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가끔 다니지만 국내 박물관을 가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미술관도 그렇고 박물관도 그렇고 뭔가 혼자 가서 보면 뭐가 뭔지도 모르고 대충 보고 오기 마련이죠. 그래서 가이드 투어를 신청했습니다. 박물관 내 자체 해설 프로그램도 있지만, 소수의 인원으로 집중해서 설명을 듣고 싶었어요. 개인 무선 송수신기를 사용해서 설명을 들으니 조금 떨어져 작품을 감상하면서도 해설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저 포함 2명이어서 거의 과외수업과도 같은 설명을 들었습니다.
초행길이지만 이촌역 2번 출구 쪽 지하보도(박물관 나들길)가 있어 쉽게 찾았어요. 거울못의 풍경과 단풍이 어찌나 예쁘던지 넋을 잃고 잠시 호수멍에 빠졌습니다. 날씨가 맑아 호수에 비친 정자와 국립중앙박물관이 데깔꼬마니 그 자체였어요. 박물관에 소장한 보물도 좋지만 자연이 바로 국보였어요.
미술에 관한 책을 읽고 미술관을 다니며 그림에 조금 눈을 뜨고 있는데요. 이젠 건축이 눈에 들어오네요. 유현준 작가의 《공간의 미래》나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덕분일까요? 아니면 슌스케 선생님이 건축에 부여하는 숨결을 느끼는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을 읽어서일까요? 공간의 미와 우리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건축물이 저를 반갑게 맞았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관 1층 로비 (으뜸홀)에서 장재호 가이드 선생님을 만나 대략 설명을 듣고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규모로 보나 방문객 수로 보나 전 세계 5~6위를 차지한다고 하니 방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 루브르 박물관이나 바티칸 박물관, 대영 박물관, 테이트 모던 박물관 같은 곳에 가보길 바라는데요. 그다음 순위가 우리나라 박물관이라니 놀랍지 않나요? 하루 만에 보기 힘드니 가이드 투어로 명소 설명을 듣고 다음에 틈나는 대로 와서 조금씩 둘러보는 생활 속의 박물관이 되어야겠죠. 공학도지만 역사에 관심이 많아 가이드를 한다는 말씀에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열정을 따를 자 없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가이드 투어 사이트에 소개된 대로 금속공예관, 도자관, 불교조각관, 불교회화관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사유의 방을 코스입니다. 대표 유물을 설명하는 코스라 개요에 그칠 수 있다고 했지만, 역사를 잘 모르는 저에겐 이해하기 딱 좋은 수준이었습니다.
1층 신라실에 가는 중에 잠시 구석기실의 주먹도끼와 신석기실의 빗살무늬 토기를 봤습니다. 신라실의 국보 금관과 금허리띠가 작년 경주에서 봤던 황남대총 남분에서 나왔다고 하니 신기했어요. 대릉원 미디어 파사드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었거든요. 주인을 아는 '릉'과 알 수 없는 '총'의 차이도 알게 되었네요.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도 잠시 봤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경원사 십층석탑 설명을 들었습니다. 박물관 가운데가 비어 있어 층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탑을 보니 신선했습니다. 고려의 전통과 원나라 유행양식을 따라 만든 대리석 탑으로 일본까지 무단 반출되었다 다시 외국인의 노력으로 환수한 국보라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3층에 도착했습니다.
금속공예관에서는 신라인의 세공 능력을 확인했습니다. 금령총의 금관과 황남대총의 금관도 비교해 봤어요. <감은사 터 동탑 사리구> 장식의 정밀함에 놀랐고, 사리구가 생각보다 작더군요. 다음은 도자관으로 이동했는데요. 청자, 분청사기, 백자 순으로 보통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쳤던 도자기를 설명과 함께 보고 들으니 귀에 쏙쏙 들어왔어요. 도자기 역시 섬세하게 제작했고, 흙 성분에 따라 청자나 백자가 된다는 것도 새롭게 알았습니다. 비색을 자랑하는 <청자 참외모양 병>과 대중적인 <달항아리>도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궁금한 점도 질문하며 배우니 살아있는 역사 공부였습니다.
불교조각관과 불교회화관 설명을 들으니 경주 불국사에서 들은 해설이 떠 올랐습니다. 이렇게 자꾸 설명을 들으면 언젠가 기억에 남겠죠? 석가불, 약사불, 아미타불, 보살과 함께 괘불(불화)를 봤습니다. 전시가 주기적으로 바뀐다고 하니 자주 찾아와야겠어요. 서화관을 둘러본 후 피날레인 사유의 방 앞에서 설명을 듣고 2시간의 투어는 끝났습니다.
2021년 11월에 상설전시관 2층에 전시실 ‘사유의 방’을 개관하고, 대표 소장품인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만 전시해 화제가 되었죠. 국립중앙박물관에 오면 반드시 봐야 하는 대표 소장품이자, 한국문화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였다는데요. 기사로만 접했던 방에 가니 떨리더군요. 잠시 사유에 빠졌습니다.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 거울의 방>처럼 관람객이 단독으로 시간을 가지면 더 좋겠더라고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오면 꼭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카페와 기념품샵이죠. 달달한 차 한 잔이 그리웠지만 으뜸홀 카페엔 빈자리가 없어 둘러만 보고 나왔습니다. 기념품샵이 엄청 크고 종류도 많았습니다. 냉장고 앞에 조금씩 명화 좌석을 붙이고 있어서 기념으로 <화접도> 자석을 샀어요.
밖으로 나와 거울못 앞에 잠시 앉아 명상에 잠겼습니다. 박물관은 생각보다 멀지 않은데 왜 이제야 왔을까요? 보신각종도 보고, 석조물정원을 거쳐 용산가족공원으로 넘어가 산책했습니다. 하루 나들이로 딱 좋은 코스죠?
* 이글은 마이리얼트립 마케팅 파트너로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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