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잊지 않고 모든 것을 호명하는 사랑의 단순함. 그 성실한 단순함

2023.10.11 | 조회 5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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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을 쓰겠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취한 사람이나 죽어가는 사람의 귀에 속삭여줄 수 있는 말이면 된다

에밀 시오랑

시인들은 목록의 단순한 양식이 주는 기쁨을 잘 알고 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즐거움'을 보라. “아침에 처음으로 창밖 내다보기/ 다시 찾아낸 오래된 책/ 감격에 겨운 얼굴들/ 눈, 계절의 바뀜/ 신문/ 개/ 변증법/ 샤워, 헤엄치기/ 옛 음악/ 편안한 신발/ 이해하기/ 새로운 음악/ 글쓰기, 어린 식물 심기/ 여행하기/ 노래하기/ 친절하기” 아! 즐겁다. 그저 나열한 걸 읽었을 뿐인데 이 시인과 친해진 느낌이 든다.

세상에는 기쁨을 주는 복잡한 양식도 있다. 그러나 지쳐 있을 때는 단순한 반복이 안정을 준다. 이런 안정감은 우리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경험한 엄마의 심장 소리에서 연유한다는 견해가 있다. 목록을 쓰면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은 이 원초적 리듬을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나도 잊지 않고 모든 것을 호명하는 사랑의 단순함. 그 성실한 단순함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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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한글을 배운 할머니는 평생 처음 자신을 위한 ‘한글 밥’을 지으셨다. “‘ㅂ’ 받침 글자 배우다 밥을 써보니 ‘밥’자가 꼭 밥 같다.”

“왜냐하면을 배웠다/ 이유나 까닭을 설명할 때 쓰는 말이다/ 아침밥을 먹고나서 신통의원 가서 치료 받았다/ 약국에 가서 약을 타가지고 왔다/ 왜냐하면 안아프고 싶어서이다.”

“영감한테/ 글 좀 가르쳐 달라고 하니까/ 안 갈쳐주고 세상을 떠나부렀다// 아이고 인자 다 필요없소/ 내가 학교가서 공부 배와서/ 읽을 줄도 알고/ 쓸 줄도 알고”.

원문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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