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카카오톡에서 주로 기본 이모티콘만 사용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감사합니다' 이모티콘입니다. 일일이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타이핑하지 않아도 귀여운 이모티콘과 더불어 "감사합니다"라는 문장까지 있으니 참으로 유용합니다. 때로는 성의가 없는 것 같아서 이 이모티콘을 남용하지 않으려 해요. 그러니 "감사합니다."라는 문장도 제법 많이 사용하죠.
얼마 전 회사에서 정신없이 일하는데 회사 메신저로 문의가 왔어요. 저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회사나 다름없는 분의 문의였어요. 하지만, 개인적인 모임을 진행하면서 친절함이 몸에 밴 저는 성실하게 답했습니다. 제 답변에 응답이 없길래 제가 답변을 다시 복사해서 올렸습니다. 그 내용에 관련된 질문을 또 던지기에 다시 또 친절하게 답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었어요. 그야말로 질문 - 답 - 답 - 질문 - 답으로 끝난 대화였는데요. 다음에 어떤 문장이라도 나올 거라 기대했건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요. 그래서 대화가 흐지부지 끝났죠. 썰렁한 느낌이랄까요.
이런 현상은 단톡방에서 많이 일어납니다. 어떤 분이 축하를 받고 싶어서 자랑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저는 굳이 그분의 자랑 글에 답장을 눌러 "축하드려요~"와 함께 축하를 의미하는 이모티콘을 보냈습니다. 자랑 - 축하 - 축하로 끝난 대화였죠. 역시 다음 반응을 기다렸으나 소리 없는 메아리였습니다.
회사 동료가 팀 단체 메일로 자료를 공유했습니다. 전체 직원에게 나갈 자료를 미리 보여준 거죠. 폰트가 이상한 부분, 어색한 부분이 보이길래 개인 메일로 회신하여 알려주었습니다. 나중에 전사로 공유된 자료를 보니 제가 알려준 부분을 수정했더라고요. 그런데 왜 저에게 간단한 회신을 주지 않았을까요? 타이핑하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데 말이죠.
네 잘 알아요. 다들 바쁘시죠. 정말 정신없이 바빠서 최소한의 답장을 할 시간이 없다는 걸요. 하지만 여러분은 그 짧은 시간에 정말 소중한 것을 잃고 있어요. 코비드19가 창궐하기 전, 우리 모두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오프라인으로 만났죠.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인사'라고 인턴 동료들에게, 경력이 짧은 동료들에게 늘 강조했어요. 꼰대같이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정말 인사는 중요하거든요. 돈 안 들이고 나의 평판을 관리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태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요. 신기하게도 '인사'를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하더라고요. 그만큼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프라인의 '인사'만큼 온라인에서 소중한 것은 '감사'표현입니다. 혹은 최소한 '알았다'는 반응이겠죠.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채팅이 부쩍 많아진 요즘, 잊지 말아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걸까요? 문득 제 내면에서 이런 질문이 올라오더군요.
"그런 너는 얼마나 잘하는데? 너는 감사를 잘 표현하고 있는 거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런 글을 썼겠죠? 하지만 혹시 빠뜨리지 않았는지 다시 돌아봤어요. 역시 빈틈이 있더군요. 제가 총무로 활동하는 모임에서 회비를 카카오페이로 내는 분이 있어요. 그분과의 개인톡방엔 카카오페이 입금 내역만 있더군요. 오늘 입금 알림이 왔길래 "감사합니다." 이모티콘을 보내줬어요. 상대는 반응하지 않았지만 전 기분이 좋았어요.
문우들이 모임 단톡방에 감사나 기쁨을 이모티콘으로 표현하는데 한 번에 몰아서 "감사합니다" 이모티콘 혹은 하트 이모티콘을 보냈는데 이번엔 사소한 이모티콘에도 꼭꼭 "감사합니다."라고 답했어요. 감사로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문득 타인의 시선에서 저를 자유롭게 해준 《미움받을 용기》 의 문장이 생각났어요.
10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 중 한 사람은 반드시 당신을 비판한다. 두 사람은 당신과 서로 모든 것을 받아주는 더없는 벗이 된다. 남은 일곱명은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이다. 누구에게 주목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 《미움받을 용기》 중에서
이제는 감사 표현을 하지 않는 무심한 사람들에게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겠어요. 그들이 반응을 하든 하지 않든, 나는 감사를 표현하면 되는 거죠. 또한 내가 주목할 사람이 누구인지 다시 돌아봐야겠어요.
10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 중 한 사람은 반드시 당신을 무시한다. 두 사람은 당신이 무엇을 하든 감사하다고 표현한다. 남은 일곱명은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이다. 그들 내키는 대로 감사를 표현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내가 감사 표현을 하는가가 관건이다.
- 애정하는 《미움받을 용기》 명문장 패러디, 일과삶
오프라인에선 인사, 온라인에선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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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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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저도 모임이 많아지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반응이 없으면 민망해서 그런지 더 위축되더라구요. 개인적이지만 무지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일과삶의 주간 성찰
맞아요. 단톡에서 반응없으면 내가 뭘 잘못했나? 뭐 문제가 있나? 위축하게 되죠~ 그런 차원에서 서로 배려하고 반응하고 응원하는 건강한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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