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덴마크 폴케 호이스콜레를 다녀온 후 매년 미니 은퇴를 실행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크루즈 여행이 일상인 지인과 함께 1년 전부터 크루즈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5명이 함께 여행을 계획하느라 단톡방은 불이 났고, 미팅도 수없이 했습니다. 소매치기가 범람하는 바르셀로나 여행과 처음 경험하는 크루즈 여행이다보니 설렘보다 두려움이 컸습니다. 여행 출발 전날 저녁에 시간이 있어 #바르셀로나 #소매치기로 검색했는데요. 놀려고 갔다가 울다가 오는 건 아닐지 걱정과 공포로 밤새 뒤척였습니다.
13시간 비행으로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다시 2시간 비행으로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습니다. 가는 데 하루, 오는 데 하루 걸리는 대장정이었죠. 이 모든 두려움과 불편함을 다 끌어안아도, 가볍게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을 가져온 지인이 저에게 선물로 준 책 제목과 동일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릴 때 '사랑의 유람선'이라는 외화 드라마를 본 기억이 나는데요.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크루즈 크루가 지켜본 여행객의 에피소드였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모든 갈등을 해결하고 크루가 미소 짓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크루즈 여행을 잘 몰랐는데, 만일 다시 본다면 세세히 지켜볼 것 같네요. 크루즈 여행은 노인들의 몫이라는 오해도 사라졌습니다. 갓난아이부터 80대 노인까지 전 연령층의 사람들이 즐기더군요. 특히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많았는데요. 편하게 세상을 즐기는 방법이 아닌가 싶었어요.
크루즈 여행만의 힐링 포인트가 있는데요. 단연코 1등은 디지털 디톡스였습니다. 지중해를 항해하는 동안은 로밍도 통하지 않았거든요. 돈을 내면 위성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지만 그렇게까지 인터넷이 절실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이 작동하지 않는 세상은 평화 그 자체였습니다. 함께 방을 쓴 지인이 TV를 틀지 않아 완벽하게 디톡스를 즐겼습니다.
크루즈 여행은 공간 이동의 마술을 보여줍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스페인에서 파리로, 파리에서 이탈리아로 옮겨가거든요. 아침에 눈 뜨면 새로운 도시로 이동해 다른 문화를 체험합니다. 밤에는 이동하고 낮에는 기항지 투어를 하니 이동 시간이 절약됩니다.
크루즈 안은 즐길 거리로 넘쳐나는 도시입니다. 바다 전망의 베란다가 있는 객실 호텔, 뷰 맛집 각종 레스토랑과 상점으로 가득합니다. 선베드가 가득한 수영장과 쾌적한 헬스장, 특히 매일 밤 공연은 잊을 수 없습니다. 하루 종일 열린 뷔페식당에서 밥 먹고 차 마시느라 수십 번을 들락거려 먹는 것만으로 이미 본전을 찾고도 남더군요. 다른 정찬 식당에서 풀코스로 식사하고 또 뷔페식당에 가서 커피를 마셨거든요. 일출을 보며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바다가 보이는 요가실에서 30분 무료 스트레칭 클래스도 참여했어요. 매일 밤 여러 공연까지 무료로 보니 돈 받고 여행한 기분이었습니다.
공연이 많아서 작정하면 매일 밤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습니다. 크루들의 춤, 노래 솜씨가 어찌나 탁월한지 기립박수가 절로 나왔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 11화 아직도 가야 할 길, 그리고 저 너머엔' 편에서는 간호사인 들레가 크루즈 크루인 나라를 만나 즐기며 일하는 삶을 알게 됩니다. 들레는 설레는 삶을 꿈꾸며 간호사를 그만두는데요. 직접 보니 크루의 삶이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돌로 발탁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어요.
앞으로 가성비 넘치는 크루즈 여행만으로 해외여행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디지털 디톡스, 공간이동의 마술, 화려한 공연을 즐긴,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휴식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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