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닌 대담으로 돌아온 일시정지입니다.
연말을 맞아, 간단한(?) 대화를 나누어보았는데요.
실시간으로 공유 문서를 통해 담담히 밝힌 소회를 공유해보려 합니다.
매거진 특유의 대화체로 적어보았으니 편안히 즐겨주세요.
긴말하지 않고 시작할게요.
𝐍 안녕하세요. 벌써 올해의 마지막 편지네요.
𝐋 아 맞네요. 벌써 12월 마지막 주군요. 우리가 일시정지를 언제 시작했죠? 벌써 까마득하네요.
𝐍 2022년 6월 10일!
𝐋 어떻게 벌써 반년이! 그래도 우리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아요.
𝐍 정말 알차고 즐겁고 조금은 고통스러운(?) 반년이었어요.
(일동 웃음 - 텍스트로 웃음)
𝐋 알차고도 고통스러웠던 한 해를 마무리하며 서로에게 궁금했던 것들 질문해보겠습니다.
𝐍 좋습니다. 구독자님들이 관심 없어도 그냥 진행할 겁니다. (뻔뻔)
𝐋 그렇다면 제가 먼저 질문 드리겠습니다
Q.
지난 6월 N님이 저에게 뉴스레터를 해보자고 제안했는데요.
일시정지를 시작할 때의 초심이 궁금합니다.
𝐍 오 초심... 조금 어려운 질문인데요. 사실 일시정지의 뿌리는 오디오 클립에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지만요. 패기있게 도전했지만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어 포기했었어요. 그런데 이걸 아예 놔버리긴 아쉬웠고, 이어갈 방법을 고민하다 '뉴스레터'를 떠올렸답니다.
제가 사실 영화 <유브 갓 메일>때문에 이메일에 대한 환상이 있기도 했고요. 글 쓰기를 즐기며 관심사도 같은 L에게 과감히 제안했죠. 초심은 정말 단순했어요. 올해 내내 놓지 말고 콘텐츠에 대해 떠들어 보자... 중간에 일정을 놓치게 되더라도 포기하지 말자.
초등학생 때부터 들어왔던 말이 있거든요? '항상 넌 거창하게 시작하고 마무리가 약하다.' (초딩한테 너무 심한 말 아닌가?) 그래서 그 말을 내내 신경 쓰며 살았어요. 신경 쓰면서도 매번 중도 포기하기 일쑤였는데, 올해는 일시정지로 해냈내요. 저 초심 잃지 않은 거 맞죠?!
𝐋 네, 맞아요. 우리의 뿌리엔 구독자 3명 (본인 포함) 오디오클립이 있었죠. 그래서 더욱이! 이렇게 많은 구독자와 함께 연말을 맞이할 수 있어 기쁩니다. 허허.
Q.
그렇다면 반 년 동안 ‘일시정지’를 해본 소감이 궁금해요.
처음 뉴스레터를 제안하며 상상했던 것과 그간의 경험이 비슷한가요?
𝐍 음... 사실 처음 상상한 건, 멋들어진 글을 주 1회 발행하는 것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좀 터무니없는. 요즘 글을 읽지 않고 쓰는 사람만 늘어난다고 하잖아요? 혹시 나도 그런 사람이 아닐까 고민도 했고요. 그래서 요즘은 강제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말이 자꾸 딴 데로 새는데, 확실히 상상과는 달랐다는 거예요. 구독자님들과 약속한 발행 일자를 지키기 위해 더 막중한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는 것! 에잇 일단 한번 해보자!!!!! 했던 초반보단 아주 많이 진중해진 상태입니다.
𝐋 초심이 진심으로 변해버렸군요 ㅋㅋㅋ 맞아요. 올 한 해 동안 일시정지는 주로 영화나 드라마 위주의 글을 많이 썼는데요. 내년에는 꼭 책을 보고 이야기 나눠보고 싶네요.
