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이었을까요? 아마존의 오디오북 서비스인 오더블 (Audible)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 한 권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고 해서 영어 공부도 할 겸 월터 아이작슨 (Walter Isaacson)의 스티브 잡스 (Steve Jobs)를 들었습니다. 딜란 베이커 (Dylan Baker)라는 영화배우가 낭독을 했는데 오고 가며 짬짬이 들을 만 했어요. 물론 반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여러 번 들으니 스티브 잡스의 일생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어요. 오더블이 어떤 서비스인지 이해는 했지만 돈을 지불하고 구독할 만큼 제가 영어를 잘하지 않아서 스티브 잡스 책 하나 다운받은 것만으로 만족했어요.
최근 회사에서 외국인 동료들과 북클럽 (Book Club)을 시작했는데 오더블로 한 달에 책 한 권을 듣고 독서 토론을 합니다. 에센셜리즘 (Essentialism), 생각에 관한 생각 (Thinking, Fast and Slow), 테드 톡스 (TED Talks), 아주 작은 습관의 힘 (Atomic Habits) 등을 다루었는데요. 다행히 주로 제가 읽은 책이거나 내용이 다소 쉬운 책이어서 따라갈 수 있었죠. 점차 오더블의 기능에 익숙해졌고, 배지도 4개 취득했고 초보자 (Novice) 레벨도 달성했어요. 주로 산책할 때 음악만 들었는데 이제는 오더블도 번갈아 가며 들어요.
독서 습관 쌓기 방에서 가끔 참여자분께서 오디오북 인증도 가능하냐고 문의를 하는데 그렇다고 대답하면서도 정작 전 관심이 없었어요. 전자책에서도 책을 읽어주는 기능이 있는데 기계음이라 사용하지 않았고, 한글 오디오북을 굳이 들을 필요가 있나 생각했어요.
그런 저에게 눈이 번쩍 뜨일 아니 귀가 뻥 뚫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브런치로 시작했어요. 브런치북 오디오북 출판 프로젝트를 예고하며 브런치 작가 1,000명에게 월라 3개월 무료 이용권을 선착순으로 준다는 공지를 봤어요. 어느 작가의 특강에서 자신의 책이 김혜수가 광고하는 오디오북 서비스인 윌라에 출간되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났어요. 윌라 사이트에 가보면 알겠지만 누구나 1개월은 체험해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별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3개월이라니 급 호기심이 생겼어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1개월에 비해 3개월은 왠지 특권 같다고나 할까요.
6월 1일에 윌라에서 3개월 쿠폰을 보냈는데 미루다가 이제서야 등록하고 책을 둘러봤습니다. 마침 내용이 궁금했던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가 눈에 들어와서 찜을 하고 듣기 시작했어요. 아, 그런데 말이죠. 영어와 한글이 이렇게 다른가요? 한글이 이렇게 쏙쏙 들어오다니요. 최정현 성우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져서 틈나는 대로 들었어요. 이동 중에는 물론이고 밥을 먹을 때도, 간단한 집안일을 할 때도 들었어요. 아침에 눈뜨자 마자 플레이했습니다. 총 재생 시간이 4시간 15분이라 사흘 만에 완독 아니 완청했어요. 이런 속도라면 더 많은 책을 읽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주에 《살고 싶다는 농담》을 다 듣고 지금은 《인디 워커》를 들어요.
전자책을 처음 접했을 때 신세계라고 생각했거든요. 무거운 책을 휴대하지 않고도 신호등 대기 시간,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도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하지만 시선을 스마트폰에 집중해야 했기에 이동 중에는 사용을 못 합니다. 스마트폰을 손으로 쥐어야 하니 손도 자유롭지 못하죠. 반면 오디오북은 눈과 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듣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편리한지 모르겠어요. 정말 더한 신세계죠.
아무래도 눈보다는 귀가 수집하는 정보량이 부족할 거라 어려운 인문학보다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자기계발서나 에세이가 적합하겠죠? 가볍게 책을 훑는 느낌이랄까요? 이왕이면 성우가 낭독하는 책을 고르는 게 좋겠습니다. 성우의 목소리로 듣는 에세이는 마치 저자가 독백하는 듯 들려 힐링이 되었어요. 소설은 라디오 극을 듣는 것 같아 좀 오글거렸어요. 제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책을 시도해보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분야를 들어보길 권합니다.
오더블에는 저자가 낭독한 책이 제법 있는데 윌라는 성우 정보를 꽁꽁 숨겨놔서 찾기도 어렵네요. 스마트폰에서 앱 기능이 다소 부족한 느낌도 있고 무엇보다 전체 진도를 볼 수 없어 불편해요. 오더블에 비해 윌라가 기능상으로 부족한 점이 다소 있지만 나름 괜찮은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점차 개선되겠죠. 무료 이용이 끝나는 시점이 되면 고민이 되겠어요. 현재로서는 연간 구독을 고려 중입니다. 연간 구독도 별도로 문의하라니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계기가 어찌 되었든 일단 시도하고 체험해보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막연히 오디오북은 별로겠거니 생각하고 사용할 엄두를 내지 않았거든요. 브런치에서 3개월의 무료 이용권을 주지 않았다면 모르고 살았겠죠. 첫 달 무료 사용 서비스를 주는데도 써보지 않았으니 말이죠. 그만큼 저를 포함한 사람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진중한 것도 좋지만 조금 가볍게 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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