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슬픔이 없어진다고 선언하지 않아요.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이야기를 통해 그저 견딜 만한 일이 되는 거죠. 개인적인 수난을 겪는 사람이든 사회적 부정의로 수난을 겪는 사람이든 그 사람들 곁에 남아서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사랑에 가까운 관심과 연대의 마음이 그 수난을 조금은 작게, 조금은 더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줄 뿐이에요.
자신이 쓴 글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다른 이들과 자신의 삶을 공유하는 경험을 해요. 많은 이들이 글 쓰는 데 자격(등단)이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요. 그런 편견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글로 자기 삶과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발견하는 일을 즐겁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해내더라고요. 소크라테스는 ‘음미 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까지 말했죠. 그런 의미에서 문학상담은 철학적인 활동이기도 하고요.
# 발걸음 측정
무용, 연극, 사진, 회화 등 아름다운 이미지들로 빛나는 책들 사이에서 프란시스 알리스의 조그만 아티스트북을 찾아낸 순간에는 심장 속에 가로등이 켜지는 것만 같았다.
역사와 사건은 그것이 발생한 장소의 풍경과 그곳 사람들의 삶을 돌이킬 수 없이 변화시킨다. 걷기는 단순히 다리를 움직여서 몸이 존재하는 위치를 바꾸는 물리적 운동을 넘어 온몸으로 세계를 헤쳐 나가면서 어떤 장소에서의 역사와 사건을 기억하려는 의지적 행위다. 숫자를 세고 또 세는 것은 인류가 개발한 가장 오래되고 유효한 기억의 방책에 속한다. 모눈종이의 선들에서 맨해튼의 격자형 도로를 알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숫자가 적힌 여백에서 걷기를 수행하는 신체의 노고와 역사의 숙고를 읽어 내며 동참하기도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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