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카데미로 보는 2020의 일본영화

본 게 몇 개 없네?! 노미네이트를 보고 떠올린 이야기들, 그리고 랭킹 밖의 일본 영화

2021.01.29 | 조회 1.04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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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테센의 뉴스 배달부

테이블 한 켠의 도쿄, '뉴'스의 인'사이트'를 배달합니다. 가장 지금의 일본을 읽는, 너와 나의 10分

한 때 참 미국 따라하기 좋아했던 일본은 1978년 정식으로 미국 아카데미의 허가를 받고 '일본 아카데미'를 출범, 올해로 44회입니다. 

 

며칠 전 일본 아카데미 영화제의 후보가 발표되었습니다. 배우 심은경 씨가 사회를 본다고 화제가 되기도 했죠. 심은경 님, 정말 대단해요. 사실 일본 내에서도 '아카데미'는 우리의 대종상같은 처지인 부분이 있는데요, 그래서 잡지 '키네마쥰보'랄지, 호치영화제, 혹은 요코하마 영화제 같은 걸 더 처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제라는 게 한 해를 돌아보는 '정산'의 의미를 갖는다면, 그 정도의 메시지만으로도 눈이 가게돼죠. 심지어 40년 넘게 하고 있다면요. 더욱더, 요즘처럼 (일본)영화 접하기 힘든 시절에 어느 영화의 1년이란, 의미심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바다 건너 일본의 아카데미, 그 후보 면면을 좀 살펴보았어요.

먼저 작품상 부문 

아라시의 니노미야 카즈나리가 주연한 '아사다계(家)', 야마다 요지가 이어가는 시리즈 영화의 '장인' '남자는 괴로워 어서와요 토라상', 호시노 켄과 오구리 슌이 합을 맞춰 화제가 되기도 했던 '죄의 목소리', 그리고 쿠사나기 츠요시가 여장, 트랜스젠더로 출연한 '미드나잇 스완', 마지막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 그 '지뢰'를 파고 들어간 '후쿠시마 50'입니다. 

여기서, 전 '미드나잇 스완'을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몇 해 전 '스마프'가 해체한 뒤 이나가기, 카토리와 함께 쟈니즈를 나온 뒤 수월한 연예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던 쿠사나기인데요, 이 영화에서의 연기가 그야말로 절찬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그리고 무려 925초 분량의 예고편을 공개하기도 했고, 여러모로 이목이 쏠렸죠. 그에 관해, 제가 적었던 얼마 전의 글을 소환해보겠습니다.

"코로나 이후 영화의 선전 방식도 좀 수상하다. 코로나 때문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오프라인 상의 관계를 보다 더 의식한 듯한 시도들이 눈에 띈다. 지난 9월 25일 개봉한 쿠사나기 츠요시 주연의 '미드나이트 스완'은 무려 925초, 15분 25초 분량의 예고편을 공개했다. 보통의 영화들이 1분 남짓 길면 3~4분의 예고편을 제작하는 걸 생각하면 우치다 에이지 감독의 이 오리지널 스토리는 예고편이 단편 영화 수준 러닝 타임이다. 이게 딱히 코로나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간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예고편'의 자리를 새삼 생각하게 하는 '무언가'가 이 925초엔 있다. 기나긴 예고편을 '한참' 보고있으면, 트랜스젠더와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소녀 사이의 아슬아슬한 외로움의 서사는, 애초 1~2분 짜리 그릇에 어울리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희미한 확신이 들기도 한다. "

 

또 한 편은 '아사다가', 이 작품은 우리에겐 '행복한 목욕탕'으로 아마 친숙할 나카노 료타의 신작이에요. '아사다가'라는 건 '아사다 네 집' 정도의 의미이고, 사진가 아사다 마사시의 일생을 바탕으로 한, 소위 실존 인물의 전기식 영화입니다. 아사다 사진가는 오랜 무명 시절을 지내다 가족 사진을 찍기 시작해 인기를 누리기 시작하는데요, 나카노 감독도 그 '가족 사진' 한장에서 영화를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일본의 동일본 대지진 311이, 이 영화에 매우 주요한 '전환'의 모티브로 쓰여요. 팬데믹, 그 후에 관한 이야기랄까요. 요즘같은 날, 몹시 궁금해지는 작품입니다. 

이 사진속 모델이 모두 아사다 집안의 엄마, 아빠, 동생입니다.
이 사진속 모델이 모두 아사다 집안의 엄마, 아빠, 동생입니다.

