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집안에서 성장한 저는 옷에 대해서도 엄마의 간섭을 받았습니다. 정장을 입어야 사람대접을 받는다는 엄마의 고정관념에 대한 반발 때문에 저는 편한 옷을 추구합니다. 또 한번은 엄마가 골라준 파란색 정장 투피스를 입고 길을 가다가 이상한 사람이 추근거려서 그 이후론 치마 정장도 잘 입지 않았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옷은 청바지입니다. 어떤 상의를 걸쳐도 잘 어울리고, 구김이 잘 가지 않고, 툭 뛰어나온 똥배도 잘 가려주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하는 회사도 제법 있는데요. 지금 회사에 입사할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매일 청바지를 입어도 된다는 것이었어요. 예전 직장은 금요일에만 청바지를 입을 수 있고, 평소에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어야 했거든요.
청바지도 좋지만 더 선호하는 것은 트레이닝 바지입니다. 집에 청바지가 10벌 정도 있다면, 트레이닝 바지는 20벌도 넘을 겁니다. 집에서 편하게 입는 바지, 산책용 바지, 등산용 바지, 외출용 바지까지 용도별, 계절별로 두 벌씩 갖추고 있어요. 동네에서 트레이닝 바지 입고 어슬렁거리는 사람이 멋있어 보여서 저도 따라 해봤어요. 가끔 그 차림으로 지하철도 탑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상관없어요. 이게 바로 제 모습이니까요.
한때는 정장 원피스를 몇 벌 사서 중요한 강의나 모임에 입기도 했는데요. 1년에 한 번 입을까 말까 한 옷을 계속 옷장에 두기가 부담스러워 이사하면서 다 버렸습니다. 맞춰 신을 구두도 이젠 없어요. 몇 년 전 옷을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지인이 롱원피스를 선물해 줘서 딱 한 벌 있는데요. 운동화와 매치해도 괜찮더군요. 덕분에 몇 번 입었는데요. 다들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 줘서 기분 좋게 자리를 빛냈습니다.
어떤 옷을 입는가에 따라, 마음가짐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정장을 입으면 몸도 마음도 경직되어 형식에 맞춰야 할 것 같아요. 움직임도 부자연스럽고요. 청바지를 입으면 조금 긴장되지만, 유연해집니다. 트레이닝복을 입으면 날아갈 것처럼 자유롭습니다. 밤에는 꼭 잠옷을 입는데요. 꿀잠을 잘 것 같은 기분 때문이죠.
옷은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니라 우리의 태도와 감정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오늘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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