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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어떤 것에 쓰임이 되려는 목적을 갖고 만들어지는 게 아닌, 그저 자연발생적인 무엇이다. 들판에 펼쳐진 저 식물들이 훗날 누군가에게 채취되어 나물로 무쳐지고 국으로 끓여지려 생장하는 건 아닐 것이다.
한 프랑스 출판사 편집장이 좋은 책의 조건을 이렇게 말했다. 첫째, 흥미진진할 것. 둘째, 새로울 것. 그리고 셋째가 가장 중요한데 바로 ‘독자를 불편하게 할 것’이다. 별 생각 없이 드러누워 보다가 엇, 하고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잡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다.
지리멸렬한 하루를 살아가는 인간은 보통 ‘하루가 정말 따분해’라고 말한다. 그러나 세상엔 그 똑같은 하루를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내일이 새로울 수 없으리라는 확실한 예감에 사로잡히는 중년의 가을은 난감하다.’(김훈) 아무리 책이 사라진다고 해도 이런 문장을 갈망하는 독자는 영원할 것이다. 문자가 아니면 전달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돌궐 장군 돈유쿠크 공적을 남긴 비석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 아무리 유명한 책도 3년을 가지 못하고 한곳에 안주하면 망한다. 책도 출판도, 그래서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 있어야 한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웠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으려 했다’는 돈키호테처럼, 걸음을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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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정성 들여 만든 것을 소비할 때 그 사람의 세심하고 고운 시간을 사는 거란 생각을 자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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