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본다는 것은

2023.01.03 | 조회 926 |
0
|
첨부 이미지

#

나르시스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나르시시즘과는 거리가 있다. 나르시스는 물에 비친 아름다운 모습에 도취된 나머지 손을 뻗어 그 대상에게 다가가려 한다. 그러나 물에 손이 닿을 때마다 생기는 파동으로 인해 그 아름다운 모습은 사라지고 만다. 결국 ‘변신’에 나온 나르시스 이야기의 핵심은 실체가 아닌 허상을 사랑하는 일의 고통이다. 허상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리 그 사랑이 강렬해도, 혹은 그 사랑이 강렬하기 때문에, 끝내 충족감을 얻을 수 없다. 갈증을 달래기 위해 샘을 찾은 나르시스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더 심각한 갈증에 시달리다가 죽게 되는 것이다. 타인이 아닌 자기 이미지를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허망한 일이라는 메시지, 이미지가 아니라 실체를 사랑해야 된다는 메시지, 이미지와 실체를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거기에 있다.

자기 자신만 사랑했던 존재로서만 나르시스를 규정하는 일은 너무 가혹하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어디에도 나르시스가 물에 비친 미소년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임을 알아차렸다는 말은 없다. 나르시스는 끝까지 그 미소년이 타인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라고 여겨진 존재)을 사랑하다가 죽은 것이다. ‘변신’에 나오는 나르시스는 타인에게서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지는 이 세상 많은 연인들을 닮았다. 

원문

 

#

"거울 보면 옷매무새를 만지거나 머리 모양을 본다. 하지만 전 저를 본다. 내가 거품인가라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 예능 출연을 많이 할 때 나 자신에게 물어봤다. 내가 거품인가? 난 부활을 알리기 위해 나온 것이다는 생각을 했다. 작곡가도 마찬가지다. 거울 속 자신과 대화를 해야 한다." 부활 김태원

원문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remem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연약한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예술하라

# 예술가는 사회가 원하는 미래 산업을 위해 상상하지 않는다. 공모전에 당선되기 위해 상상하지 않는다. 그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상상한다. 불행으로 죽지 않기 위해

2024.10.11·조회 718

세계는 당신 것인지 몰라도 삶만큼은 내 것이다

# 나한텐 이게 전부니까요. 이 한 번의 삶이요. —김성규(김창호 역), 드라마 〈파친코〉 시즌2 에피소드4

2024.09.24·조회 755

나이와 함께 나는 깊어진다

# 평가란 무엇인가 평가란 대상에 가치판단을 적용하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평가자는 자칫 평가 대상보다 자기가 낫다는 우쭐한 느낌이 들 수 있다. 특히 남을 비판하는 위치에 서면,

2022.05.04·조회 1.04K

지나고 보니 문득 슬프고 쓸쓸한 마음

# 他山之石 못난 글은 못난 글대로 누군가의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자신을 이해해 줄 독자를 상상하고 글을 쓰는 한, 시간을 뛰어넘어 필자와 독자 간의 ‘상상의 공동체’가 생겨난

2021.12.27·조회 985

성선설 성악설

# 성선설 성악설 성선설을 통해 맹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눈앞의 인간이 선하다는 게 아니다. 맹자의 성선설은, 당신이 아무리 망가졌어도 당신이라는 존재 어딘가에는 선한 본성이

2021.12.07·조회 1.99K

내성적인 사람들의 힘

# 내성적인 사람들의 힘 내성적인건 부끄러워하는 것과는 다르다. 부끄러움은 사회적인 판단에 대한 두려움이고, 내성적이라는 것은, 사회적 자극을 포함해서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2021.11.24·조회 1.35K
© 2026 remem

영감을 주는 메시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문장들.

뉴스레터 문의remem@remem.so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