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에 덴마크로 떠납니다. 혹시라도 변수가 생기면 마음이 바뀔까 항공, 등록금, 호텔까지 예약을 마쳤습니다. 이제 되돌릴 수 없고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모순입니다만 코로나가 가장 직접적인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전 동유럽 여행을 계획했다 패키지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취소했고,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에는 노르웨이 항공권까지 끊었다가 부랴부랴 환불받기도 했어요. '해외여행'이라는 단어가 사전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후회도 했습니다.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미루지 말고 당장 실행해야 겠다는 생각도 했죠. 빚내어 유럽 여행 다녀온 친구가 부럽기까지 했으니까요. 다행히 작년부터 조금씩 해외여행은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작년 회사에서 승진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저에게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힘들 때 저를 독려하는 방법의 하나인데요. 고통스러운 상황을 견뎌낸 후 누릴 행복한 순간을 상상하는 겁니다. 박사논문을 쓰며 지칠 때는 완성될 논문을 줄 사람 리스트를 작성하며 견디어냈거든요.
마찬가지로 승진하면 올해 한 달 휴가를 내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일정 기간 직장을 다니면 안식휴가를 주는 좋은 회사도 있지만 제가 다니는 그렇지 않아서 개인 휴가를 써야 합니다. 매니저에게 말하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현 직장에서 5년 근속했기에 물론 반대하진 않겠지만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팀원들에게도 말이죠.
덴마크를 선택한 이유는 《삶을 위한 학교》에서 만 17세 이상이면 성별, 연령, 장애 유무,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입학할 수 있고, 시험, 학점, 수여 자격이 없으며, 교사와 학생이 기숙사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성인교육인 '폴케호이스콜레'를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며 언젠가 덴마크에 가서 '폴케호이스콜레'를 체험하고 한국의 '폴케호이스콜레'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요. 살펴보니 외국인을 위한 '폴케호이스콜레'(IPC, International People's College)가 있고 여기에 3주 과정 여름학교가 있더군요. 그 '언제가'가 올해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같은 또 다른 위기가 언제 올지 모르니까요.
작년 11월 5일에 International People's College(IPC)의 2023년 여름 과정(English Language, Danish Culture and Society) 공지를 보고 신청서를 냈습니다. 3주 동안 1인 기숙사에 머물며 배우고, 먹고, 자는데 14,400 DKK(크로네)로 한화 약 260만 원 정도입니다. 비용이 저렴한 이유는 덴마크 정부에서 보조해 주기 때문이죠. 비행기표는 90일 전에만 취소하면 수수료가 없기에 티켓팅했습니다. 코펜하겐으로 가는 직항은 없어서 1회 환승합니다.
신청 후 뭔가 반응이 와야 하는데 신청서 사이트에서는 '제출됨'으로 나왔지만 뭘 다른 변화가 없었어요. 메일도 잘 확인하고, 신청사이트도 매일 들어갔지만 답장이 없어 잊고 지냈습니다. 2주가 훌쩍 지나 입학 허가와 함께 12월 30일까지 입금하라는 메일이 왔어요. 뭔가 이제 시작이구나 느낌이 들었죠.
입금 후에는 취소하려면 행정비(500 DKK, 9만 원)를 제하고 돌려받기에 매니저 승인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달 동안 용기를 다듬어 드디어 허락받았습니다. 인터넷뱅킹으로 하니 해외송금은 생각보다 쉬웠습니다. 입금한 지 2주 지난 후 최종 확인서가 왔습니다. 침대보와 수건 등 모든 걸 IPC에서 제공하니 노트북과 연필만 챙겨 오라고 하네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입과 하루 전에 도착하고 종료 후 3박 4일 여행을 보내도록 넉넉한 일정으로 비행기 편을 끊었습니다. 코펜하겐 공항에 도착하면 늦은 밤이어서 공항 근처 호텔을 검색해 환불 불가 금액으로 예약했습니다. 7월이면 아직 6개월도 넘게 남았지만, 이렇게 모든 것을 다 정해둬야 취소하지 않을 것 같아요. 종료 후 3박 4일 묵을 곳도 예매할까 고민 중인데요. 혹시라도 여름 과정 중에 친구를 사귈 수도 있을 것 같아 보류했습니다. 기다리는 6개월 동안 3박 4일 여행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준비과정과 실제 덴마크에서 한 달살이 과정을 블로그에서 생생하게 포스팅하려고 해요.
결연한 의지로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갑니다. 제가 가장 연장자일 것 같다는 약간의 걱정이 있지만, 서로 나이 공개 안 할 테니 20~30대인 척하고 친구처럼 지내려고 하고요. 집에서 키우는 초록이들이 걱정입니다. 한 달 동안 잘 버티길 기대해 봅니다. 봄이 오면 덴마크의 대중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익히는 것부터 시작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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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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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의 주간 성찰
우왕 정말 오랜 만이어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댓글주셔서 감사합니다~ Cielo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ㅎㅎ 네네 풍성한 이야기 만들어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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