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가을 자락에서, 배우고 즐기며

곡식처럼 익어갑니다

2024.10.19 | 조회 1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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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의 주간 성찰

일하고 배우고 느낀 성찰을 나눕니다

올 10월에는 유난히 휴일이 많았습니다. 첫 주는 징검다리 휴가에 두 번째 주에는 한 주의 중심인 수요일이 한글날이었죠. 9월 말까지만 해도 더워서 땀 흘렸는데, 이제는 제법 선선해서 가을을 온전히 즐길 때가 되었습니다. 휴가를 내고 연휴를 즐긴 분도 꽤 있던데요. 저는 집캉스하며 가까운 곳에 나들이 했습니다. 

작년엔 서울도보해설관광를 이맘때 즐겼는데요. 그러다 코로나에 걸려 중단했지요. 올해 가을엔 공휴일과 주말을 활용해 한강역사탐방을 즐겼습니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한강역사탐방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5월에 집에서 가까운 송파나루길에 참여했는데 역시나 좋았습니다. 다만 날씨가 더워지니 가을에 참여하라고 해서 가을이 오길 기다렸습니다.

9월 추석 연휴에 참여한 뚝섬나루길 동작진길에서는 예쁜 하늘과 주변 경관을 즐기고, 역사 해설도 열심히 들었는데요. 땀이 뚝뚝 떨어져 힘들었습니다. 10월엔 조금 시원해질까 해서 여의나루길, 반포달빛길 그리고 한글날에 겸재정선길에 다녀왔어요. 겸재정선길을 다녀오며 짧은 가을이 끝나기 전데 더 다녀야 할 것 같아 10월에 2곳을 더 신청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역사 선생님이 너무나 엄해서 트라우마가 있는데요. 무조건 역사를 외우게 해서 하나라도 틀리면 따귀를 때렸습니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가뜩이나 암기과목을 싫어한 저는 역알못이 되었고 이후로 관심을 끊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되고, 우리가 피해 갈 수도 없는 진실이잖아요. 나이를 먹으니 조금 관심이 생기더군요. 

그 중심에 서울도보해설관광과 한강역사탐방이 열일했습니다. 해설사 선생님은 주로 평생 한 분야에서 전념해 일하고 은퇴한 후, 새로운 소일거리로 도전한 분이어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관광통역가이드, 역사 선생님, 대기업 출신 등 다양한 분을 만났는데요. 일상의 고수로 소개한 분도 있죠. 은퇴 후에도 역사 해설을 위해 관심을 두고 공부해서 스토리텔링 했습니다. 젊은 분은 60대고 대부분은 70대인데요. 이런 자원봉사자분들이 떠나면 누가 이런 일을 할지, 이렇게 풍부한 암묵지를 어떻게 다음 세대에게 전수할지 걱정되더군요. 아무튼 지금의 저는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있는 역사와 그들의 삶을 배웁니다.

동작진길(좌), 여의나루길(중), 겸재정선길(우)
동작진길(좌), 여의나루길(중), 겸재정선길(우)

걸으며 역사 해설을 듣는 것도 좋지만,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가을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강남구립논현도서관에서는 6월부터 길위의 인문학 <이토록 문학이 끌리는 순간이> 프로그램으로 독일 문학을 배우는 시리즈를 진행했습니다. 다른 일정과 겹쳐 모두 참여는 못하고 후반부의 '아동문학으로 읽는 한독 문학' 파트만 들었는데요, 그림형제 이야기를 들으니 흥미로웠어요. 덕분에 인천에 있는 한국근대문학관까지 탐방을 다녀왔어요. 

2차 프로그램 '다시 읽는 독일 고전'을 8월부터 시작해서 지난주에 마쳤는데요. 독일 고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괴테 이야기를 들으니 읽지 못한 《파우스트》나 《괴테와의 대화》도 읽고 싶더군요. 괴테, E.T.A 호프만, 헤르만 헤세, 카프카에 이르기까지 서울대 홍진호 교수의 강의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침 《젊은 베르터의 고통》을 읽은 터라 강의가 쏙쏙 귀에 들어왔어요. 《데미안》은 두 번 읽고 서평도 썼던 작품이라 더욱 기대되었는데요. 독일에서 바라보는 헤르만 헤세의 시선이 한국과 달라 사뭇 놀랐습니다. 덕분에 말로만 들은 카프카의 《변신》, 《시골의사》까지 읽었습니다.

홍교수는 문학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라면 기꺼이 와서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합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문학보다는 가벼운 읽을거리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텍스트힙(Text Hip)이 유행인 것도 그저 그런 겉멋에 사로잡힌 씁쓸함을 자아내는데요. 그나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우리나라가 문학 강국이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 빡빡하게 채운 강의실에서 문학을 공부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을 보며 놀랐고요. 정답 없이 다양한 해석을 논할 수 있기에 문학의 매력에 빠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특히 카프카의 소설에서요.

9월에는 더워서 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갔는데 10월엔 날씨가 선선해지니 걸으며 가을을 만끽했습니다. 문학을 공부하는 것도 좋고, 도서관에 걸어가는 산책 또한 사색을 즐기는 과정이었습니다. 후속 모임으로 바흐, 헨델, 모차르트, 베토벤, 멘델스존, 슈베르트 가곡까지 앙상블이 연주하는 음악회까지 가졌습니다.

도서관 가는 길(좌), 카프카 수업 화면(중), 후속모임 음악회(우)
도서관 가는 길(좌), 카프카 수업 화면(중), 후속모임 음악회(우)

가을의 정점은 별빛요가로 찍었습니다. 올 5월에 처음으로 별빛 요가에 참여했는데요. 삼성해맞이공원에서 야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1시간 요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1시간 작은 음악회를 즐겼습니다. 별빛 아래서 요가하는 상상만 해도 두근거렸는데요. 생음악 연주까지 듣고 야경까지 즐기니 가는 길이 즐거웠습니다. 그 추억을 아련하게 잊어가는 차에 가을에 단 3번의 2024 강남유닉투어 별빛 요가 & 필라테스가 다시 개설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져서 춥지 않을지 걱정했는데요. 오히려 봄보다 가을이 더 좋네요. 좀 더 시원하고 더 빨리 해가 지니 약간 어두운 느낌에 진짜 별빛, 달빛 요가를 하니까요. 야경과 시원한 바람과 함께 요가를 하니 온몸이 다 풀리고, 음악으로 마무리 하니 마음도 쓰다듬어집니다. 삼성해맞이공원까지 버스 타고, 한참을 걸어가는데 그조차 운동이 됩니다. 가을은 깊어지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저는 곡식처럼 익어갑니다. 독자 여러분도 가을을 만끽하길 바랍니다.

삼성해맞이공원(좌, 중) 공원에서 바라본 야경(우)
삼성해맞이공원(좌, 중) 공원에서 바라본 야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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