 

그리고 아래는, 제가 생각하는 영화가 '되려하는' 몇몇 순간들에 대해서 적었어요.

"이시이 유야가 '시'를 갖고 영화를 만들더니 올해는 제제 타카히사가 노래 한 곡에서 헤세이 시대의 러브 스토리('이토')를 공개했고, '행복한 목욕탕'으로 알려진 나카노 료타는 본인의 이름, 가족의 이름을 딴 사진집 '아사다 가'로 유명한 포토그래퍼 아사타 마사시의 사진집을 원작으로 동명의 영화를 만들어버렸다. 아사다 마사시는 불량한 젊은 시절을 보내다 카메라 한 대를 만나고 가족에게 코스프레까지 시켜가며 찍은 사진들로 기무라이헤이 상을 수상한 작가이고, 소방관, 야쿠자, 펑크록 밴드, 카레이서...각종의 코스튬에서 보이는 보이지 않던 가족의 면면에 한 때 일본에선 비슷한 사진 의뢰가 쇠도하기도 했다고 한다. 쉬고있는 아라시의 니노미야 카즈나리가 주인공 마사시를 연기하는데, 염색을 하고, 양팔에 문신을 새긴 모습은 어색할 것도 같지만, 서른을 넘긴 배우는 이미지가 아닌 세월로 코스튬의 벽을 넘는다. 시도, 사진도, 영화도 같은 아트인데, 왜인지 시, 노래를 영화화한다고 할 때 조금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어떤 착각인지. 어떤 오해의 환상인지. 아사다 마사시는 311 동일본대지진 이후 한 번의 작품적 전환을 맞았고, 이 영화의 제작사는 토호. 현실이 암흑일 때 아트는 종종 가장 현실이 되는지 모르겠다. 참고로 헤세이 30여 년을 연기했던 스다 마사키는 마사시의 대학원 지인으로 출연한다. 지금 영화는 어제를 복습하며 내일을 바라보는지도..."

하나 더해, '죄의 목소리'는 호시노 켄과 오구리 슌의 '더블 주연'으로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인기 드라마 작가 노기 아키코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그보다 한 세대 선배 사카모토 유지는 '이토(糸)'란 작품의 각본을 쓰기도 했는데요, 그 '이토'는 스다 마사키가 남우 주연상 후보로 올라가있네요. '죄의 목소리', 노기 아키코의 영화, 그리고 호시노 켄과 오구리 슌. 보고싶어요.

이 영화도 4분 넘는 본편 영상이 공개되어 있는데요, 요즘 예고편 러닝 타임이 길어지고 있는 건, 혹시 코로나 때문일까요?

 

*그리고 하나의 팁, 일본 아카데미는 우수상 수상자가 곧, 최우수상의 후보자(작)들입니다. 그래서 종종 최우수 주연상 후보에 올랐을 뿐인데 수상을 한 거처럼 뉴스가 나오기도 하죠. 지난 해 심은경이 '신문기자'로 트로피를 손에 넣기도 전에, '여우주연상 수상'이란 보도가 나왔던 것도 그런 오해에요. 저도 기자 시절 한참 헤매곤 했습니다. 그리고, 아래 영상은, 지난 해 심은경과 함께 남우 주연상을 수상했던 마츠자카 토오리에 관한 기록들. 7분 20초 부분에 아카데미 시상식 현장 일부가 담겨있습니다.(자막有)

 

빠질 수 없죠?!,  여우 주연상  

'이토'의 코마츠 나나,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신작 '아침이 온다'의 나가사쿠 히로미, '한 번 죽어봤어'의 히로세 스즈가 후보로 올랐는데요, 나가사와 마사미의 이름이 두 번 적혀있죠? 주연상 후보는 작품 하나당 1명, 모두 5명이 원칙이라 생긴, 좀 고리타분한 해프닝이기도 합니다. 참, 일본스러워요.

그리고, 그 나가사와 마사미를 조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오래 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나 '터치'거나, 츠마부키 사토시와의 신파물 '눈물이 주룩주룩' 속 그 풋풋함은 어떻게 나이를 먹을지, 당시의 아오이 유나, 미야자키 아오이 등을 보면서도 생각하곤 하는데요, 나가사와와 오오모리 타츠시 감독의 '마더'를 보면, 그건 꽤 무서운, 가늠하거나 기대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걸, 장면장면 절감하게 됩니다. '마더'는 오오모리 타츠시 감독의 전작 '일일시호일'과 정말 반대 지점에 있는 작품처럼도 느껴지고, 그 '일일시호일' 속 키키 키린 님의 이야기 '세상엔 바로 알 수 있는 것과 시간이 흘러 알게되는 것이 있다'는 말을, 배우의 시간을 보면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래는 제가 '마더'를 보고 적었던 리뷰 중 일부입니다.

