고, 심지어는 인종이라는 것도 별 의미가 없음을 앞서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인구가 국경을 넘어 섞여 갈 테니 시간이 갈 수록 더욱 의미가 없어질 것입니다.

귀지가 바삭바삭하다고 해서, 혹은 눅눅하다고 해서 사람을 차별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을까요? 그런데 피부색이 다르다고, 성별이 다르다고, 신체에 특이한 점이 있다고 차별하는 것이 귀지의 습도로 차별하는 것보다 덜 어리석은 일일까요?


더 알아보기

중앙일보, 한국인이 세계에서 '지독한 겨드랑이 냄새'가 가장 안 나는 이유
박형빈, 손현준, 한국인 새끼 발가락의 두마디뼈에 대한 연구
슈카월드, 새끼발가락 뼈, 2개가 정상인가 3개가 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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