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후회를 별로 하지 않는다고 썼지만, 과거 제 글에서 후회라는 단어가 많네요. 선택의 순간에 고민을 많이 하지만, 결정하고 나면 후회를 하지 않는 편입니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운명으로 생각합니다. 분명 그로 인해 배우는 게 있기에 새로운 도전과 변화의 계기로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니까요. 그런데 딱 하나 후회스러운 게 있다면 코로나 이전에 충분히 여행하지 못한 것입니다. 빚을 내어 유럽여행을 다녀온 친구를 철없다 생각했는데 오히려 부럽기만 합니다.
항상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삶을 누려야 한다는 걸 이성으로는 알면서도 가슴은 밀어냈나 봅니다. 시간이 생기면, 돈이 많으면, 일이 좀 한가해지면 등 이런 저런 핑계로 수년 동안 여름휴가조차 온전히 즐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라는 상상도 못한 인류 역사의 대재앙이 벌어졌고, 언제 다시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암담함의 맛보았죠. 2년 전 만해도 '여행'이라는 단어가 사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떨었는데요. 백신도 나왔으니 조금 나아지려나요?
여행의 아쉬움과 후회가 오늘 또 몰려왔는데요. 바로 '폴케호이스콜레'라는 낯선 단어 때문입니다. '폴케호이스콜레'는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수업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문우 중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교사와 학생이 기숙사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삶을 배우는 이 자유학교를 알려줬고 자세한 내용은 《삶을 위한 학교》를 참고하라고 했어요. 한참이 지나 책을 사두었고,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코로나 전에 읽었다 해도 '폴케호이스콜레'를 경험하기 위해 덴마크로 떠났을지 의문입니다만.
《삶을 위한 학교》는 덴마크 자유학교인 '폴케호이스콜레'에 관한 소개, 참여한 일본인의 체험기,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국어판은 2014년에 나왔지만, 1996년에 개정판이 나온 책이라 수십 년 전의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폴케호이스콜레'의 취지, 역사, 일본인의 경험담 정도만 참고해도 좋겠습니다. 세상은 바뀌어가고 학교를 운영하는 방식도 변경되니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는 내용이 더 자세하고 참고가 되었습니다.
《삶을 위한 학교》를 읽으며 덴마크를 조금 알게 되는데요. 덴마크인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며 협동과 상호 부조의 정신이 강하답니다. 도서관 활동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데요. 실제 덴마크에서 '폴케호이스콜레'를 체험한 일본인은 마음의 풍요로움을 깨닫고, 타인과의 대화뿐 아니라 자연과의 대화법도 배웠다고 합니다.
예전에 읽은 《휘게 라이프》가 떠올랐어요. 행복지수 전세계 1위인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 비결은 ‘휘게(Hygge)’라고 합니다. 휘게는 편안함, 따뜻함, 친밀함, 단란함을 의미하는 노르웨이 단어인데요. 순간에 충실하고, 감사하고, 나 보다는 우리를 강조합니다. 이런 정서와 함께 '폴케호이스콜레'를 보는 순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이유는 만 17세 이상이면 성별, 연령, 장애 유무,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는 점, 시험, 학점, 수여자격이 없으며, 교사와 학생이 기숙사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성인교육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특히 책보다는 대화를 중심으로 삶 그 자체를 배우고, 앞으로의 삶의 여정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데 역점을 둔다는 점이 끌렸습니다.
'폴케호이스콜레'는 덴마크 정부의 지원을 받아 비영리로 운영됩니다. 기본적으로 덴마크어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에 외국인을 위한 '폴케호이스콜레'(IPC, International People's College)에 참여하는 게 좋겠죠? 《삶을 위한 학교》에서는 12살의 딸과 함께 IPC를 다녀온 일본인의 체험기가 실려있습니다. IPC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만일 입학할 수 있다면 저도 딸과 함께 가고 싶네요.
책을 읽으며 제가 덴마크에 가서 '폴케호이스콜레'를 체험하고 한국의 '폴케호이스콜레'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예전부터 저는 누구나 와서 강의하고, 누구나 와서 무료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학습의 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365일 다양한 강좌가 열리고, 원하는 과목을 수강할 수 있고, 학습을 즐기는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일과삶 커뮤니티 센터를 여는 게 제 버킷리스트 8호인데요. 그동안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수업에서 얻은 경험, 덴마크에의 '폴케호이스콜레' 체험, 그리고 제 버킷리스트가 연결되어 뭔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요?
분명 저보다 앞서 행동한 분이 있을 것 같아 검색해보니 자유학교와 섬마을 인생학교가 있네요. 코로나 때문에 잠시 멈춘 것 같은데 관심있게 지켜보려고 합니다. IPC사이트를 방문하니 덴마크에 갈 수만 있다면 '폴케호이스콜레'를 체험할 수 있네요. 뉴스레터를 가입했습니다. 일 년에 2-3번 보낸다는 뉴스레터를 받으며 꿈을 이어가려 합니다. 코로나 전에 알지 못해 가보지 못했다는 후회보다는 희망을 가지렵니다. 꿈이 있다는건 축복입니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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