𝐍 일시정지의 넥스트 레벨...바로 BOOK 위 콜 잇 북 ya~
𝐋 짝짝꿍 음~
Q.
2022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해인데요.
N님께 2022는 어떤 해였는지 궁금해요.
𝐍 이번 한 해, 맘껏 헤매는 해였던 것 같아요. 대학 졸업 후 어떻게 사나 하는 허무함이 컸거든요. 갑자기 가슴에 빈자리가 턱 하고 날아와 박히는 느낌. 하지만 그 빈자리만큼 성취도 많았던 해예요. 소소한 성취긴 하지만.
전혀 안 친했던 친구들과 갑자기 깊은 관계가 되고, 올백 머리에 취업사진도 찍어보고, 면접에서 떨어져도 보고, 결국 입사도 하고, 처음으로 엄마랑 둘이 여행도 갔다 왔어요.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한 해랄까...
아 그리고 항상 다음 스텝이 정해져 있는 학생으로 살다가, 당장의 목표가 없으니 마음이 허했는데 일시정지를 통해 꽉꽉 채웠어요. 마감 기한이 있는 삶이란... 🙂
Q.
헤맨 만큼 새로운 걸 많이 해본 올해!
가장 재밌게 보거나 들은 '올해의 콘텐츠'를 꼽아본다면!?
𝐍 너무 어려워요. BEST 콘텐츠 묻는 게 제일 어려워요. (째릿)
이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잠시 왓챠피디아에 다녀왔는데요. 저는 올해의 콘텐츠로 드라마 <별나도 괜찮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올해 초에 시즌 4개를 연달아서 다 봤어요. 그리고 오픽 공부한다는 핑계로 여러 번 반복해서 봤던 기억이... (섀도잉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저번 뉴스레터에서도 다뤘지만, 결국은 가족 구성원들 각자의 '홀로서기'가 담긴 드라마예요. 꼭 집을 나가는 그런 홀로서기가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요. 그리고 전반적으로 제작자? 혹은 편집자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분명 팍팍한 세상이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따뜻하게 그려냈으면 좋겠어요, 우리 세상을.
그리고 듣는 콘텐츠는요. 저는 출퇴근하면서 노래를 진짜 많이 듣는 편이거든요? 헤드폰 끼고 얌전하게 서있지만, 귀에서는 붕방붕방 울려 퍼지는 그런 느낌 아시죠. 아무리 힘들어도 내적으로는 춤추는 거예요. 그래서 올해 가장 많이 들은 곡을 공유하고 싶어요. 이모셔널 오렌지스의 West Coast Love랑 스트레이키즈의 Maniac.
𝐋 오 뭬니악. 요새 저도 질리도록 음악을 듣고 있는데요. 맥 밀러와 앤더슨 팍의 댕! 추천드려요. 내적댄스!
Q.
벌써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편지를 읽어주신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을 다섯 자로 쓴다면?
𝐍 아.낌.없.이.줌
앞으로도 아낌없이 메일 드리겠다는 뜻.
𝐋 이제 저의 질문은 끝났습니다. 답변할 차례가 오니 무섭네요.
𝐍 걱정마세요. 진짜 단순한 질문으로 준비했어요, 하지만 답변하긴 어려운. (죄송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궁금증으로부터 시작했답니다.
Q.
글을 쓸 떄, 즉 원고 마감할 때 본인만의 세팅이나 의식 같은 게 있나요?
특정 공간에 앉아서, 무언가를 마시며 혹은 먹으며, 노래를 듣는다거나…
𝐋 오히려 저는 패턴이 있으면 그걸 쉽게 질려하는 성격이라서. 날에 따라 다른 공간에서 다른 행위를 하려고 합니다. 어쩌면 글을 쓸 때는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저의 의식이라면 의식이겠군요.
음악도 다양하게 들어보고, 향도 피워보고, 술 먹고 써보기도 하고, 가끔은 한글 배경 색을 바꿔보고, 폰트를 오이체로 바꿔보고 그렇네요. 괴로울수록 색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 같습니다.