"그리고, '마더'에서, 영화엔 엄마와 아들, 딱 둘이 등장한다. 물론 둘을 스쳐가는, 때론 오래 머무는, 그리고 떠났다 다시 찾아오는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영화는 전적으로 엄마와 아들, 아들과 엄마 사이에 작동하는, 딱 그만큼의 '세계' 안에 있다. 영화의 첫 장면, 아들 슈헤이(오쿠다이라 다이켄)는 무릎을 다쳐 수업 중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고, 이와 마주친 엄마 아키코(나가사와 마사미)는 조금도 놀란 기색 없이 아들 무릎을 혀를 길게 내밀어 핥는다. 여기서 '혀로 상처를 핥는다'는 건 우리가 흔히 아는 침으로 다친 곳을 치료해준다는 민간요법 상의 할머니 훈훈한 마음같은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기묘한, 그리고 기괴한 사람이기 이전, 동물로서의, 문명 하에 '보통'이라 정해진 범주를 벗어난 '성질'이다. 그리고 아키코는 말한다. "엄마도 일 땡땡이쳤어." '마더'라고, '엄마'라고 제목부터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처음부터 그 두 자에 대한 도발로 시작한다. 오오모리 아츠시는 늘 인터뷰에서 "현실 밖에 있는 것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통해 세상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하곤 하는데, '마더'에서 그는 엄마, '모성'이라는 좀처럼 부정하기 힘든 현실의 어떤 '이상理想'을 건드린다. 말로하기 힘든 커뮤니케이션, 영화란 필터를 두르지 않으면 드러내기 힘든 관계, 사람의 체취랄지, 몸동작, 체온 등이 이야기하는 것. 그곳에 '마더'는 우리가 알던 '엄마'가 아니고, 온화한 질감을 벗어낸 그 단어는 조금 낯선, 날선 이야기를 한다."

전문은 이곳에서 https://brunch.co.kr/@jaehyukjung/492

남자 주연상 후보는, 쿠사나기 츠요시, 니노미야 카즈나리, 오구리 슌, 스다 마사키, 그리고 최연장자 사토 코지가 올라있네요. 개인적으로는 우리의 쯔요뽕, 쿠사나기 츠요시를 응원해봅니다. 그는 脱 자니즈 이후, 100만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기도 해요. 아래 영상은 그와 함께하는 '아침 체조', 가끔 '츠요뽕'같은 에너지가 탐나기도 합니다. 💪 발표는 3월 19일이라고 하네요.

그 와중에 ‘미드나이트 스완’의 반응은 아마 올해 손에 꼽을 수작일 정도로 호평 일색이고, 라디오를 진행했던 코미디언 이쥬인 히카루는 “그저 생각한 건, 이런 좋은 작품에서 이렇게 좋은 연기를 하고 있으면, 누구도 입 다물고 있지 않을 거에요. ‘쿠사나기 츠요시란 남자가 있어요. 저도 이 남자랑 함께 일하고 싶어요’라는 사람의 물결이 분명 일어날 거에요.”라고 이야기했다. 이 말에 쿠사나기는, 기무라 타쿠야나 나카이 마사히로와 같은 리액션을 결코 하지 못할 쿠사나기는 “테레비 방송국 여러분, 일 주세요.”라고 덤덤하게 답했다. 쟈니즈를 떠났어도, TV의 러브콜을 받지 못해도 별로 아쉬울 것 없는 (연예) 생활을 하고있는 듯 보이지만, 쿠사나기의 이 말은 좀 많이 애잔하다. 방송사도 SNS, 유튜브를 기웃거리고 심지어 위세가 역전된 듯한 시절이지만, 지나온 자리의, 어제를 기억하는 그 미디어는 남다른 추억, 과거의 나를 증명하는 무시못할 기록의 자리이곤 한다. 쿠사나기는 자신의 유튜브 채런 ‘쿠류채널’에서 ‘미드나잇 스완’을 이야기하며 "저의 대표작이에요. 하지만 전 항상 가장 최근에 한 작품을 저의 대표작이라 생각하지만요”라고 이야기했다. 어느새 30여 년. 나조차 TV를 잘 켜지 않는 요즘이지만, 그의 ‘대표작’이 꿈틀댔던 시절을 그렇게 쉽게 잃고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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