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놀기로 결심하니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네요. 최근 10km 걷기 대회도 참여하고, 양재천 피크닉도 다녀오고, 문지리 카페 투어도 다녀왔습니다. 브람스의 구연동화 연가극 <아름다운 마겔로네>에 초대해 준다는 말에 얼른 손을 들었습니다. 5세 이상 입장이 가능한 구연동화라는 표현에 조금 걱정되었지만 피아노 반주에 성악을 생음악으로 듣는 것만으로 힐링이 될 것 같아 친구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신사스퀘어에 위치한 거암아트홀은 처음 가봤는데 시설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어요. 더컨벤션이라는 예식장과 같은 4층에 있지만 사용하는 엘리베이터가 달라 조금 헤맸습니다. 참고로 거암아트홀에 가려면 정문 쪽에 있는 고층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합니다. 4층인데도 탁 트인 전망이 보이더라고요.
연가곡이라고 하면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밖에 모르는데요. 사실 연가곡의 의미도 잘 몰랐습니다. '특정한 목적으로 쓰여진 일련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의 모음. 반주악기와 상관 없이 독창·중창·앙상블의 성악곡'이라는데요. <아름다운 마겔로네>는 독일 낭만파 작가 '루드비히 티크'의 원작인 동화적 단편소설 <아름다운 마겔로네와 페터 폰 프로방스 백작의 사랑 이야기>에 브람스가 곡을 쓴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의 한 파트 같은 피아노 연주로 표현하여 사람들은 이 작품을 브람스의 오페라라고 명명하기도 한답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소설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보통 이런 연가곡을 들으면 원어로 부르기 때문에 내용을 잘 모릅니다. 가사에 우리말 자막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스토리에 몰입하기는 쉽지 않죠. 스토리를 읽어주고 영상으로 보여주니 내용이 쏙쏙 이해되었는데요. 그래서 이번 공연이 독특했습니다. 그동안 오디오북을 열심히 들어서일까요? 배우가 읽어주는 러브스토리가 너무 잘 들렸습니다. <아름다운 마겔로네>는 음유시인 페터 백작의 모험과 사랑을 담은 이야기였어요. 해피엔딩이 되길 애타게 바랐는데 역시나 사랑이 이루어져서 감사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잘 모릅니다만, 브람스가 작곡한 피아노 선율이 잔잔하게 다가왔고 연주도 훌륭했어요. 사실 피아노곡을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성악과 함께, 스토리텔링, 영상이 함께하니 완전체 작품이 되었습니다. 최신 시설의 공연장에서 아담하고 무대가 잘 보이는 좌석 세팅도 한몫했습니다.
페터의 노래는 테너가 그 외 음유시인, Magelone, Sulima의 노래는 바리톤이 불렀는데요. 남성 성악의 음역이 테너, 베이스, 바리톤 세 영역으로 나뉜다는 건 알았지 실제 그 차이는 몰랐어요. 이번 공연에서 테너는 부드럽고 잔잔하게 다가왔다면 바리톤은 경쾌하고 즐겁게 들렸습니다.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곡을 참고해서 유튜브에서 검색해 봤는데요. 전곡을 수록한 영상이 있어 소개합니다.
<아름다운 마겔로네 Die Schöne Magelone op.33> J. Brahms (1833~1897)
1. Keinen hat es noch gereut 그것을 후회한 자는 없었노라.
2. Traun! Bogen und Pfeil sind gut für den Feind 참으로! 활과 화살은
3. Sind es Schmerzen, sind es Freuden 괴로움인가 기쁨인가?
4. Liebe kam aus femen Landen 사랑은 먼 나라에서 왔다.
5. So willst du des Armen 당신은 가엾은 남자에게
6. Wie soll ich die Freude 나는 기쁨을
7. War es dir, dem diese Lippen bebten 내 입술이 이렇게 떨림은 그대
8. Wir müssen uns trennen 우리는 헤어져야만 하는구나!
9. Ruhe, Süssliebchen 편히 쉬라, 사랑하는 임이여
10. Verzweiflung 절망
11. Wie schnell verschwindet얼마나 빨리 사라지는가?
12. Muss es eine Trennung geben이별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13. Geliebter 임이여
14. Wie froh und frisch 얼마나 기쁘고 기운차게 날아오르는가
15. Treue liebe dauert lange 진실한 사랑은 영원히 계속된다
Top 3 세 곡을 꼽아봤어요. 특히 8. Wir müssen uns trennen 우리는 헤어져야만 하는구나!가 가장 좋았는데요. 익숙한 곡이었어요.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연을 보면서도 즐겁게 리듬을 탔던 곳입니다. 페터 백작과 마겔로네 공주가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을 하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하며 류트와 헤어지는 걸 아쉬워하는 노래였어요. 7. War es dir, dem diese Lippen bebten 내 입술이 이렇게 떨림은 그대는 페터 백작이 가장 소중한 세 번째 반지를 주고 공주와 키스를 한 후 행복한 마음에 류트를 키며 부른 노래입니다. 14. Wie froh und frisch 얼마나 기쁘고 기운차게 날아오르는가는 갈등이 해소되고 해피엔딩을 향해 나가는 희망적이고 경쾌한 노래여서 좋았습니다.
루드비히 티크의 원작인 동화적 단편소설 <아름다운 마겔로네와 페터 폰 프로방스 백작의 사랑 이야기>라는 책이 있을지 검색해 보니 없었습니다. 루드비히 티크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작가였군요.
이렇게 연가곡을 즐길 수 있었던 건 스토리텔링 덕분인데요. '브람스의 구연동화 연가극 <아름다운 마겔로네>'라고 표현하지 않고 '낭송으로 즐기는 브람스의 연가극 <아름다운 마겔로네>'라고 했다면 어땠을지 제안해 봅니다. 어린아이도 왔는데 내용을 이해하기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유튜브로 전 곡을 다시 감상하며 이 글을 작성했는데 노래 내용이 연결되니 다시 들어도 좋았습니다.
새로운 장르를 오감으로 즐긴 주말이었습니다.
* 이 글은 주최 측으로부터 공연 티켓을 지원받아 감상하고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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