𝐍 오이체 좋은 방법이네요. 일상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는 이상하게 낮에 시간이 많아도 새벽에만 글이 나오더라고요. 참... 이상하죠. 가끔 새벽 감성이 너무 짙을까 걱정했었어요. 그나저나 술 먹고 쓴 메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𝐋 아마 N의 크리스마스 편지에 대한 답장이었던 것 같아요 ^^
Q.
그렇다면 여기서 다음 질문,
N의 글은 주로 몇 시에 쓰여지나요. 저처럼 새벽 감성인가요?
𝐋 Always.. 새벽 감성입니다. 주로 어두워야 잘 써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패턴도 마감 앞에서는 무의미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밤이나 새벽에 썼던 것도 주로 마감을 미루다가 그 시간이 된 것이라... 발등이 뜨거워 못 견딜 때 쓰는 타입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원래 급하고 간절해야 잘 써지는 것 아니겠어요? 매주 마감하는 분들 이쯤에서 리스펙!
𝐍 그럼요. 마감은 항상 뜨뜻한 발등을 느끼며...
Q.
본인이 쓴 글 중, 혹은 발행된 모든 글 중 최애는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간략히 부탁 드려요.
𝐋 이 질문이 제일 어려웠는데요. 저는 N의 편지 중에서는 '찾고 싶은 옛 생각들 하늘에 그려요'를, 제가 쓴 편지 중에서는 '여름밤이 오면 정동진으로'를 꼽고 싶네요. 사실 논리적인 이유는 없고, 그냥 진심으로 편지를 나눈 기분이 드는 글이었어요. 당시의 감정이 생생하게 담긴 현장감 있는 글이기도 했고요.
N의 편지를 읽으면서 누군가의 창작물이 또 다른 누군가의 일상에 있어 살아갈 힘을 준다는 거! 빛나는 과거이자 현재가 된다는 게 느껴져서 뭉클했고,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듯한 편지였어요.
그리고 제 편지는...왜인지 굉장한 과거처럼 느껴지는 올여름 정동진의 추억을 이 추운 겨울날 꺼내 보는 느낌이라 소중하게 느껴져서 선택했어요.
𝐍 저 지금 감동 받아서 약간 뭉클해요. (북 치고 장구 치고)
쓰면서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가 될까 고민했는데, 쓰고자 했던 마음이 잘 전달된 것 같아 기쁘네요. 확실히 생생한 경험이 와닿는 글이 좋은 것 같아요. 메일에 마음을 착! 붙여 보낼 수 있는 느낌!
Q.
고난도 질문 갑니다.
본인에게 쓰는 행위란 어떤 의미인가요? 너무 심오한가요?
다수에게 보여지는 글을 쓸 때 어떤 걸 가장 신경 쓰는지도 궁금해요.
𝐋 이거 거의 논문 주제 아닌지 (웃음) 음. 세상에 너무 많은 '쓰는 행위'가 존재하지만! '일시정지'를 쓸 때의 저를 생각하며 답해볼게요.
저는 사실 이 세상의 속도가 버거운 사람인데요. 생각하는 것도 느린 편이고 말도 느린 편이고.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가다 보니 놓치는 것들이 많은 느낌이라 아쉬워요. 이런 저에게 '쓰는 행위'는 빠른 세상을 살며 지나친 것들을 꼭꼭 씹어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행위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글을 쓸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기! 그와 동시에 최대한 솔직하게 말하기! 최대한 힘 주고 쓰지 않기! 입니다. 어렵지만 노력해보려고요. 앞으로 더 천천히 고민하고 글에 생각을 담을 수 있길.
Q.
산을 넘어 강을 넘어 드디어 마지막 질문입니다. 공통 질문인데요.
구독자에게 한 마디 (5자토크)
𝐋 안녕하세요!
다들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2023년에 안녕히 다시 만나요!
더 열심히 공부하고 쓰는 일시정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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